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0.09 13:00
조성범 대한아동병원협회 경북지회장(한빛아동병원장)

'초저출산', '소아 의료체계 붕괴'
오랜 시간 동안 풀리지 않고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아주 답답한 이슈들이다.
그 사이 초저출산 문제로 우리나라에는 폐교 초등학교 수가 늘어났다. 동시에 심각한 인구 절벽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효율적이지 못한 보건 행정 유관부서 간의 소통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소아 의료체계 붕괴에 이르렀고 지금은 어린이가 복용해야 할 소아 필수의약품조차도 정상적으로 공급 못 하는 국가로 전락했다.
소위 '소아 환자 응급실 뺑뺑이'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GDP 세계 13위를 달리는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
어떻게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일까. 필자는 이 문제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우리나라 의료 제도나 정책이 성인 위주로 기획되고 개발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책 및 제도 입안자들이 여태껏 오로지 아동만을 위한 정책이나 제도를 발굴하고 만들기보다는 성인 중심으로 판을 짜고 아동들을 그 판에 녹여 왔기 때문이다.
우리와 인접한 일본은 1990년대부터 노력해 2018년 '성육기본법'을 제정했다.
임신부터 출산 돌봄을 통해 성인이 될 때까지 필요한 의료, 복지, 보건의료 체계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는 것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주산기 의료체계 및 소아 의료체계 그리고 복지 영역까지 모두 산모와 아이 상태 및 질환의 중증도에 따라 체계를 정비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의료접근성이 악화한 지역에서도 복지와 함께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법제화 했다.
또 재택 돌봄 등으로의 전환 및 지역 의료시설을 분만 여부에 따른 역할 구분 등으로 효율화를 꾀했다. 협의회 설치 등을 통해 정책의 연속성 및 보건복지 분야의 협력도 강화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제정해 매년 떠들썩하게 행사를 벌이지만 이 하루가 지나면 우리 아이들은 안중에도 없다.
어린이날이 생긴 지 100년이 넘었지만 그 어디에도 어린이의 건강을 위한 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국회의원과 정부 당국에 제안해 본다. 반성하고 개과천선해보자.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 보자.
어린이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한 법적 장치와 제도를 마련하고 어린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어린이건강기본법을 제정하자.
우리 정부와 국회가 일본의 육성 의료기본법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어린이 건강 기본법을 만들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소아청소년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안전망을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
적어도 내년 어린이날에는 성인의 정책을 적용한 아동 정책이나 제도가 아닌 아동들만을 위한 정책과 제도 마련의 초석이 되는 근거가 마련되기를 학수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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