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2.13 16:50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지난해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글로벌 수요 위축과 중국발 공급 과잉에 밀려 휘청였다.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고, 적자로 전환한 기업도 속출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빅4 중 금호석유화학을 제외한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이 모두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매출 7조 1550억원, 영업이익은 272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3.2%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24% 줄었다. 범용 제품군인 합성수지 사업이 연간 184억원의 적자를 냈고 페놀유도체 사업이 연간 17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다만 특수합성고무(EPDM), 친환경고무(TPV) 사업이 연간 70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흑자를 견인했다. 부진한 업황 속 비교적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LG화학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8조9161억원, 영업이익 916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46%, 63.75% 감소한 실적을 냈다. 특히 석유화학 부문에서 13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LG화학의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기초화학사업 비중이 높은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매출은 20조4304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늘었으나, 영업손실이 8948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 늪에 빠졌다. 첨단소재 사업에서 187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롯데케미칼 전체 사업 중 70%를 차지하는 기초화학 부문이 8096억원의 적자를 내며 전사 적자 규모가 크게 늘었다.
한화솔루션도 지난해 300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2조3940억원으로 전년 대비 5.2% 줄었다. 주요 사업인 신재생에너지와 케미칼 부문의 동반 부진이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영업손실 1213억원을 기록한 케미칼 부문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주요 제품 가격이 하락한 데다, 해상 운임과 전기요금 인상까지 겹치며 수익성에 타격을 줬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수요 위축이 지속된 데다 중국의 대규모 공장 신·증설로 공급 과잉이 일어난 점이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국내 석유화학 최대 소비국인 중국이 자급률을 끌어올리며 한국 수입 물량을 대폭 줄였고, 이는 국내 기업 실적에 치명타를 안겼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에틸렌 생산량은 6007만톤으로 2020년(3218만톤) 대비 약 2배 증가, 오는 2027년에는 7225만톤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글로벌 에틸렌 공급 과잉 물량은 4590만톤으로 전년(4640만톤)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28년에는 5910만톤까지 늘어나며 공급 과잉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에 석유화학 업체들은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며 구조조정에 나서는 동시에 고부가 제품 개발 등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LG화학은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 매각을 검토 중이며,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LUSR) 청산을 발표한 데 이어 파키스탄 법인(LCPC)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신사업에도 속도를 낸다. LG화학은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와 반도체 세정제 C3IPA 등 친환경 제품을 앞세운 스페셜티 개발에 속도를 낸다. 롯데케미칼은 ABS와 PC 등 기능성 첨단소재 사업을 확장하는 등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함께 기초화학 사업 비중을 30% 이하로 줄이는 '에셋 라이트(자산 경량화)'를 전략을 추진 중이다.
한화솔루션은 케이블 소재 등 신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고성능 타이어용 합성고무 소재(SSBR)의 생산능력을 늘리고, 합성수지 등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제품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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