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3.02 06:05
공업사 반응 엇갈려…"독점 문제" vs "공급시스템 문제없어"
현대모비스 "공급지연 품목 최대한 빨리 조치되도록 노력"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2019년식 제네시스 차량의 프론트 쇽업쇼바를 교체해야 하는데 현대모비스 대리점에서도 없다고 합니다. 전국에도 재고가 없다는데 도대체 어디서 구해야 하나요?"
최근 자동차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현대차·기아의 부품 공급 지연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출시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차량의 부품이 단종됐다는 사례까지 공유하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2일 뉴스웍스가 서울 시내 1급 공업사 3곳을 취재한 결과, 현대차·기아 부품 수급 문제로 인해 수리가 지연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도봉구에서 1급 자동차 공업사를 운영하는 A씨는 "부품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 현대모비스에 여러 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토로했다.

그는 "우리 공업사에도 현대차 'i40' 한 대가 지난해 12월 말부터 수리를 받지 못하고 방치돼 있다"며 "해당 차량의 백도어 가니쉬(몰딩) 부품이 없어 발주했지만, 두 달째 공급되지 않고 있다. 현대모비스에서는 부품 금형이 손상돼 수리 중이라 지연된다고만 설명한다"고 말했다.
A씨는 현대차·기아차의 부품 공급이 타 완성차 브랜드보다는 원활한 편이라고 평가하면서도 "10년 이상 된 차량은 상대적으로 부품 공급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에서 10년 이상 된 차량에 대해서는 신경을 덜 쓰는 분위기고, 리콜도 10~15년 이후에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인근에 있는 1급 공업사인 기아 오토큐의 사정은 더 심각했다. 공업사 관계자 B씨는 "에어백 관련 부품인 크래시 패드, 무릎 에어백, 핸들 에어백 등이 없어 수리하지 못하고 있는 차량만 3대가 넘는다"며 "해당 부품들은 두 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 현대모비스의 독점 공급 구조로 인해 공급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특히 소나타 DN8 택시용 모델의 경우 "중국에서 제조되는 부품이 많아, '클래시 패드' 같은 부품이 선박을 통해 들어오는 과정에서 공급이 지연된다"며 "해당 부품이 없으면 길게는 두 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업사 관계자에 따르면 부품 공급 문제는 신차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B씨는 "현대차 더 뉴 그랜저(GN7)를 비롯해 기아 K8, EV9, EV6 등 일부 신차에서도 부품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그랜저 GN7의 에어백 관련 부품이 없어 수리를 못 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예를 들어 대시보드 패널 같은 부품은 주문 후 공급까지 두 달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문제는 차량 출고는 계속되고 있지만, 정작 AS 부품으로는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원의 '2019~2024년 자동차부품·소모품 관련 소비자 상담 접수 현황'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총 1만1753건의 상담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인 2019년에는 2003건이 접수됐으며, 이후 2020~2023년 연간 2000건을 이하를 유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2210건으로 전년 대비 15.2% 증가하며 가장 많은 상담이 접수됐다.
한국소비자원 측은 "지난해 상담 건수에는 처리 중인 사건이 포함돼 있어 변동 가능성이 있다"며 "상담에는 단순 불만과 문의 등이 포함돼 있고, 모든 사례가 소비자 피해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공업사들은 현대차·기아의 부품 공급 구조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공업사 대표는 "현대모비스가 부품 생산업체로부터 납품받아 이를 대리점을 통해 유통하는 구조인데, 협력업체들이 현대모비스 외에는 부품을 공급할 곳이 없다"며 "이런 독점 공급 체계로 인해 협력업체들이 적정 수익을 보장받지 못하면서 생산을 줄이고, 공급 지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대차·기아가 출고된 차량 대비 최소 10% 이상의 AS 부품을 확보해야 한다"며 "출고와 동시에 시중에 일정 비율의 부품을 배분하고, 향후 20년 동안은 해당 차량의 부품을 지속 생산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부품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라며 다른 입장을 보였다.
서울 시내 한 현대 블루핸즈 공업사 관계자 C 씨는 "반도체를 비롯한 전장 부품이 많이 들어가는 요즘 차량의 특성상, 일부 부품이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일 뿐, 전체적인 공급 시스템이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부품마다 상황이 다르고, 오래된 차의 부품 수급이 어려운 것은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1990년대 생산된 차량 부품을 지금까지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부품이 없다고 단정 짓기 전에 전산 시스템을 통해 재고를 다시 한번 확인하거나, 다른 대리점을 통해 조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며 "하지만 대부분 정비소에서는 '없다'는 말만 듣고 고객에게도 똑같이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품 공급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제조사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국산차의 강점은 부품이 늦어도 2주 안에 수급돼 AS가 원활하다는 점인데, 지금처럼 몇 달씩 걸리는 상황은 심각한 문제"라며 "정부가 자동차 평균 수명과 내구성이 향상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과거의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며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작사는 AS 부품의 수급 시기와 수요를 예측할 능력이 있음에도 신차 판매와 수익 창출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이는 제조사의 책임 방기"라고 비판했다. 특히 "출시된 지 10년도 안 된 차량의 부품이 단종되는 것은 소비자에게 사실상 새 차를 사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차의 한국 시장 점유율 확대를 우려하고 있는데, 만약 중국 자동차 기업이 품질 문제를 해결하고 부품 수급 문제에 적극 대응한다면 소비자들은 중국차로 충분히 이동할 수 있다"며 "현대차·기아가 이 같은 상황을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현대모비스 측은 "일부 원자재 공급 지연과 협력사 라인 사정 등이 있었으나, 현재 재고를 확보해 유통하고 있다"며 "일부 품목도 최대한 빠르게 조치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