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2.13 15:49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한국의 '권력 공백' 상태가 국가 안보와 한·미 동맹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동맹 재검토에 대비해야 하는 한국에서 정치적 마비로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한국의 현 정국에 대해 "한 달 전만 해도 윤석열 대통령은 골프 연습을 재개하며 새 미국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시작하려 했지만, 이제는 두 번째 탄핵 표결을 앞두고 정치적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체포 가능성까지 직면했고, 여당과 총리에 의해 직무에서 배제됐으나 헌법상 근거가 있는지 논란이 있는 데다 국방부는 여전히 군 통수권자가 대통령이라고 밝힌 일련의 상황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 한국은 내부 위기에 빠졌다. 누가 책임자이고 책임은 언제까지인지 아무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리더십 위기는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맞물리면서 대외 정책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한·미 동맹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주요 동맹국들에 대해서도 철저한 계산서를 내밀겠다고 예고해 왔다. 안정적인 정치 지도자가 신뢰감을 주면서 차기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해야 하는데, 오히려 내부의 정치적 위기로 인해 미국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데서 열세에 몰리고 외교·통상 정책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빅터 차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국 석좌는 "(트럼프 임기가 시작되면) 한국과 독일에 주둔한 미군 병력이 축소되거나, 동맹에 10%의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며 "모든 나라가 트럼프 당선인과 직접 만나 손해를 줄여보려 할 텐데, 리더가 없는 한국은 상당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사태가 북한의 도발 우려를 증폭시켰다는 시각도 있다. WP는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이 "한국 정부의 기능 장애를 북한이 기회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