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3.17 17:40
"현 투쟁 방식, 사회 설득 못해…이제 결정 내릴 때"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방침으로 전공의와 의대생이 이탈한 지 1년이 넘은 상황에서 일부의 복귀 움직임에 대해 동료의 비난이 나오는 가운데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사태가 지속되면서 여러분들에게 실망하고, 절망하고 있다"며 일갈했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의 하은진·오주환·한세원·강희경 교수는 17일 '복귀하는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께'라는 성명을 통해 "여러분은 2000명 의대 정원 증가가 해결책이 아니라는 오류를 지적하면서 용기와 현명함을 보였지만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로드맵도, 설득력 있는 대안도 없이 1년을 보냈다"며 "현재의 투쟁 방식과 목표는 정의롭지도 않고, 사회를 설득할 수도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여러분은 피해자라고 말하지만 사직과 휴학은 스스로 선택한 일로, 손해를 보았을지언정 진정한 피해자는 아니다"며 "진짜 피해자는 지난 1년 동안 외면당하고 치료받지 못한 환자과 가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분이 '착취당했다'고 말하는 3~5년의 수련 과정은 전문의 자격을 얻기 위한 과정이다. 수련 환경이 가혹하고 내용적으로 부족한 점,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그 시간이 단순한 노동 시간이 아니다"며 "전공의 과정이 힘들다고 해서 전문의가 된 후에도 그렇게 살고 있나. 대다수는 고액 연봉을 받으며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지 않냐"고 반문했다.
또 "억울하면 의대 오던지라는 태도는 진심인가.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확실한 경제적 보장을 받는 직군 중 하나"라며 "전공의 수련 과정을 '착취'라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주장인가"라고 덧붙였다.
교수들은 "여러분은 현장을 지키고 있는 동료 의사, 교수들을 비난하면서 오히려 그들의 헌신을 조롱한다. 100시간이 넘는 업무에 과로로 쓰러지는 이들도 있지만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블랙리스트와 비난"이라며 "최근에는 함께 버티던 전문의들조차 떠나고 있다. 여러분이 돌아와도 가르칠 교수가 없을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전히 환자들을 지켜야 하는 우리는 간호사, 현장의 보건 의료직들과 다학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그래야만 환자들을 볼 수 있는데도 '의사만이 의료를 할 수 있다'는 오만한 태도로 이들을 폄하하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지금 의료 시스템은 붕괴 중인데 정부만 책임이 있나. 우리는 무엇보다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며 "믿을 만한 전문가가 아닌 이기심에 의료 시스템 붕괴의 원흉으로 비춰지고 있다. 이 잃어버린 신뢰는 더 한 규제, 소송, 그리고 더 가혹한 환경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수들은 "이제는 결정할 때"라며 "정부와는 다르게 책무를 다하는 전문가의 모습으로 개혁을 이끌 것인지, 아니면 계속 방해하는 훼방꾼으로 낙인찍혀 독점권을 잃고 도태될 것인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