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9.06 16:41
다양한 화재 원인 제기 가운데 "종합 대책"
과충전에 대한 해결책 제시돼 "다소 미흡"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정부가 최근 전기차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안전성을 높이고자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를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대해 의견이 갈리고 있다.
화재 원인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아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는 쪽에서는 추세를 지켜보고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보는 반면, 전기차 화재의 주요 원인을 과충전으로 강조하는 쪽에서는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6일 정부가 발표한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을 살펴보면 전기차 안전성 확보, 지하 주차장 등 안전관리 강화, 화재 대응능력 강화 및 중장기적 대응 방안 마련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정부가 먼저 전기차 배터리 관리 강화 방법으로 내놓은 대책은 국내외 제작사를 대상으로 전기차 배터리 인증제, 배터리 제조사와 제작 기술 등 주요 정보 공개 의무화, 배터리 검사 항목 확충 및 배터리 이력관리제 시행 등이 골자다. 내년 2월로 예정된 인증제는 올해 10월로 4개월 앞당겨졌다.
또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전기차 제작사와 충전 사업자의 제조물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와 차량 무상점검 등 사업자 책임 강화 내용을 담았다. 아울러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기능을 개선하고, 운전자 실사용이 활성화 되도록 지원하는 배터리 안전성 확보 부분도 포함했다. 올해 안에 ▲주의(정비 필요), ▲경고(제작자 긴급출동) ▲위험(소방 출동) 등 단계별로 표준화해 소방 당국과의 연계한다는 게 특징이다.
이중 안전장치 역할을 수행할 스마트 제어 충전기 보급을 확대해 화재 예방에도 나선다. 이미 설치된 완속 충전기도 내년 2만기를 시작으로 2026년 3만2000기, 2027년 이후 27만9000기까지 순차적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급속충전기도 생활거점별로 보급을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지하 주차장 화재 발생 시 신속한 스프링클러의 작동이 확산 방지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다수의 전문가 의견 등을 고려했다. 이를 반영해 모든 신축 건물 지하 주차장에 습식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와 화재감지기 설치 기준 강화 내용을 담았다. 다만 동파 우려가 있는 건물에는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 설치를 허용하기로 했다.
특히 지난달 초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사례와 같이 공동주택 관리자에 대한 교육과 소방시설 임의 차단·폐쇄 시에는 엄 처벌하기로 했다.
또 여론을 고려해 내년 1월부터 기존 건물에 시행 예정이던 전기차 주차구역·충전시설 확대(2%) 의무이행 시기를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지하 주차장 내 전기차 화재 발생 시 확산 방지를 위해 주차장 내부 벽과 천장, 기둥에 방화 성능을 갖춘 소재를 사용하도록 내년 상반기까지 관련 법령을 개정한다.
특히 정부는 소방 장비 확충과 화재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내년까지 전국 모든 소방관서에 이동식 수조(297→397대) 방사 장치(1835→2116개) 질식소화 덮개(875→1131개) 등 진압 장비를 확대 보급할 예정이다. 공동주택 관계인이 화재 발생 시 즉시 신고할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고, 안전신문고 등 접근성도 개선한다. 또 지자체와 국민의 체계적 대처를 위해 위기관리 매뉴얼과 전기차 화재 대응 가이드라인도 수정‧보완해 배포하기로 했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는 배터리 내부 단락으로 인한 화재 위험을 낮추기 위해 분리막 안정성 향상 목적 첨가제 개발과 배터리팩 소화 기술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고체배터리 기술 개발 또한 지속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내년부터 BMS 센서 다변화와 알고리즘 정확도 향상, 화재 전 가스 배출 감지 및 냉각기술 개발 등을 추진해 BMS의 화재 진단‧제어 성능 고도화를 추진한다.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한 실효성 여부에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연구원 원장은 "(이번 대책을 두고) 일부 기업에서는 규제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정부로서는 규제를 강화해 비용이 들더라도 조치할 수밖에 없다"며 "규제가 혁신을 촉진한다는 인식을 두고 기업들이 규제에 따라서 비용이 들더라도 기술과 제품 개발을 빨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화재 발생 원인에서 충격에 의한 것이냐, 배터리 셀의 불량 문제냐, BMS 문제 등 다양하게 나오는 상황에서 종합 대책이 나왔다고 본다"며 "향후 추세를 지켜보고 실효성이 나타나지 않는 부분은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번 대책에 대해 미흡하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학부 교수는 기존 공동주택에 설치된 충전기 충전량 제어와 배터리 셀 전수검사, 운전자 매뉴얼 부족 등 세 가지를 들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지하 공간에 있는 완속 충전기의 기능을 내년부터 예산 편성해 2만대를 교체한다고 했지만, 이미 설치돼 있는 31만개의 완속 충전기에는 충전 제어 기능이 없다"며 "입주자들이 현재 과충전에 대해 느끼는 불안함을 해소하기에는 충전량 제어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화재 원인 중 하나인 배터리 셀의 불량을 근본적으로 없애려면 배터리 셀 전수 검사가 중요하다"며 "국토부에서 배터리 이력제를 진행하겠다는 것은 배터리 팩에 대한 내용으로, 배터리 셀의 문제를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제작 단계에서 배터리 셀 전수 검사는 이미 국내 배터리 3사가 일부 진행을 하기 시작했다"며 "셀을 처음 만들 때부터 정밀 검사를 하면 국내산 배터리가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것은 물론, 화재 원인의 상당 부분을 없앨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소유자에게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시스템이 다르다는 것을 교육할 수 있는 매뉴얼 마련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면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차량 바닥에 충격이 가해지면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침수 도로를 주의해야 하고, 원 페달 드라이빙의 위험성과 장단점 등의 다양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대책 외에 추가로 검토가 필요한 사항은 소방청과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 안전 TF’에서 올해 말까지 논의해 개선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