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종훈 기자
  • 입력 2024.08.07 17:35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 최용재. (사진제공=대한아동병원협회)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 최용재. (사진제공=대한아동병원협회)

우리나라 소아 의료계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상황이다. 

작금의 대한민국 소아 의료계에는 OECD 10대 강국의 면모가 없다. 칼라하리 사막 그 자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낮은 수가, 사법 리스크 등에 지쳐 폐과를 선언하고 소청과 탈출 러쉬에 너도나도 달려들고 있다. 

전공의 지원율도 큰 폭으로 하락한 데다가 의정 갈등 이후, 한 줌 남아있던 소청과 전공의들마저 바람 속 연기처럼 사라졌다. 

이처럼 아이 키우기 힘든 환경 덕에 저출산은 회복은 커녕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소아 필수 의료를 재난 의료로 선포하는 등 현직에 종사 중인 소청과 전문의들이 원하는 실효성 있는 정책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의료 개혁에 지금까지 3조원 가까운 돈을 썼다는데 우리 아이들 보건의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진 게 없다. 그동안 대책다운 대책이 없었다는 반증이다.

소청과 전문의는 감기를 보는 사람부터 다양한 분과의 초전문가까지 각자의 역할이 있다. 소청과 전문의가 없으면 아무리 유능한 외과의사, 신경외과의사라고 해도 마음 놓고 아이의 생명을 구할 수 없다.

아이들은 수술 후 배후 진료가 어른과 달리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때문에 소청과가 잘 받쳐줘야 수술실의 외과의사도 힘을 얻을 수 있다. 

힘을 실어주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현장에서 필요한 걸 해주면 된다. 하지만 관계자들이 핑계를 대며 전혀 상관없는 정책을 밀어붙인 덕택에 우리 아이들의 보건의료 상황은 더 나빠졌다.

각 계에 몸담은 전문가들이 제시한 답을 그저 이익단체의 요구로 치부해 외면한다면 우리 아이들과 그 부모들, 그리고 이 나라의 미래가 치뤄야할 대가만 더 커질 뿐이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지금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각 계에 '소아 의료계 회생'을 위한 제언을 내놓았다. 

일례로 ▲어린이 건강 기본법 제정 ▲복지부 내 '소아청소년의료과' 신설 ▲소아 환자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제도 확대 ▲소아의료기관의 역차등수가제 및 손실보상제도 도입 ▲소아 준중증 환자 관리 수가 신설 ▲병상 비율 조정 등이다.

이들 제언 중에 현실화한 게 단 한 개도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소청과 의사들이, 그리고 아동병원들이 아픈 아이들을 마음 놓고 최선을 다해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소청과 전문의들은 현 정부의 정책 입안자와 국회에 간곡히 부탁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가가 재난을 선포해서라도 반드시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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