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다혜 기자
  • 입력 2024.10.21 00:05

장영진 보건복지부 청년정책팀 팀장 인터뷰
청년친화적 소통 공간 '청년미래센터'…2026년 전국확대 목표

장영진 여성가족부 청년지원팀 팀장. (사진제공=보건복지부)
장영진 여성가족부 청년지원팀 팀장. (사진제공=보건복지부)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청년세대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공적 서비스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용했으면 좋겠다."

보건복지부가 청년세대를 지원하기 위해 전국 4개 광역도시에 청년미래센터를 개소했다. 이곳은 고립·은둔 청년과 가족돌봄 청년을 지원하는 전담기관으로 취약 청년들을 밀착 관리·지원한다.

이미 우리나라의 고립·은둔 청년 규모는 약 54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옆 나라 일본의 이야기로만 느껴졌던, 그래서 다소 생소하고 멀게 느껴진 '히키코모리' 현상이 어느새 우리사회 청년들의 자화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고립·은둔의 책임을 온전히 청년들에게 묻기엔 부족한 일자리와 일자리의 양극화, 낮은 취업률, 줄어드는 결혼, 저출생 등 많은 통계들을 살펴보면 고립·은둔이 더 이상 청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책임'임을 시사하고 있다.

청년들을 가둔 고립과 은둔의 벽을 우리 사회가 함께 허물기 위한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지금. 뉴스웍스는 장영진 보건복지부 청년정책팀 팀장을 만나 국내 고립·은둔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과 이들을 돕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진행하고 있는 정책의 현황과 향후 방향성에 대해 물었다.

-국내 고립은둔 청년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현재 어느정도 규모인지. 

"국내 고립은둔 청년 규모 추정치는 54만명이다. 지난해 고립은둔 청년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조사에 참여한 5만명 중 1만명 정도의 청년들은 고립은둔의 정도가 심각한 위기군으로 파악됐다. 일본의 히키코모리 규모가 150만명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40대 이상까지 포함한 수치로 인구 규모 대비 우리와 비교했을 때 54만명의 위기군 추정치가 과장된 수치라고만 볼 수 없고,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청년의 개념이 만 19세에서 34세인 만큼 90년대생들이 현재의 청년세대라고 할 수 있다. 국내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던 2010년 후반대 이들이 본격적으로 취업시장에 뛰어드는 시기인데, 코로나19 등 취업상황이 예전에 비해 좋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면서 또한 1인 가구,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이 늘어나는 등 경제적·심리적 지지망이 약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고립은둔 청년들의 수도 증가하게 됐다."

-고립은둔 청년 문제가 어느정도 심각한지.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느낀점은.

"대부분 고립은둔 청년을 떠올렸을 때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이미지를 그린다. 하지만 고립은둔 청년들 중에는 유복한 가정환경을 가진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가장 기억에 남는 청년은 고학벌과 좋은 능력을 가졌지만 부모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좌절하고 결국 은둔을 선택했다. 조금만 도움을 주면, 능력 발휘를 할 수 있는 고립은둔 청년들이 많다.

고립은둔 청년들에 대한 많은 편견이 있다. 하지만 청년들의 기회가 줄어들고, 기준이 높아진 만큼 이들이 겪는 고민을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어떻게 기회를 늘려줄 것인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고립은둔이 깊어져 청년들이 개개인의 역량을 잃기 전에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고립은둔을 '개인의 선택'에 따른 문제로 보고 이들을 지원하는데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이유는.

"먼저 과거에 비해 기회가 줄어들었다. '정 힘들면 벽돌이라도 날라라'라는 말은 과거에는 몰라도 현재처럼 인터넷을 통한 정보가 많은 상황에서는 맞지 않는다. 과거는 벽돌을 나르면 내가 집 한 채를 구할 수 있다는 꿈이 있는 고성장 시대였다. 과거의 기준을 더 이상 강요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일자리 격차가 크다. 중간 단계가 없어 청년들의 선택지가 좁아졌다. 일자리가 양극화되고 이 사이에서 눈높이에 맞는 구직에 실패하는 청년들이 은둔을 선택한다. 처우가 좋지 않다고 생각되는 일자리는 처음부터 기피하는 청년들의 마음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회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고립은둔을 겪는 청년들이 많은 만큼 이들을 회복시킬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구직 의지와 경쟁력을 완전히 잃어버리기 전에 이를 유지하고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청년미래센터 전담지원서비스가 시범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어떤 것을 지원하는지.

"우선 고립은둔 청년들을 발굴하는 시스템을 바꿨다. 현재의 복지 분야 공적 지원 시스템은 당사자가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청년층은 사회적 시선에 민감하기 때문에 노인, 장애인 등 다른 복지 대상자보다 더 큰 부담감을 느끼고 이를 입증하는 과정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립은둔 청년들이 개방된 장소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는 만큼 기존 발굴 체계를 극복하기 위해 '청년 친화적'으로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고립은둔 청년들이 좀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을 활용한 발굴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공간도 필요하다. 결국, 고립은둔 청년들을 집 밖으로 나오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립은둔 청년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데,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고립은둔 청년들만의 공간이 필요한 이유다. 자조모임으로 대면접촉 기회를 넓히고 생활 습관 개선부터 상담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고립은둔 청년 당사자 외에도 주변에 고립은둔 청년들을 응원하고 이끌어 줄 수 있는 주변인인 가족이나, 고립은둔 청년들이 재학 중인 대학교 등을 포섭해 청년미래센터와 함께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올해 인천과 울산, 충북, 전북 4개 광역시도에 오프라인 공간인 '청년미래센터'를 열었고, 점차 확대해 2026년에는 전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청년들의 고립은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앞으로 대책은.

"청년들이 꿈을 가져야하는데 구직은 어렵고, 물가는 계속 오른다. 구직을 하기 위해 서울로 쏠림현상이 심화하고 집과 멀어진 청년들은 심리적인 지지를 받지 못한다. 가족 안전망이 더 이상 개인을 지켜주지 못하는 사회가 됐다. 그러기에 청년들끼리 자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미래센터라는 공간을 마련한 배경도 다른 복지대상자들과 섞이지 않고 오롯이 청년들이 청년들과 소통하며 고립은둔을 극복할 기회를 만들기 위함이다. 청년들이 더 많은 소통을 하고 그 안에서 서로에게 위안을 얻어야 한다. 청년세대가 도움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데 공적 서비스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용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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