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5.01.02 16:47

국무위원 반발에 "경제에 대한 답 가져와라…고민하고 이야기하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5년 한국은행 시무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유튜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5년 한국은행 시무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유튜브)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헌법재판관 3명 중 2명을 임명한 것에 대해 '긍정 평가'를 하며 힘을 보탰다. 일부 국무위원이 반발한 데 대해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이 총재는 2일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통해 최 권한대행의 결정을 두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평가가 다르겠지만, 최 대행이 대외 신인도 하락과 국정공백 상황을 막기 위해 정치보다는 경제를 고려해 어렵지만 불가피한 결정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 우리 경제 시스템이 정치 프로세스와 독립적으로 정상 작동할 것임을 대내외에 알리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이제는 여야가 국정 사령탑이 안정되도록 협력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특히 신년사를 진행하며 배포문과 달리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이 총재는 "한 마디 더 안할 수 없다"며 "최 대행에 대해 비판이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비판할 때는 최 대행이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답도 같이 하는 것이 좋겠다"고 지적했다. 

또 "국정에 책임 있는 국무위원들의 비판이 해외 신용평가사에 어떤 함의가 있을지 생각을 해달라"며 "신용평가는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해외 기관이 우리 정부가 유지될 건지에 따라 결정하는 것으로, 신용등급은 한번 내려가면 다시 올라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시무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최 권한대행이 '우리 경제와 정치 프로세스가 분리돼 간다, 한국 경제는 튼튼하다'는 메시지를 내는데 책임있는 사람들이 비난하면 그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느냐"며 "고민 좀 하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최 권한대행은 국민의힘 추천 후보자 1명(조한창)과 더불어민주당 추천 후보자 2명 중 1명(정계선)을 각각 임명했다. 마은혁 후보자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를 요청했다.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3인 중 2인을 임명하자 일부 국무위원들이 "상의 없이 결정했다"며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야당의 탄핵 협박에 굴복해 헌법상의 적법절차 원칙을 희생시킨 것으로, 잘못된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석비서관급 이상의 대통령실 고위 참모들도 지난 1일 항의 차원에서 최 권한대행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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