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다혜 기자
  • 입력 2024.10.23 06:05

한동균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학술이사, 광주시 남구미래아동병원장

한동균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학술이사, 광주시 남구미래아동병원장.
한동균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학술이사, 광주시 남구미래아동병원장.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이탈로 소아의료체계가 붕괴되고 있다.

최근 10년간 줄어든 필수과목 전공의 610명 중 87.9%에 해당되는 536명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였다.

2018년까지 정원 100%를 충원해 왔던 소아청소년과는 2019년 92.4%로 하락하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25.5%까지 추락하며 그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버티고 있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마저 정부의 일방적 의대 증원과 관련한 전공의 사직 사태로 더 줄고 있다.

속된 말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씨가 말랐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대가 끊긴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 낙수 효과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비롯한 필수의료 의사가 늘어나고, 붕괴된 소아의료체계가 회생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장밋빛 전망이라는 것을 정부만 모르고 있는 것인지 한심하고 답답하다.

탈 소아청소년과 현상에 따른 소아의료체계의 붕괴는 국가 소멸을 우려하는 저출산, 파렴치한 저수가, 이대 목동 신생아 사건 등과 같은 불가항력적 의료 사고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 기피 요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향후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꾸준히 감소해 0%대를 기록할 것이 뻔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기피 현상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소아·청소년 전공의 수당 100만원을 발표하고 온갖 생색을 내고 있다. 이를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웃음만 나온다.

소아·청소년 전공의 수당 100만원이 대책이 될 것으로 판단한 정부는 아직 소아의료체계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듯하다. 전공의 지원율 지속 감소의 문제를 전공의 수당 100만원 지급으로 해결하려는 안일한 정부다.

지난해 가을 수료를 앞둔 신촌 세브란스병원 4년차 전공의 김혜민 의국장이 남긴 장문의 글이 떠오른다.

당시 김혜민 의국장은 열악한 환경 탓에 소청과 전공의를 사직하는 사례를 더 이상 만들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소청과 진료 현장을 떠난 소청과 의료 인력이 복귀할 수 있도록 진료 환경을 조성해 달라고도 호소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임산부인 김혜민 전공의가 제대로 된 태교는커녕 유산을 걱정했다고 했다.

정부는 대책 아닌 대책을 발표하면서 생색내기에 급급하지 말고 김혜민 의국장이 남긴 글에서 당부했던 소아·청소년 전공의 지원율이 증가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대책을 만들어 실천해야 한다.

최소한 두 아이의 엄마이자 임산부인 김혜민 전공의처럼 소청과 전공의들이 제대로 된 태교는커녕 유산을 걱정하는 일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소아환자를 진찰하는 데 있어서는 진료 뿐 아니라 많은 상담도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이런 의학적 행위에 원가 이하의 수가가 매겨지고 있다.

또 정부가 필수과인 소아청소년과를 의대정원 증원을 통한 낙수과의 일환으로 평가하면서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돌보며 사명의식으로 버텨온 소청과 전공의들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짓밟혔다.

이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하나,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2000명 의대정원확대라는 정책을 내려놓아야 한다.

전공의의 과도한 업무시간을 줄이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전공의들이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육아휴직 제도와 이에 대한 근무체계의 조정이 시급하다.

둘, 전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한 현 정부에서 소아·청소년의 문제를 정책적으로 중요하게 다루고 이를 우선순위로 삼아야한다. 정부 내 특별부서를 신설해 사회적으로 소아·청소년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셋째, 아이들을 진료하는 데 있어 소아·청소년 전문의의 수가를 인상해 원가 이하의 저수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넷째, 소아청소년과는 고위험 진료 영역에 속하고, 의료사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불가피한 의료문제를 무조건적인 소송 대신 국가적 지원체계 아래 법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공의 권익 보호와 개선이 필요하다. 즉 야만적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배상제를 도입, 검토해야 한다.

정부 단독으로 어렵다면 소아청소년과 학회도 있고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도 있다. 그 누구보다도 소아의료체계 붕괴를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곳이고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속 감소를 가장 우려하고 걱정하는 곳이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대가 끊긴 수련병원이 더 이상 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

지금 아이들을 볼 수 있는 응급실은 이미 무너졌고, 소아중환자실마저도 곧 붕괴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소청과 오픈런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아플 때 치료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의료의 권리가 사라진 것이다. 이미 의료기반체계가 무너져버린 후에 이를 재건하는 데는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다시 한번 정부에게 촉구하고 당부한다.

대가 끊길 위기에 처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감속 문제를 당장 해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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