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다혜 기자
  • 입력 2024.05.10 15:40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국내 주요 은행들이 앞다퉈 '기업금융 강화'를 외치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규제하며 압박하자 수익성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기업대출 확대에 나선 것.

국민은행의 1분기 기업대출 잔액은 176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 증가했다. 이에 반해 가계대출은 3% 증가하는데 그쳤다. 하나은행 역시 기업대출 쏠림현상이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 잔액은 14.4% 증가했고, 가계대출 잔액은 0.9%에 상승했다. 우리은행도 기업대출이 10.4%의 상승해 가계대출(4.0%)을 앞섰다.  

각 은행이 기업대출에 집중하면서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 잔액은 796조455억원으로 3개월 전인 지난 1월 말(770조1450억원)보다 3.4%(25조90005억원) 증가했고 전년 동기(720조759억)보다 11% 늘었다.

기업대출 잔액 상승과 함께 연체율도 급등했다.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0.35%로 지난해(0.30%)보다 0.05% 상승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전년 동기(0.34%)보다 0.07% 상승한 0.41%로 나타나 대기업 대출 연체율 0.07%를 크게 웃돌았다.

기업대출을 늘리기 위해 그동안 거래하지 않았던 기업을 선정하거나, 기업금융 전문 인력의 성과보상금을 확대하는 등 은행권의 출혈경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대출 연체율도 함께 상승하면서 이를 바라보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은행권은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은행 측은 우량 기업을 선정해 기업대출을 운영하고, 만일에 대비한 충당금도 충분히 쌓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종 구분 별 기업대출을 살펴보면 부실 위험이 큰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신한은행이 공개한 IR자료에 제시된 중소기업 대출 현황에 따르면 '부동산 및 임대업'이 3조9801억원으로 전체 중기대출의 약 30%를 차지해 가장 높았고 전년(3조5589억원) 대비 11.8% 급증했다.

업종별 연체율도 '건설업'과 '숙박 및 음식점업'이 중소기업 평균 연체율의 두 배가량으로 치솟은 상황이다. 건설업 연체율은 0.81%, 숙박 및 음식점업은 0.87%로 평균 기업대출 연체율의 0.42%를 상회했다. 부동산PF 부실 확산으로 인한 건설업 연체율과 코로나 확산 시기부터 이어진 자영업 연체율이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눈앞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대출 확대 전략은 치솟는 연체율과 부실 위기로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고금리 상황과 경기불황의 터널이 장기화되면서 이를 버틸 기업들의 기초체력이 떨어지고 있다. 정부는 기업대출을 산소호흡기 삼은 부실기업의 기초체력을 올리는 대책 마련에 힘 쓰고, 은행은 잠재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는 기업대출 늘리기 대신 수익 다각화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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