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3.17 11:04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임원들에게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고 질책하며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계열사 임원을 소집해 진행한 세미나에서 이 회장의 이런 메시지를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지난달 말부터 2000여 명의 임원을 대상으로 '삼성다움 복원 및 가치 교육'이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이 세미나에서 상영한 영상에는 고(故) 이병철 창업 회장, 고 이건희 선대 회장의 경영철학과 이 회장의 메시지를 함께 공유했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헀다. 이어 "중요한 것은 위기라는 상황이 아니라 위기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라며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세미나에 참석한 임원들에게는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고 새겨진 명함 크기의 크리스털 패도 증정했다. '뜻을 해석한다면 '삼성다움이 곧 독한 삼성인'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응에 실기했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지난해 '위기론'이 제기됐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반도체 부문 매출은 111조1000억원이지만 영업이익은 15조1000억원에 그쳐 SK하이닉스 23조4673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이 급부상했지만, 삼성전자는 해당 사업에서 고전하고 있다. 엔비디아에 HBM 공급이 늦어진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또 수조원대의 적자를 내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글로벌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 격차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작년 4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전 분기 대비 2.4%포인트 상승한 67.1%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9.1%에서 8.1%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양 사의 격차는 지난해 3분기 55.6%포인트에서 4분기 59%포인트로 늘어났다.
특히 TSMC는 최근 엔비디아·AMD·브로드컴·퀄컴 등에 경영난에 빠진 인텔에 대한 공통 투자를 제안, 시장 지배력이 더 커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달 19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