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0.30 10:55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신세계그룹이 이마트와 백화점 사업을 둘로 완전히 나누는 계열분리에 나선다. 백화점 사업을 이끌었던 정유경 ㈜신세계 총괄 사장은 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계열분리는 지난 1997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나온 뒤 27년 만에 이뤄진 두 번째 계열분리다.
30일 신세계그룹은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그룹의 양대 사업을 계열분리시키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고 발표했다. 계열분리와 함께 정유경 총괄 사장이 ㈜신세계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백화점 사업을 독립적으로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정유경 회장의 승진은 지난 2015년 12월 총괄사장 승진 이후 9년 만이다.
신세계그룹 측은 "계열분리는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차원으로, 이번 인사를 통해 원활한 계열 분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역량을 모을 계획"이라며 "정유경 총괄사장의 회장 승진은 책임경영 강화와 계열분리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9년 백화점부문과 이마트부문으로 나누면서 계열분리 가능성을 암시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은 2011년 그룹을 2개 회사로 분할한 뒤, 장남인 정용진 회장과 딸인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각각 이마트와 백화점 사업을 맡겼다.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증여와 주식 교환 등을 통해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의 지분율을 높여주며 승계 작업을 진행해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각각 이마트 지분 18.56%, 신세계 지분 18.56%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총괄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10.0%씩 보유하고 있어 향후 나머지 보유한 지분도 승계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마트와 백화점은 사업 규모 측면에서 이마트가 훨씬 크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백화점이 이마트를 앞서고 있다. 이마트의 사업 분야는 대형마트를 위시로 SSG닷컴(쓱닷컴), G마켓, SCK컴퍼니(스타벅스), 이마트24(편의점), 신세계프라퍼티(스타필드), 신세계푸드, 조선호텔&리조트 등으로 구분된다.
㈜신세계는 백화점 사업을 필두로 신세계디에프(면세점)와 신세계인터내셔날(패션·뷰티), 신세계센트럴시티, 신세계까사, 신세계라이브쇼핑 등이 있다.
지난해 회장으로 승진한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의 부진한 실적을 극복하기 위해 '신상필벌'이라는 인사 쇄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보다 수익성이 늘어났지만, 아직까지 예년의 실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정유경 회장은 백화점 사업이 승승장구하면서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 중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계열분리가 정용진 회장의 실적 부담을 줄여주는 의미도 있으나, 남매 간의 경쟁구도를 확실히 도모하겠다는 이 총괄회장의 의도가 엿보인다는 견해다.
한편,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마트24 대표에는 송만준 이마트 PL/글로벌사업부장이 내정됐고, 신세계푸드 대표에는 강승협 신세계프라퍼티 지원본부장이 선임됐다.
또한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라이프부문 대표를 겸직하게 됐으며,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에는 전상진 이마트 지원본부장이 내정됐다. 신세계L&B 대표에는 마기환 대표를 외부 영입했다. 신세계야구단 대표에는 김재섭 이마트 기획관리담당이 발탁됐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역량을 갖춘 인재라면 직급에 상관없이 대표로 발탁해 성과 창출이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의미를 가진다"며 "과거 획일화된 인사 체계를 탈피한 것으로 조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동기를 부여하고, 회사 전체적으로는 인재 활용 폭을 넓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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