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4.11.29 09:48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소장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소장.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소장.

지역화폐 할인율의 함정, 상 테크 판을 키운다

지역사랑상품권의 인기 이면에는 '할인율의 함정'이 숨어있다. 상품권 구매를 유인하려면 할인율을 올려야 하고 할인율을 올리면 상 테크(상품권과 재테크의 합성어)라 불리는 부정 사용 유인도 덩달아 커진다.

정부 상품권 시장이 높은 할인율로 부풀려지면 착한 소비와 무관한 상 테크 시장이 번성한다.

실제로 정부 발행 상품권은 정기 예금보다 훨씬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신종 재테크 아이템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머지포인트 사태나 최근 위메프 사태에서 보았듯이 민간업체가 발행한 상품권은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될 수 있지만, 정부 발행 상품권은 그럴 위험이 전혀 없다.

안전할 뿐만 아니라 할인율도 더 높아 상 테크 아이템으로는 대적할 상대가 없다.

민간 전통시장법과 지역사랑상품권법에 미약하나마 부정 유통에 대한 처벌 규정이 있지만, 일일이 가려낼 수도 없을뿐더러 지자체장이나 정치인들에게는 상품권 정책이 생색내기와 치적 자랑에 안성맞춤이라 굳이 들춰낼 의지가 없어 상 테크를 묵인하고 있다.

2022년부터 중앙정부 예산이 큰 폭으로 줄었음에도 일부 지자체가 발행액을 더 늘린 것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운 결정이다. 

상품권으로 망가지는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지역화폐를 바라보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시각은 상극이다. 2025년 정부가 제출한 지역화폐 예산은 0원, 이에 반발해 민주당이 행안위에서 단독 의결한 예산안은 역대 최고치인 2조원이다.

민주당의 주장대로 정부의 예산으로 연명하는 할인소비쿠폰이 위기의 전통시장과 자영업을 살리는 정책이라 믿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상품권으로 산업기반이 무너진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현금을 주고 구매한 상품권을 지정 가맹점에서 지급수단으로 이용한다고 해서 소비자의 구매력이 더 커지는 것도 아니고 할인 혜택 때문에 소비가 더 늘어난다는 보장도 없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지원액은 1조2522억원으로 같은 해 여가부 예산 1조 2325억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민주당이 단독 의결한 2025년 지역화폐 예산 2조원도 내년 여가부 예산 1조8163조원보다 더 많다.

돈을 뿌리는 만큼 상 테크족이나 민간 대행사 등 누군가는 이익을 보지만, 그 많은 예산을 쏟아부을 만한 가치가 있는 정책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차라리 그 예산을 걸식 아동 급식 지원이나 한부모‧조손가정 생계지원 등 정부의 도움이 절실한 곳에 사용한다면 새로운 이전소득이 생긴 만큼 소비가 늘어나 실질적인 소상공인 매출 증대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혈세 낭비 실패작인 제로페이를 포함해 허상을 좇는 인기영합적 상품권 정책은 이제 접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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