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4.04.01 11:30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최근 이마트 희망퇴직이 유통업계 화두에 올랐다. 창립 31년 만에 임직원 희망퇴직을 전사적으로 진행하면서 대형마트의 극심한 불황을 간접 대변한 것이다.

이마트 노조는 이번 희망퇴직을 두고 신세계그룹의 투자 실패를 임직원들에게 전가한 전형적인 ‘토사구팽’이라 비난하고 나섰다. 일견 맞는 말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평생직장이 옛말이 돼버린 시대에 기업 구조조정을 무작정 비난하기 어려운 노릇이다. 우리는 ‘운명 공동체’라는 말을 신뢰하기보다 자신의 경쟁력을 더욱 신뢰해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듣고 있는 처지다.

혹자는 재계 서열 11위인 신세계그룹의 자존심이 이번 희망퇴직에 담겨있다는 ‘촌철살인’의 평가를 한다. 그동안 유통업계에서 희망퇴직을 명목으로 떠나는 직원들에게 위로금을 쥐여 준 사례가 얼마나 되겠냐는 되물음이다. 그러고 보면 실적이 안 좋은 기업이 많음에도 희망퇴직을 단행했다는 소식은 가뭄에 콩이 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 업계 전반적으로 대규모 지출이 발생하는 희망퇴직을 극히 꺼린다”며 “개인별 면담을 통해 권고사직을 통보하고, 퇴직 보상 범위를 은밀히 결정하는 시스템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고사직으로 보상을 받으면 퇴직을 잘했다는 말까지 들을 정도”라며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이마트의 희망퇴직은 유통 업계의 보이지 않는 관례를 거슬러 올라갔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장을 둘러보면 유통업계는 여전히 ‘푸어(poor) 산업’이란 오명이 남아있다. 박리다매를 기본틀로 깔고, 인건비도 함께 줄여 이익 극대화를 실현하겠다는 경영 시스템이 고착화됐다는 인식이다. 같은 제조업이지만 중후장대 산업인 철강, 화학, 자동차 등과 비교하면 인건비 차이가 확연하다. IT나 금융 등의 산업과는 ‘더블 스코어’ 수준임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유통 업체 수익성이 타 산업보다 저조한 것은 사실이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뒷받침하지 못하는데 직원 처우와 복지에 얼마나 더 신경을 써야 하겠냐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유통 업계의 부정적 키워드인 ‘박봉’, ‘인색함’이라는 이미지를 지우려면 작은 변화의 총성이라도 울려야 할 시기가 아닐까 싶다.

올해 초 미국 최대 오프라인 유통업체 월마트는 점장 평균연봉과 보너스 등을 대폭 인상해 연간 최대 약 5억원의 보수를 가능케 했다. 월마트는 한때 최고의 ‘짠돌이 기업’이라는 오명을 들었지만, 타 업종에 인재를 빼앗기는 악순환과 근로자들의 ‘워킹푸어(working poor)’를 양산한다는 악평이 이어지자 변화의 물꼬를 튼 것이다. 인적 투자를 경영 최우선 항목으로 올려 놓고 수년 동안 대규모 투자에 나섰으며, 이러한 인적 투자가 투자 이상의 결과로 돌아왔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결론적으로 이마트의 희망퇴직은 업계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통 업계가 소비 불황에 극히 움츠러든 시기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인적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 시스템에 공을 들이고 기본기에 더욱 충실하면 어떨까. 불황을 이겨내는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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