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5.03.17 06:00
지난해 3월 28일 개최된 이마트 정기주주총회 모습. (사진제공=이마트)
지난해 3월 28일 개최된 이마트 정기주주총회 모습. (사진제공=이마트)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유통업계가 정기주주총회를 앞둔 가운데 '신사업'을 전면에 내세운다. 특히 소수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집중투표제'의 도입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오는 20일 신세계, 롯데하이마트, GS리테일, 호텔신라를 시작으로 주요 유통업체들의 정기추추총회가 개최된다. 21일에는 농심, 24일에는 롯데쇼핑, 25일에는 한화갤러리아, 아모레퍼시픽그룹, LG생활건강,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26일에는 CJ, 이마트, KT&G, 현대백화점, 동원F&B, BGF리테일, 삼양식품, 27일에는 대상, 31일 코웨이 등이 예정됐다.

우선 주요 업체들은 주총 안건에 신사업 확대를 제시하고 나섰다. 호텔신라와 농심, 롯데하이마트, 동원F&B 등은 사업 목적을 새롭게 추가하는 정관 변경안을 채택했다.

호텔신라는 정관상 사업 목적에 '콘도미니엄 분양 및 운영업', '노인 주거·여가 복지 시설 설치 및 운영사업'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할 방침이다. 면세점 시장이 크게 얼어붙자 유망 사업으로 지목되는 실버산업을 새로운 먹을거리로 지목했다. 롯데하이마트는 '방문판매업 및 서비스업', '전자·전기·통신 기계기구 및 관련 기기' 등을 추가한다. 롯데하이마트 역시 실버산업이 본격화되는 흐름에 맞춰 고객 평생 관리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농심은 '스마트팜업'을 제시했다. 지난 2018년 사내 벤처 닥터팜을 통해 스마트팜 사업을 시작했고, 2022년에는 오만에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의 수출 실적까지 올린 경험이 있다. 스마트팜 사업이 기후 위기로 사업적 가치가 증대되자 본격 투자를 시작한다.

동원F&B는 무려 17개의 신사업을 올린다. 전자상거래 및 통신판매 중개업을 비롯해 광고대행업, 인터넷 콘텐츠 개발, 의류 봉제 판매업, 생활필수품 판매업, 애완동물용품 판매 등이다. 참치캔과 조미김 등 일부 제품에 편중된 매출 구조를 벗어나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현대리바트도 국내 가구 시장의 장기간 소비 침체에 대응하고자 '인테리어 디자인업', '전시 컨벤션', '행사 대행업' 등으로 사업 반경을 넓힌다.

사명을 바꾸는 곳도 있다. 신세계는 자회사 신세계센트럴시티의 사명을 기존 신세계센트럴시티에서 '신세계센트럴'로 축소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사측은 사명 변경 이유로 "기존 사명에서 서울 등 대도시라는 한정적 의미를 가진 '시티'를 삭제하고 종합 부동산 개발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도 사명을 아모레퍼시픽홀딩스로 변경한다. 지주사가 그룹이라는 명칭을 쓰는 사례가 흔치 않기 때문에 지주사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오뚜기는 회사 영문 표기를 기존 'OTTOGI CORPORATION'에서 'OTOKI CORPORATION'으로 고쳐 해외 소비자들의 인지도 개선을 꾀한다.

지난해 3월 22일 열린 농심 정기주주총회 모습. (사진제공=농심)
지난해 3월 22일 열린 농심 정기주주총회 모습. (사진제공=농심)

특히 일부 업체 소수주주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며 주주행동에 나섰다. 롯데쇼핑과 이마트, 농심 등의 소수주주들은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를 중심으로 뭉쳐 주주제안 서한을 발송, 주총에서 안건을 상정할 방침이다.

롯데쇼핑 소수주주들은 집중투표제 도입과 임원 보수정책 보고 및 승인,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등을 요구한 상태다. 이들은 롯데쇼핑의 매년 낮아지는 주가가 과도한 부채사용에 따른 이자 비용 부담, 지배구조 불투명성 등에 있다는 인식이다. 

농심의 소수주주들도 비슷한 이유로 경영진에게 주가 하락의 책임을 요구하는 공개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이마트 소수주주들 역시 주주제안을 통해 밸류업 프로그램 수립과 집중투표제 도입, 임원 보수정책 보고 및 승인, 권고적 주주제안 허용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주주제안 대부분은 불투명한 경영과 오너리스크 등이 결부되면서 주가 부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공통된 인식이다.

소수주주들의 권한을 보장하기 위한 집중투표제가 예년보다 주목을 받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코웨이는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 제안에 따라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를 판가름한다. KT&G도 사측의 집중투표제 보완 움직임에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와 의결권 자문사 ISS의 반대에 직면하면서 표대결을 치를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유통업계의 대표주자인 월마트와 아마존, 코스트코 등은 주가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일본 역시 세븐앤아이홀딩스, 이온, 유니클로, 라쿠텐 등도 자본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와 달리 국내 주요 유통업체들은 오랫동안 주가 부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며 "올해 주총에서 신사업과 주주제안, 집중투표제 등이 거론되는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작용한 결과로, 향후 소수주주들의 단체행동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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