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3.08 08:00
반도체마저 '빨간불'…분쟁 격화 시 성장률 1.5%도 위태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새해 들어 감소한 수출이 한 달 만에 반등했으나, 일평균 수출이 줄면서 수출 증가흐름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특히 믿었던 반도체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가운데 글로벌 관세 역풍이 한국 수출에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월 수출은 526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0%(5억3000만달러) 증가했다. 전월(-10.2%) 감소에서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역대 2월 중 2위 실적에 해당하나, 1월로 이동한 설 연휴에도 불구하고 수출 증가율이 1.0%에 그쳤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은 23억9000만달러로 5.9%(-1억5000만달러) 줄었다. 넉 달 만에 감소했다.
이에 1~2월 수출은 1017억달러로 1년 전보다 4.7% 감소한 상태다. 1월에는 전체 수출이 16개월 만에 감소했고, 2월에는 일평균 수출이 줄면서 향후 수출도 호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흐름이다.
2월에는 15대 주력 수출품목 중 컴퓨터·무선통신 등 IT분야 2개 품목과 자동차·바이오헬스 등 총 4개 품목 수출이 증가했다.
자동차 수출은 61억달러로 17.8% 증가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예고한 만큼 향후 개선세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동차 수출 증가가 미국의 4월 관세를 앞둔 밀어내기에 일부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면 11개 품목의 수출은 감소했다. 특히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는 2월 중 96억달러를 수출해 3.0% 줄었다. 15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이 끊긴 가운데 10개월 만에 100억달러를 하회했다.
HBM, DDR5 등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의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범용 메모리 반도체(DDR4, NAND) 고정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소폭 감소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출 모멘텀이 예상보다 빠르게 약화된 만큼 IT 품목과 비IT 품목 수출의 동반 부진은 당분간 계속될 소지가 있다"며 "미중 무역분쟁 격화 시 대중 반도체 수출이 추가로 감소할 위험이 상존한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관세 전쟁이 본격화됨에 따라 향후 수출 전망은 밝지 않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주요국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수출 회복 시점은 더 지연될 것"이라며 "이미 3개 분기째 0.0% 내외 성장에 그치고 있는 한국 경기가 지금보다 더 심각하게 나빠질 위험은 아직 크지 않지만 대내외 수요가 동시에 악화되고 있어 상반기 내내 경기 하방 압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봤다.
성장률 추가 둔화도 우려된다. 앞서 한국은행은 2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1.5%로 제시했다. 작년 11월 전망치보다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한국은 아시아 역내 선진국과 신흥국 중에서 대미 무역흑자가 큰 국가로, 미국의 관세 부과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된 국가 중 하나다. 미국이 10% 상호관세를 부과하면 한국은 GDP 측면에서 0.7%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씨티는 미국이 중국에 20%, 캐나다·멕시코·유럽연합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 GDP가 1년간 0.065%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도 수출이 우리 경제를 견인할 수 있도록 총력 지원할 방침이다. 우선 수출기업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366조원의 무역금융을 공급하고 관세피해 우려 기업에 대한 선제적 애로 해소를 지원한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도 늘린다. 원산지 증명 컨설팅부터 대체판로 개척까지 패키지로 지원하는 '관세 대응 수출바우처'를 도입한다. 6월까지 무역보험·보증료는 50% 일괄 감면하고, 피해기업에 대해서는 보험한도를 최대 2배까지 확대한다.
통상환경 변화로 해외사업장을 조정하는 기업이 국내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도록 유턴기업 세제지원과 보조금도 강화한다. 신시장 개척에도 나서 최근 부상하는 글로벌 사우스 시장을 타게팅해 현지 네트워킹, 무역금융, 마케팅 등 지원을 강화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