기자명 정은지 기자
  • 입력 2023.08.15 14:00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이종욱 로진이엔지 대표 "정비 후 재사용…경제적 이득 커"

이종욱 로진이엔지 대표가 지난 8일 뉴스웍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정은지 기자)
이종욱 로진이엔지 대표가 지난 8일 뉴스웍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정은지 기자)

[뉴스웍스=정은지 기자] 테슬라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원통형 '4680 배터리'를 지목하면서 테슬라에 새로운 폼펙터의 배터리를 납품하기 위한 기업들의 신기술 경쟁에 불이 붙었다. 하지만 수율을 높이는데 좀체 속도가 나지 않자 K배터리로 대표되는 국내 업체와 일본의 파나소닉 등은 시제품 공개 시기를 두고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성능이 떨어지는 제품을 성급히 시장에 내놨다간 완성차 업체와의 계약이 자칫 좌초될 수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꼽은 4680 배터리 개발의 난제는 용접 기술이다. 새로운 폼펙터 개발인 만큼 안정적으로 출력을 높이기 위해선 신기술 개발에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예상되는 양산 시기는 2025년이다.

제품 개발에 성공한 파나소닉은 최근 4680 배터리 양산 시기를 내년 4~9월로 연기했다. 개발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성능을 한층 개선한 2세대 4680 배터리를 양산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배터리 업체들이 4680 배터리 개발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사이 전기차 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도 개화기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1세대 전기차의 폐배터리가 수거되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은 폐배터리를 재활용 및 재사용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뉴스웍스는 이종욱 로진이엔지 대표를 만나 전기차 배터리 폼펙터 및 폐배터리 활용 기술의 방향성에 대해 물었다. 이종욱 대표는 재사용 배터리 응용 및 평가 시스템 개발 전문가로, 현재 한국EV기술인협회 기술이사, 경기도 기술학교의 자동차정비학과 외래교수 등 폐배터리 활용에 대한 다양한 기술 연구 개발 활동을 하고 있다.

-파우치형이 대세지만, 테슬라 및 몇몇 기업들은 원통형을 기본 탑재한다. 이유는.

"셀 회사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다. 파우치형이나 각형은 배터리 회사가 형태를 바꾸면 그 형태에 맞춰서 차량 설계를 새롭게 해야 한다. 테슬라는 애시당초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원통형 배터리를 고집하고 있다. 원통형을 탑재하는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테슬라의 경우 18650을 쓰다가 현재 21700을 쓰고 있다. 그러다 4680 배터리를 탑재한다고 밝히면서,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이 4680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기차 시대가 무르익으면서 배터리 산업이 고도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테슬라가 차세대 배터리로 4680 배터리를 지목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에너지 밀도를 높여서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함이다. 4680 배터리는 기존 테슬라 전기차에 탑재된 21700 배터리보다 용량은 5배 많고, 출력은 6배 높다. 이정도면 주행가능거리를 100㎞ 이상 늘릴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그만큼 제품 개발이 어렵다. 파나소닉과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기업들이 시제품을 내놓겠다고 발표는 했지만, 출시 시기를 계속 미루고 있는 게 현실이다. 크기만 키우면 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배터리 제작 기술은 다양한 소재(양극제·음극제·분리막) 등의 기술과 제작하는 공정, 배터리를 활성화하는 공정 등 다양한 제조 과정을 거치게 된다. 각 공정마다 많은 기술적 노하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배터리의 성능·품질·생산 수율 등에 영향을 끼친다.

구조상의 용접을 간소화 하는 작업도 내부 저항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 모든게 안정적으로 자리잡는데 시간이 상당히 소요된다. 4680 배터리가 아직 상용화되지 못하는 이유다."

로진이엔지. (사진=정은지 기자)
로진이엔지. (사진=정은지 기자)

-전기차 판매량이 늘면서 폐배터리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그렇다. 2018년에 출시된 '코나 EV'와 '니로 EV' 배터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배터리 수명이 75% 밑으로 떨어진 배터리 팩을 새 상품으로 교환해주기 때문에 2018년 이후 출시된 75% 이하 배터리도 나오고 있다. 2025년부터는 수명이 75% 밑으로 떨어진 폐배터리들이 대거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사실 폐배터리의 80~90%는 배터리 수명이 아직 남아있다. 전기차는 사고가 발생하면 전손처리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배터리 성능에는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폐배터리 산업은 없었던 직군이 생기는 새로운 분야인 만큼 업계에서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폐배터리의 활용 방안에 대해선 갈팡질팡하는 모습도 보인다. 재활용과 재사용의 경우 두 방식 모두 중요하다. 현재 대기업의 개발 방향과 국가 보조금은 재활용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재사용보다 재활용 방식으로 기운 이유는.

"가장 큰 걸림돌은 폐배터리의 가격이다. 최근 폐배터리 가격은 초기 폐배터리 가격보다 2~3배 이상 뛰었다. 게다가 폐배터리는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다 보니 신경써야 하는 부분도 많다. 결국 폐배터리 재사용에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연구를 진행하려는 기업도 많이 줄었다. 따라서 재사용보다는 재활용에 산업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 

배터리 재사용 관련 업체의 수가 적다보니 재사용 폐배터리가 들어간 제품이 상용화 단계로 넘어간 경우도 드물다. 상용화에 실패하면서 재사용에 대한 정부의 열기도 식었다. 예전에는 BMS를 개발하거나 폐배터리 진단 및 검사 과제 등이 다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재사용 관련 과제도 많이 줄었다."

-로진이엔지는 재사용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다른 국가에서는 재사용 배터리를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다. 가령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폐배터리는 동남아시아로 넘어가 재사용되고 있다. 거의 반파가 된 배터리도 사가는 상황이다. 테슬라는 수명이 줄어든 테슬라 배터리팩을 연결해서 재사용을 하고 있다. 수거 후 분석한 배터리팩을 다시 묶어서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사용하거나 슈퍼차저 옆에 보조용으로 활용된다. '다 쓴 것을 수거해 부가가치를 창출하자'는 식이다.

반면 우리 나라는 재사용이 가능한 배터리와 불가능한 배터리를 구분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해 자원이 낭비되고 있는 실정이다. 모빌리티 사회가 되면서 자동차 뿐만 아니라 모든 운송 수단이 전동화되기 시작했다. 그 토대는 다 배터리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양의 배터리가 사용될 것이다. 따라서 조금만 문제가 있어도 교환하는 지금 방식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폐배터리 재사용 기술 확보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은 학교나 커뮤니티가 형성돼 활발히 성장하고 있다. 정비나 진단 인력이 빠르게 육성되고 있다. 1~2년 내에는 폐배터리가 쏟아져 나오게 돼있다. 멀쩡한 배터리를 갈아서 원재료를 추출하는 것보다,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는 정비 후 재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이다. 우리 나라도 수명이 남아있는 배터리는 재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로진이엔지가 폐배터리 재사용 기술에 집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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