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0.30 00:05
'청년 고용 정책 시행 프로그램' 운영해 일자리 제공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고대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였던 맹자는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마음을 다스리기 힘들다는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을 주창한 바 있다. 오늘날에도 이 말은 유효해 보인다. 수많은 청년의 고립, 은둔 문제는 실업에 따른 경제적 곤란이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지구 반대편 유럽에 위치한 프랑스도 한국처럼 고립·은둔 상태에 있는 청년들이 사회적 문제로 주목받았다. 프랑스 정부는 높은 청년 실업률 탓에 문제가 심화됐다고 진단하고 해법으로 '일자리'를 제시했다. '항산'을 제공해 '항심'을 길러준다는 것이다.
◆청년 실업률 OECD 평균 보다 2배 높아
해외 사례 중에서는 프랑스가 청년 니트(NEET)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니트란 고용 상태에 있지 않으면서 교육이나 훈련을 받는 것도 아닌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다. 프랑스는 높은 실업률과 더불어 청년층 실업 기간이 긴 편이다. 자녀들의 교육 수준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고, 이는 세대 간 사회 이동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년 니트 해외사례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1분기 기준 프랑스 실업률은 9.2%로 2017년 4분기 기준 OECD 평균인 5.5%보다 3.7%p가 높다. 특히 2000년 이후 장기적인 추세에서 볼 때 실업률은 OECD 평균과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는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 이후 프랑스 경제 회복 속도가 여타 OECD 국가들에 비해 미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랑스 15~24세의 청년 실업률은 2017년 기준으로 22.3%로 그리스, 스페인, 이태리에 이어 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OECD 평균 청년 실업률 11.9%의 거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프랑스 청년 실업률은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악화돼 왔으며, 2013년 이후 OECD 평균적으로는 청년 실업률이 점점 개선돼 회복단계로 접어들었으나 프랑스 청년 실업률 회복은 다른 OECD 회원국에 비해 미흡한 편이다.
◆취업 보조금·일 경험 제공…저숙련 청년 집중 훈련
프랑스는 이 같은 청년 니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니트 대응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차원의 청년 고용 이니셔티브(YEI) 프로그램의 기금과 프랑스 자체 예산을 기반으로 '청년 고용 정책 시행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인 청년 니트 관련 정책으로는 '프랑스 청년 보장제도'가 있다. 프랑스 청년 보장제도는 청년들에게 일정 금액의 보조금을 제공해 수입을 보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두 가지의 기능을 하고 있다.
프랑스는 2015년 증가하고 있는 노동시장의 IT 스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IT 학교를 도입하고, IT 분야에서 400개 이상의 과정을 제공해 왔다. 도입 초기에는 3~24개월의 단기간 IT 분야 훈련과정과 소프트 스킬 훈련 과정을 제공하고, 무료로 훈련과정을 제공해 오고 있다. 동 프로그램에 의해 인증을 받은 훈련기관은 정부 보조금을 제공받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돼 있긴 하지만 훈련 참가자의 50%를 저숙련 청년 니트에게 제공한다는 목표를 설정해 저숙련 청년층에 집중한 훈련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취약계층의 청년을 대상으로, 또 도시 복지 우선지역을 대상으로 한 미래직업 프로젝트를 2012년 시작해 2017년 12월 31일까지 운영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은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지원하기 위해 특별히 청년 실업자를 대상으로 한 첫 번째 정부 정책이었다. 일자리 보조금 지원을 통해 일자리 창출의 잠재력이 높은 비영리 부분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필요한 훈련과정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관련 자격을 취득해 환경, 디지털 분야 등 미래 전망이 높은 사회적 기업 분야 및 민간 기업에 장기적인 취업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목적을 뒀다.
프랑스는 공인 직업 교육 기금 징수기관(OPCA)의 직업훈련기금을 통해 청년 니트의 취업과 장기적인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일자리 연계 교육인 도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도제 시스템은 학교기반 직업교육에 비해 졸업생들에게 보다 나은 고용 전망을 제공한다.
유럽 국가에서 운영 중인 재도전 학교(E2C) 또한 도입했다. 프랑스의 E2C는 1998년 마르세유 지역에서 처음으로 시작했으며, 이후 뮐루즈, 상파뉴-아르덴, 생드니 지역 등으로 확대됐다. 2004년에는 E2C 간의 네트워크가 결성됐으며, 이후 재도전 학교에 대한 법적 지원 장치가 마련됐다. 2017년 기준으로 프랑스 전역에 124개의 E2C 교육장이 운영되고 있다. 2017년의 경우 1만5000명 정도가 E2C를 이용했는데 참가자 중 83%가 과정을 완료했다.
◆청년 니트지원 통해 고립·은둔 예방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프랑스 청년 니트 대응 정책이 한국의 고립·은둔 청년 문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짚었다.
먼저 노동시장, 교육 및 훈련, 건강, 사회 복지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들이 결합해 청년 니트라는 문제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응 방안도 이러한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 니트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관련 통계를 확보하는 것이 대응 정책 수립에 앞서 우선돼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장기적으로 활동하지 않는 비활동 니트의 경우에는 관련 기관이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데, 프랑스의 경우 모든 17세 청소년들이 참여하게 돼 있는 방위 및 시민권의 날(JDC) 기회를 이용해 사회 및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운 청년층을 파악하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
취약한 청년이 처한 다양한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니트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봤다. 프랑스의 경우 청년 보장제도, 재도전 학교 등을 통해 각 청년이 처한 환경과 조건에 맞는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각 프로그램 내에서도 청년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의 청년 고용지원을 위한 지역 센터처럼 청년 고용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 센터를 마련하거나, 청년 보장제도처럼 청년 니트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을 설계해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도 제언했다.
청년 니트의 다양한 특성을 감안한 세분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한국처럼 고학력 청년 니트가 많은 경우에는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 획득을 위해 필요한 프로그램은 저학력 위주의 청년 니트를 지닌 국가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교육과정과는 차별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니트 문제 해소를 위한 새로운 제도의 도입은 기획단계에서부터 모니터링과 평가, 피드백 절차 등에 대한 과정 관리 및 평가 시스템을 명확하게 설계하는 게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제도의 도입은 기존의 관련 제도와의 연계와 화합을 고려하고 시행 과정에서 드러나는 보완점을 수시로 피드백할 수 있는 절차 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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