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4.12.06 22:00
지난 8월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 면세점에 입점한 브랜드들이 매대를 정리하고 철수에 나선 모습. (사진=김상우 기자)
지난 8월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 면세점에 입점한 브랜드들이 매대를 정리하고 철수에 나선 모습. (사진=김상우 기자)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면세점과 여행사 등이 연말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분위기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그치지 않고 1500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면세점은 사면초가에 처한 신세다.

6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국회의 탄핵소추안 움직임에 세계 주요국마다 한국을 '여행주의국'으로 분류하고 나섰다. 연말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은 계엄령 해제 이후에도 상황이 유동적이라며 한국 여행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한국을 방문했다면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지역을 피할 것을 권고했다. 영국과 일본도 여행주의보를 발령하고 방문객들에게 상황을 지속 모니터링할 것을 주의했으며, 뉴질랜드는 4단계 여행위험국 등급에서 한국을 2단계 주의국으로 상향시켰다.

또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도 한국을 여행위험국으로 분류해 자국민들의 한국 방문을 막고 나섰다. 이밖에 중국·독일·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호주 등도 한국을 방문한 자국민들의 안전을 당부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원달러 환율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면세점 업체들과 여행사들은 최악의 수까지 헤아리는 지경이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원달러 환율을 억제하지 않는다면 1500원대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이 다음 달 20일 예정됐으며, 국회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절차를 본격적으로 착수해 당분간 국정 마비가 불가피하다.

면세점 업계는 만약 환율이 1500원대까지 치솟는다면 고환율 타격에 휘청일 것으로 예상했다. 면세점마다 상품 매입가가 높아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 대규모 할인 쿠폰 발행 등 프로모션 출혈이 불가피하지만, 가뜩이나 적자가 쌓이고 있는 면세점들이 손해를 각오한 마케팅을 벌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여기에 시내 면세점 대부분이 도심에 위치하면서 빈번해진 집회로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이 아예 끊길 수도 있다.

여행사들도 고민이 커지고 있다. 국내 여행객들이 높아진 환율로 인해 해외여행 상품 구매를 꺼리기 때문이다. 환율이 낮으면 해외에서 쓸 수 있는 돈의 가치가 커지지만, 반대의 경우는 같은 돈이라도 가치가 떨어진다. 

여행사 한 관계자는 "12월은 해외여행객들이 많은 겨울방학 특수지만, 원달러 환율의 심리적 방어선인 1400원이 무너지면서 작년보다 상품 구매율이 떨어지고 있다"며 "만약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까지 치솟는다면 기존 해외여행 상품을 예약한 고객들까지 무더기로 이탈할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신라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화장품·향수 매장을 선보였다. (사진제공=신라면세점)
최근 신라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화장품·향수 매장을 선보였다. (사진제공=신라면세점)

식품업계도 원재료 대부분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상황이라 고환율에 떨고 있다. 환율 상승에 원재료 매입 원가가 높아지게 되며, 물류비와 운송비도 동반 상승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향후 물가 인상도 부추기게 된다.

그나마 K-푸드 인기에 힘입어 수출 활성화가 이뤄지는 CJ제일제당, 삼양식품, 농심 등은 고환율 타격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오뚜기와 같이 내수 비중이 압도적인 식품기업들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환율로 인해 연말 특수를 기대할 수 있었던 호텔들도 표정이 좋지 못하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 관광객들의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고급 호텔 투숙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호텔에서는 계엄령 사태 이후 일부 외국인 관광객이 잔여 투숙일을 남기고 출국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환율이 문제가 아닌, 외국인 관광객들이 아예 발걸음을 돌리는 것이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주간거래 종가 대비 4.1원 오른 1419.2원에 거래를 마감했으나 장중 1430원선을 위협할 정도로 급등 추세가 여전했다. 하루 변동 폭만 15원에 달해 정국 불안감을 그대로 반영했다. 금융당국은 단기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할 계획이라며 환율 안정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향후 윤 대통령의 거취 여부가 정해지기 전까지 급등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정치적 불안감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판단돼 올해 연말 특수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 같다"며 "가뜩이나 업계 전반이 소비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중에 예기치 못한 계엄 쇼크가 더해져 착잡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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