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8.16 16:55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사회적혁신기업 컨설팅 '사회혁신플랫폼'
인구감소 따른 세수결손 부담…공공의 역할 책임 커져
사회공헌 금융지원 1.6조, 의미있게 적재적소 배치 중요
해외 인력 유입, 은행 신규 수익창출 위한 '테스트 베드'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구감소와 기후변화, 불평등, 저성장 등 사회문제가 더욱 확대되면서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은행권의 사회공헌 규모는 전년 대비 4000억원 늘어난 1조6349억원에 달한다. 2019년 이후, 5년 연속 국내 은행권이 매년 사회공헌을 위해 쏟은 금액이 1조원을 넘어서고 있지만 국내 은행권의 사회공헌 활동을 체감하는 수준은 저조한 상황이다.
국내 은행권의 사회공헌 활동이 보여주기식 단발성 이벤트와 지원금 액수를 중심으로 한 양적 평가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권이 기존의 사회공헌 사업에서 탈피해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사회공헌 활동의 질적 평가를 확대한 선진화된 사회적 금융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뉴스웍스는 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 대표를 만나 국내 금융권의 사회공헌의 현황을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필요한 과제가 무엇인지 물었다.
-금융권의 사회공헌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금융지주사에서 일을 하면서 항상 공급자 위주로 금융을 바라보는 시선에 익숙했다. 처음으로 사회적 금융이라는 것을 접했고, 자본가의 시선과 입장에서 시작하는 금융이 아닌 우리 사회 아래쪽에서 바라보는 금융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금융시장 꼭대기와 금융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자금 수요자 입장을 고려하고 이를 연결하는 '관계 금융'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이를 탑다운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지난 10년간 노력해 왔다.
기업에 직접 돈을 끌어와 대출을 해주기도 하고, 자조기금을 조성해 서울시와 같은 공공기관들의 기금을 현장의 수요에 맞게 배치될 수 있도록 도우며 지속 가능한 사회적금융을 만들기 위해 활동 중이다."
-금융권의 사회공헌 활동 필요성과 중요도가 높아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 사회의 인구감소 문제를 비롯한 환경문제, 소득 불평등과 같은 사회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인구감소에 따른 세수 결손이 심화되면서 공공이 해낼 수 있는 복지 규모가 점점 제한되고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기에 시장이 사회공헌을 통해 공공의 역할을 분담해야 하는 등 책임이 커지고 있다. 시장도 국가와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주체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회문제로 소비층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수익을 내야 하는 금융시장 역시 공공과 마찬가지로 녹록치 않은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금융권은 냉정하게 금융권의 주요 비즈니스와 연결될 수 있는 잠재고객이 지속적인 사회적 경제적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장기적 관점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문제를 해결할 가장 중요한 수단은 사회혁신기업이다. 공공과 시장이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의 성장을 위해 사회공헌 형태로 지원해야 한다. 지원을 받은 사회적 기업들이 더 큰 시장으로 편입에 성공하면서 서로에게 지속 가능한 수익창출과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되는가를 바라보고 거기에 투자를 하기 위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진 금융권의 사회공헌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국내 금융권의 사회공헌 현황은?
"사실 국내 은행들이 사회공헌에 관심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은행의 사업전략에서 사회공헌사업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은행 내에 사회공헌과 관련된 1개의 부서가 부서장의 지시와 입맛에 따라 은행 전체의 사회공헌 전략을 구상하는 구조다.
따라서 사회공헌 사업이 사회복지적인 측면에서 단순히 후원 및 임직원 봉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어려운 취약계층과 지역을 돕는 것 역시 필요하지만 은행이 가진 자금으로 각 은행만의 전략과 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연결한 진정성 있는 고민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각 은행의 은행장을 뽑는 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만큼 공공에게 받는 압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공공에서 요구하는 기부처와 사회공헌 계획에 일방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따라야 하는 만큼 능동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기 어렵다.
전략적으로 판단하면서 적극적인 사회공헌을 펼치기 보다는 다른 기관의 사업을 따라하면서 소극적으로 추진하기 일쑤다. 타 은행에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사회공헌을 진행하면 이를 따라 하거나, 공공에서 특정 분야의 기업 육성을 위한 지원을 돕는 방식이다."
-국내 금융권의 사회공헌에서 중장기성과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설명한 구조적 문제로 은행이 사회공헌에 투자한 만큼의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면서 지속가능성도 떨어지게 된다. 국내 은행권이 사회공헌 활동에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공공과의 협업이나 사회적 손길이 필요한 이들과 은행을 연계해 줄 수 있는 중간자 파트너와 협조가 더 많아져야 한다.
파트너십을 통해 구체적인 사회 문제를 사업화하고 이런 과정에서 사회변화에 따라 다가올 리스크를 줄여 나갈 수 있을 때 금융권의 사회공헌 활동에 지속성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국내 금융권이 쏟아낸 사회공헌 지원금은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어떤 영역에서는 감히 만져보지도 못하는 어마어마한 큰돈이다. 이런 큰돈을 사회적으로 의미 있게 쓰일 수 있는 적재적소에 배치되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 금융권의 사회공헌 사례는?
"가치 은행을 위한 글로벌 연합체(GABV)에 가입된 은행들은 저소득층의 주택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임팩트 투자'를 통한 자금을 제공하기도 한다. 임팩트 투자는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자본을 배분해 경제적 수익과 함께 사회적 성과를 도모하는 금융 전략이다.
전통적인 기부 활동을 넘어서 자본의 효율적 사용을 가능하게 해 투자받은 기업과 프로젝트가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미국 대형 은행의 임팩트 투자를 통한 저소득층 주택 지원으로 주거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의 안정을 증진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동시에 금융 수익과 사회적 가치도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권이 지속가능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가치 있고 공정한 금융기관으로 인식되려면.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불평등, 기후대응, 지역소멸 등 사회적 수요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시로 체류 외국인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한국은 다문화사회로 변화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다문화 인구 300만명 중 약 50만명이 불법체류자에 해당할 정도로 이들을 맞이하고 수용할 인프라와 제도가 부족한 상황이다.
체류 외국인들을 돕는 것은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문화 노동자들이 국내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경제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새로운 소비집단이 생기는 셈이다. 우리 사회는 저출생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노동력이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인력을 유입시키는 일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는 현재, 사회공헌이 은행에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 낼 수 있는 '테스트 베드'가 되어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단기적인 성과를 제시해야 하는 은행권에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변화에서 은행은 변화를 선제적으로 감지하고 신뢰를 쌓아 나가야 한다."
-금융권이 사회공헌을 이어가야 하는 이유는?
"은행이 경제 조직만이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배워 나가야 하는지 인식하는 것을 시작으로 해야 한다. 경제적인 시장의 수요 대신 사회적 수요를 이해하고 사회적 수요를 어떻게 시장의 수요로 바꿔낼지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금융권의 사회공헌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이것이 앞으로 은행권이 맞게 될 사회 변화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치 있고 공정한 금융을 위해 금융권이 사회공헌에 힘써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