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3.13 09:00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임응수 "자기 분야 뚜렷한 성과 내야 인재…학력·경력 좋다고 인재는 아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단일 사건으로 80명이 구속되면서 우리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줬던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도 이제 50일 정도가 지났다.
이 대형사건을 맡아서 변호 활동을 하고 있는 변호사는 각기 다른 법인에서 나온 변호사 20여명이다.
이 변호인단의 일원인 임응수 변호사는 12일 뉴스웍스와의 인터뷰에서 "각기 소속도 다른 변호사들이 각자가 다른 계기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서부지법 폭동 사태' 변호인으로 나서게 됐다"고 전했다.
임응수 변호사는 이 사건의 변호를 맡으면서 "요즘 청년들에게서 참으로 여러가지를 많이 배운다. 그 과정에서 나는 결심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청년들이 나를 필요로 하는 한, 나는 그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아래는 임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서울 서부지법 폭동 사태의 변호를 맡게 된 배경을 소개해달라.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로 인해 현재 구속돼 있는 청년들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이렇다. 윤 대통령이 구속되기 전 서울 한남동 공관에 계실 때의 얘기다.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MZ 결사대'라는 이름의 단체카톡방을 개설했다. 이건 사실 어떤 조직을 갖춘 단체는 아니다. 다만, 지난 겨울 내내 이 청년들이 한남동 대통령 공관 앞에서 탄핵반대 시위를 하러 나오다보니까 서로가 낯이 익게 돼서 그 청년들이 몇 사람이 모여서 단체카톡방을 하나 만들어서 집회 관련한 정보를 공유하고 친목도모도 하고 그런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그중에서 적극적인 성격을 가진 청년들 8~9명이 서울서부지법에서 물리력을 행사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수사기관에서 'MZ 결사대'라는 단체카톡방의 방장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방장을 맡은 청년은 서부지법 사태때 폭력행위 등에 가담하지도 않았음에도 이처럼 압수수색을 당했고 그 사태와 관련된 청년들은 지금 체포당한 상태다.
문제는 'MZ 결사대'가 그냥 우연히 생긴 단톡방에 불과한데도 수사기관에서는 이것을 갖고 마치 보수 유튜버들이 이들을 후원하면서 뭔가를 지시하고 전광훈 목사나 윤 대통령과 연결된 조직사건인 양 몰아가려 한다는 느낌을 받게 됐다. 하지만 수사기관이 구체적 물증을 잡으려고 50일 동안을 수사했지만 별다른 게 나온 게 없다. 심지어 'MZ 결사대'의 멤버였던 청년들의 휴대폰을 다 조사했어도 뭐가 나온 게 없다. 이런 상황이니 방장을 비롯한 그 청년들이 얼마나 불안했겠나. 그 청년들이 '언제 나를 무슨 꼬투리를 잡아서 구속하려들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쌓여 있더라. 그래서 이런 청년들을 돕고 싶어 변호를 맡게 됐다."

-'서울서부지법 사태'는 분명한 폭동사태라는 지적이 있는데 반론이 있다면.
"반론할 생각이 없다. 변호사가 하는 일이 원래 그런 일이다. 범죄를 옹호하지는 않지만 다만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됐는가에 대한 사정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설명을 하는 것뿐이다. 다만, 어떤 특정 부분에 대해 자세히 살펴봐달라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이 서부지법 사태에 관여된 청년들이 서부지법의 판결에 너무 화가 나서 폭력사태를 일으켰는데 그러면 애초에 동기 유발은 과연 누가 했느냐에 대한 판단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범죄라 하더라도 왜 이런 범죄를 저지르게 됐는지에 대한 사정이 참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서부지법 사태'에서 의문스러운 점이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과연 서부 지방법원의 후문이 왜 그날 잠겨있지 않았나하는 점이다. 설령, 잠겨져 있었다손 치더라도 시원치 않게 잠겼다는 게 동영상 들으로 확인이 됐다. 사법의 근간인 대한민국 서울서부지방법원의 후문이 왜 다른 때는 그렇게 잘 잠겨 있던 문이 1월 19일 새벽 3시에 시위대들 몇백명이 그 자리에 있었음에도 그 문이 제대로 안 잠겨있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나도 음모론을 진짜 싫어하는 사람인데 이게 설명이 잘 안 되더라. 경찰이나 법원이 법원 경비를 말도 안 되게 허술하게 했거나 그게 아니라면 의도했다거나 둘 중의 하나가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실수였다 하더라도 그 정도의 중대 실수면 경찰청장 대행인 이호영 같은 경찰 수뇌부는 과실로 처벌받고 직에서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서부지법 사태에서 특별히 느낀 점이 있다면.
"내가 1971년생인데 이 청년들을 보면서 대한민국 그리고 애국 세력은 청년들을 중심으로 재편돼야 된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청년들 중심으로 재편되지 않으면 대한민국도 망하고 애국 우파도 망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청년층이 사회 곳곳에서 주도 세력으로 자리를 잡아야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구태에 찌들은 자들이 대한민국 보수 정치를 이끌어 나가서는 이 나라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언론들도 마찬가지다. 세칭 보수언론으로 분류되는 언론들이 하는 작태를 보면 이들이 하루속히 종식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렇게 돼야만 정말 밝은 희망이 우리에게 있는 것이고 만약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에는 미래가 없다고 단언한다. 물론, 청년이라고 해서 다 같은 청년은 아니다. 그리고 나이만으로 딱잘라 말하기도 힘든 부분이 있긴 하지만 열정이 있는 청년세대가 중심이 돼야만 우리나라의 변화가 가능하지 이른바 '썩은 보수'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정권을 창출하고 유지할 수가 없다. 한마디로 대안적인 세력으로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한다."
-서부지법 사건을 맡기 전에 주로 맡았던 사건은 어떤 분야였나.
"제 절친이 MBC 제3노조위원장인 강명일이다. 그러다보닌 지난 7~8년 정도는 언론계 관련 사건을 맡아서 주로 해왔다. 그러다보니 이 친구 때문에 전 MBC사장인 김장겸 현 의원을 알게됐고 그러다보니 국민의힘 당직자들도 알게돼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보수우파 진영의 사람들과 인맥이 쌓이게 됐다. 언론계에서 부당하게 해고되는 등의 일을 겪게된 분들의 손해배상 원직 복직 문제 등도 많이 다뤘고 특정인의 명예훼손 사건 같은 것도 다루다가 이른바 시국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성격의 사건은 서부지법 사건이 처음인 셈이다."
-스스로가 서울대 출신의 엘리트면서 '엘리트주의를 배격해야 한다'는 이유는.
"물론, 내가 서울대내에서 대접받는 법대나 의대 출신이 아닌 사회학과 출신이긴 하지만 그게 결정적인 내 능력의 척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훌륭한 인재라는 것은 바른 생각으로 자기 분야에서 뭔가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해야 인재인 것이지 일류 고등학교 일류대 나오고 고시라도 패스하고 판검사 경력 정도는 있어줘야 훌륭한 인재인 것은 아니다. 그런 사람들은 국민의힘 내부에서만 보더라도 차고 넘친다. 하지만 서울대 나오고 판검사 했던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 때보다 각종 선거에서 승리했나. 그렇지 않지 않느냐. 학력으로만 치면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훨씬 더 나은 성과를 갖고 왔어야 했는데 현실적으로는 더 못하지 않았느냐.
과거 같으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소스가 제한적이다 보니까 어떤 사람이 무슨 대학을 나왔다는 게 중요한 판단의 근거가 됐을지 모르겠지만 최근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각종 SNS를 하고 있고 페이스북 같은 곳을 보면 이 사람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다 나오는 시절인데 학력 따위가 뭐가 필요한지 모르겠다. 그게 참조는 될지언정 어떤 사람의 전반적인 능력의 척도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