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4.09 12:24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두 번째 화장품 브랜드로 알려진 '와인앤모어(W&M) 뷰티'가 1년도 안 돼 조용히 사업을 접었다. 신세계L&B가 추진한 해당 사업은 송현석 전 신세계푸드·신세계L&B 대표가 지난해 10월 경질되면서 사업 철수를 내부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2019년 화장품 브랜드 '스톤브릭'에 이어 이번까지 두 번의 화장품 사업을 정리하게 됐다. 특히 신세계L&B는 그동안 각종 신사업이 실패로 돌아간 터라 이번 화장품 사업 철수가 적잖은 부담으로 돌아오게 됐다. 일각에서는 신세계L&B가 정 회장의 신사업 '테스트 베드'로 전락하면서 실적 반등이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9일 뉴스웍스 취재를 종합하면 신세계L&B는 W&M 뷰티 사업을 전면 중단하며 생산된 화장품들을 판촉물 용도로 소진하고 있다. 현재까지 화장품 물량 대부분을 시중에 뿌렸고, 조만간 재고 처리가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W&M 뷰티 제품은 마스크팩과 핸드크림, 바디 스크럽(세안제) 등 3종으로 이뤄졌다. 신세계L&B는 지난해 4월 W&M 뷰티 상표를 특허청에 출원한 뒤 관련 사업을 추진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3종 제품을 최소 수량(MOQ)만 주문했다. 화장품 업계에서 최소 수량은 보통 3000개 언저리 수준이다.
사정에 밝은 업계 한 관계자는 "송현석 전 신세계푸드·신세계L&B 대표가 지난해 10월 경질된 이후 관련 사업이 갑자기 중단됐다"며 "W&M 뷰티 제품을 G마켓에 위탁판매하는 방식이 검토됐지만, 마케팅 비용 부담 등 회의적 반응이 나오면서 갑자기 기존 물량을 처리하라는 식의 오더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지난해 3월 회장에 취임한 정용진 회장의 경영 방침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정 회장은 취임 이후 신상필벌과 인적쇄신 등 확실한 성장을 제시한 바 있다. 성과가 불투명한 사업들은 과감히 정리하고, 성과를 자신할 수 있는 분야에 역량을 모으라는 '선택과 집중'을 내세웠다.
다만, 신세계L&B는 그동안 각종 사업을 추진한 터라 이러한 방향성에 경영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했던 발포주 '레츠'는 2023년에 단종했으며, 지난해는 제주소주를 오비맥주에게 매각했다. 여기에 위스키 개발사업도 중단했고, 스코틀랜드 증류기 업체 포시스와 체결한 증류기 구매 계약도 없던 일로 했다.
특히 신세계L&B는 전체 매출 80%대를 책임지는 와인 사업마저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소비 부진에 신세계L&B의 와인전문매장 폐점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국내 와인수입액은 2022년 5억8128만달러(약 8300억원)에서 지난해 4억6211만달러(약 6600억원)로 2년 만에 20.5% 줄었다. 경기 침체와 젊은 층의 주류 소비 감소 등으로 국내 와인 소비 반등이 당분간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2023년 신세계L&B는 영업이익 7억원에 당기순손실 5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영업손실 52억원에 당기순손실 51억원으로 실적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앞서 정 회장은 2022년 와인 사업의 성공을 자신하며 미국 나파밸리 와이너리(와인양조장) '쉐이퍼 빈야드'를 3000억원대에 인수, 향후 와인 사업의 부담이 더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