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성민 기자
  • 입력 2024.05.17 06:00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최근 20대 사이에서 "요즘 국장(국내 주식시장)을 누가 사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젊은이들에게 한국 증시가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를 단편적으로 드러낸 얘기다.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모르는 건 아니다. 최근 금융당국은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2차 세미나를 열고 기업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러나 기업의 자율성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밝힌 당근책은 배당·자사주소각 등 주주환원 증가액의 일정 부분에 대한 법인세 부담 완화, 배당확대기업 주주의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등이다. 다만 세제 혜택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담기지 않았으며, 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 기업에 부과될 '페널티'도 미미했다.

이웃 나라 중국이 강력한 채찍을 꺼내 든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달 중국 정부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신(新)국9조'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구체적인 페널티 기준은 아직 발표 전이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강제 압박이 가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투자자들의 실망도 커지는 분위기다.  

실망한 개미들은 국내 주식을 팔아 치웠다. 정책이 발표된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코스피에서 개인은 1조7969억원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에만 4280억원을 투자했다.

밸류업 실체가 드러날수록 외국인의 기대감도 줄어들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지난 1~2월에만 11조원 이상을 사들였다. 그러나 3월 순매수 규모(4조4280억원)는 2월 대비 3조원 넘게 줄었고, 4월(3조3730억원) 역시 전월 대비 순매수액이 감소했다.

투자자들은 기업과 이사회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부여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중들이 없는 절은 본연의 가치를 잃기 마련이다. 국내 주식시장이 건강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개인투자자의 꾸준한 거래는 필수적이다. 이대로라면 정부와 금융당국, 기업 모두 서로의 눈치만 보다 이도 저도 아닌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정작 개인 투자자들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자율성'이라는 겉보기에만 그럴싸한 속 빈 강정을 튀겨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말로 건전한 자본시장을 만들고 싶다면 투자자들과의 '쌍방' 소통과 더불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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