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1.14 17:32

[뉴스웍스=강석호 기자] 롯데면세점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따이궁(중국 보따리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단기적으로 매출과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14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이달부터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따이궁에게 면세 상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한 따이궁 전담의 별도 부서인 마케팅팀, 커뮤니케이션팀, 여행사 등을 하나로 통폐합했다. 이는 단기적인 매출을 포기하면서 따이궁의 의존도를 벗어나겠다는 경영 의지로 풀이된다.
따이궁은 한국 면세품을 헐값에 대량 구매해 동남아시아 등에 되파는 중국 보따리상을 일컫는다. 지난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에 따른 한중 갈등에 중국 정부가 단체관광객의 한국 입국을 금지하자, 따이궁 입지가 커졌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따이궁의 입김이 더욱 세지면서 국내 면세 업계의 매출을 좌지우지하는 수준으로 영향력이 커졌다.
문제는 면세점마다 따이궁 매출 의존도가 높아지자 이를 확보하기 위한 출혈경쟁으로 번진 것이다. 사업자마다 상이하지만, 면제점은 보통 상품 판매에서 최소 20%의 마진을 남겨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 그럼에도 면세점은 따이궁에게 상품 정상가의 40~50% 가격을 수수료 명목으로 환급했다. 2023년 이후 수수료를 35%까지 인하했지만, 여전히 수익성 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는 실정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이번 따이궁 거래 중단과 조직 개편은 관련 매출을 포기하더라도 자체 수익성 안정화를 확립하기 위한 취지"라며 "2017년 이후 면세업계가 따이궁 시장으로 변형됐을 정도로 업체 간 따이궁 경쟁이 과열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면세업계가 따이궁에 집중하면서 정작 중국인 관광객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면세점 핵심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들은 최근 면세점 쇼핑보다 '체험관광'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자료에서 지난해 1~9월까지 방한 중국 관광객 360만명은 '문화체험'을 가장 많이 했다. 등산이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체험관광이 대세를 이뤘다. 면세점 쇼핑은 순위권에 없었고, 대형쇼핑몰 방문도 10위에 그쳤다.
향후 롯데면세점의 따이궁 배제 전략이 실질적 효과로 이어진다면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현대면세점 등도 적극적인 벤치마킹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들 역시 실적 저하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따이궁 도매업자가 된 국내 면세업계의 기이한 구조를 경쟁사들과 함께 바꿔야 한다"며 "고환율과 경기침체, 높은 임대료 부담, 중국의 소비 트렌드 변화 등 각종 악재가 쌓인 상황에서 기존의 방식만 답습하다가 마지막 기회까지 놓쳐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면세점은 최근 온라인 면세점과 라이브 커머스 강화, NFT(대체불가토큰) 마케팅, 국내 관광 상품 연계 등을 진행하며 면세점 사업의 매출 분산을 꾀하고 있다. 신라면세점 역시 온라인 면세점 경쟁력 강화와 호텔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 운영 등 다양한 방안으로 수익성 회복에 나서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