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4.12.28 14:00
7월 26일 서울 강남구 티몬 사옥에서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현장 환불 접수를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7월 26일 서울 강남구 티몬 사옥에서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현장 환불 접수를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올해 유통업계는 저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절박했다. 국민적 공분을 산 '티메프(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숨겨진 병폐를 낱낱이 드러냈으며, 기존 유통 시장을 대표하던 대형마트, 백화점, 면세점 등은 저마다 백기를 들고 대단위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그나마 해외 각지의 'K-푸드' 인기는 위안거리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출 신기록을 경신하며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뉴스웍스는 올해 유통업계를 달군 주요 이슈들을 정리했다.

◆피해액 1.6조 '티메프 사태'…대형마트부터 면세점까지 '구조조정'

올해 7월 국내 유통업계의 흑역사를 장식한 티메프 사태는 이커머스인 티몬과 위메프의 협력사 미정산금 문제로 시작됐다. 초기에는 피해액이 1000~2000억원대로 추정됐지만,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조단위까지 불어났다. 검찰이 추산한 티메프 사태 피해액은 약 1조6000억원에 달했고, 피해를 입은 판매자는 5만7000여 명으로 집계된다.

티메프 사태는 재무 건전성보다 판매 확대에만 급급한 일부 이커머스 업체의 치부를 드러내 업계 전반의 위기로 비화됐다. 사건 이후 판매대금 정산 주기 단축과 대금 별도 관리 등 정부 차원의 대대적 규제가 뒤따랐지만, 피해자 보상책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정부는 1조6000억원의 지원금을 마련했으나 까다로운 대출 조건에 효과가 지지부진하다. 최근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티메프와 여행사·PG사의 연대 환불 조정을 결정했지만, 조정의 강제성이 없어 법정소송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면세점은 생존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영업손실을 낸 이마트는 올해 실적 개선을 이뤄냈음에도 3월, 12월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홈플러스와 롯데쇼핑도 구조조정에 나서 대형마트 업황 침체가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줬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유통업태별 매출 동향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은 2014년 27.8%에서 지난해 12.7%까지 떨어져 한 자릿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8월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 면세점에 입점한 브랜드들이 매대를 정리하고 철수에 나선 모습. (사진=김상우 기자)
지난 8월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 면세점에 입점한 브랜드들이 매대를 정리하고 철수에 나선 모습. (사진=김상우 기자)

백화점도 경기침체의 늪을 피해가지 못했다. 외형상 매출은 소폭 성장했지만, 저마다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업체들은 신규 출점보다 점포 리뉴얼이라는 '출구 전략'을 짜면서 실적 부진 점포를 하나둘씩 정리하고 나섰다.

롯데백회점은 지난 6월 마산점 폐점을 단행했으며, 최근 부산 센텀시티점 매각을 추진 중이다. 향후 매출 하위권 점포들을 중심으로 추가 구조조정에도 나설 계획이다. 현대백화점도 서울 구로구에 소재한 디큐브시티점을 내년 6월 폐점할 방침이다.

면세점은 끝 모를 혹독한 겨울이 이어지고 있다. 면세점 모든 사업자가 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내년에도 흑자전환이 요원하다. 롯데면세점은 비상경영에 돌입해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신세계도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최근 정부가 면세 주류 소비자 규제 제한과 특허수수료 인하 등 지원책을 내놨지만, 근본적 해결방안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다.

최근 12·3 비상계엄 사태와 맞물려 고환율 악재까지 더해지자 일부 면세 사업자는 사업 전반을 대폭 축소하는 조치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은 달러를 기준으로 판매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가격경쟁력이 매우 취약해진다.

지난 9월 27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을 대상으로 가격 남용행위 등 불공정 행위를 주장하며 공정위에 신고한다고 밝혔다. (사진=김상우 기자)
지난 9월 27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을 대상으로 가격 남용행위 등 불공정 행위를 주장하며 공정위에 신고한다고 밝혔다. (사진=김상우 기자)

◆정부 개입한 '배달앱' 갈등…프랜차이즈 강타한 '차액가맹금'

올해 배달앱 업체와 자영업자들의 수수료 갈등도 업계를 달군 이슈다. 자영업자와 외식 프랜차이즈 단체들은 배달앱들의 수수료 인상이 부당하다며 대대적 반발에 나섰고,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배달 수수료율 중재에 나섰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배달앱 수수료 인상이 외식업주 부담 가중에 그치지 않고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결과다. 중재안은 100일 동안의 공방 끝에 2.0~7.8%의 차등수수료율로 귀결됐지만, 양측의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상생안은 거래액 기준 상위 35% 입점업체에게 중개수수료 7.8%·배달비 2400~3400원이 책정됐다. 상위 35~80%에 대해서는 중개수수료 6.8%·배달비 2100~3100원을, 나머지 80~100%는 중개수수료 2.0%·배달비 1900~2900원이 부과된다. 배달앱들은 차등수수료율 도입에 따라 중개 수수료율을 통한 수익 창출이 쉽지 않아지면서 향후 '구독 경쟁'이라는 새로운 경쟁에 돌입할 전망이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를 강타한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피자헛 가맹점주들의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이 법원에서 일부 승소판결을 받자 여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마다 소송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관련 업계는 향후 차액가맹금 갈등이 확장된다면 유통망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가맹본부의 배상금 부담에 사업 축소 내지 폐업까지 이어지면 가맹점주들의 생존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차액가맹금 논란을 해소하려면 가맹점 매출의 일부를 지불하는 '로열티 제도'의 순차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왼쪽)과 정유경 신세계 회장.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왼쪽)과 정유경 신세계 회장.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시험대 오른 '오너 리더십'…수출 신기록 'K-푸드'

유통업계 주요 업체들의 지형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10월 임원인사에서 이마트와 ㈜신세계의 계열 분리를 공식화했다. 이마트는 정용진 회장이, ㈜신세계는 정유경 회장이 맡는다. 이러한 그룹 쪼개기는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사업 모델의 고도화와 경영 효율성 제고, 자본 조달과 투자 유연성 확보 등 다목적 의미를 염두에 뒀다.

국내 유통업계 1위 사업자인 롯데그룹은 승계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 지난해 전무 승진 이후 1년 만에 부사장까지 꿰찼다. 신 부사장은 그룹의 신사업을 진두지휘하며 위기의 롯데를 안정화시킬 중책을 맡게 될 예정이다. 

올해 롯데그룹은 유동성 위기에 휩싸이면서 그룹 상징인 롯데타워를 담보물로 내놓을 정도로 수습 총력전을 펴고 있다. 향후 그룹 위기를 불식시키고 신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신 부사장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의 파리올림픽 기간 동안 진행한 '비비고 시장'에서 방문객들이 K-푸드를 즐기고 있다. (사진제공=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의 파리올림픽 기간 동안 진행한 '비비고 시장'에서 방문객들이 K-푸드를 즐기고 있다. (사진제공=CJ제일제당)

올해 갖은 악재로 바람 잘 날 없었던 유통업계지만, K-푸드의 선전은 반가운 소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1월 라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11억3840만달러(약 1조6600억원)로 집계돼 지난해 달성한 역대 최대치를 1년 만에 갈아치웠다.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9억5200만달러(약 1조3900억원)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김 수출액도 올해 사상 최초로 10억 달러(약 1조4591억원) 돌파가 확정적이다. 1~11월 김 수출액은 9억2000만달러(약 1조34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5.2%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작성했다.

또한 과자류 수출액도 같은 기간 전년 동기 대비 16.5% 늘어난 7억570만달러(약 1조300억원)를 기록했으며, 음료 수출액은 14.9% 증가한 6억930만달러(약 8900억원), 냉동김밥과 즉석밥, 떡볶이 등의 쌀 가공식품 수출액은 2억7500만달러(약 1100억원)로 39.3% 늘었다. 나란히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며 K-푸드가 새로운 수출동력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글로벌 사업 순항에 힘입어 올해 식품업계에서 3~4조원의 매출 실적을 내는 기업들이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9곳이었던 3조 클럽은 올해 11곳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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