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3.19 18:26
의료개혁 2차방안 발표…'반의사불벌' 확대 의료사고 안전망도 구축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정부가 치료에 필수적인 비급여는 급여화를 적극 추진하되, 과잉 우려 큰 비급여는 별도 관리체계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 유족 동의가 있다면 의료행위 중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의료진의 형사 처벌을 면제하는 반의사불벌 특례를 적용하는 것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19일 제8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열고 '비급여 적정 관리 및 실손보험의 합리적 개선, 의료 사고안전망 구축, 지역 2차 병원 육성' 등을 위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심의·의결했다.
◆과잉 비급여 '95%' 본인부담…관리체계 신설
이번 방안을 보면 우선 꼭 필요한 치료적 비급여는 급여화한다. 수술이나 처치에 널리 활용되는 꼭 필요한 치료적 비급여는 건강보험 급여 전환을 적극 추진한다.
특히 중증·필수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행위·치료재료·약제 등 급여 전환이 필요한 항목을 지속 발굴한다. 중증·응급·희귀 환자 치료에 필수적이고 대체 곤란한 혁신성 높은 신의료기술 등은 비용효과성을 폭넓게 인정해 신속하게 급여로 전환해 나간다.
과잉 우려 큰 비급여는 가격·진료기준 설정 등 별도 관리체계를 적용한다. 선별급여제도 내 '관리급여'를 신설해 가격과 진료기준을 설정하고 일반적 급여와 달리 95%의 본인부담률을 적용한다.
관리급여는 의료계와 수요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의사결정체계를 통해 진료비·진료량 및 그 증가율, 가격편차 등이 크거나 환자안전 우려 등 사회적 이슈가 되는 비급여 항목을 선별하고, 이후 치료 필수성·대체가능성, 오남용가능성 등을 종합 고려해 제한적으로 대상을 선정한다.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등 비급여 진료비 상위 항목이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미용성형이나 라섹 등 신체 필수 기능개선 목적이 아닌 경우 실시·사용되는 행위·약제·치료재료는 비급여 대상인 점을 참고해 미용·성형목적 비급여를 하면서 실손보험 청구를 위해 불필요하게 급여를 병행하는 경우 등에 한해 급여 제한을 확대한다.

◆실손보험 개편…자기부담률 합리화
실손보험 상품 구조도 개편한다. 중증도에 적합한 의료기관 이용을 유도한다는 건강보험 본인부담 제도 취지를 고려해 급여 본인부담분에 대한 실손보험의 자기부담률을 합리화한다.
입원의 경우 중증이 많아 의료비 부담은 크고 남용 우려는 낮으므로 기존 4세대 실손보험과 동일하게 급여 본인부담금에 대해 20%의 자기부담률을 유지한다. 반면 외래는 급여 본인부담의 실손보험 자기부담률을 건강보험의 본인부담률과 연동해 본인부담 기능이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예를 들어 비응급 환자의 권역 응급의료센터 응급실 외래 이용 시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은 90%로 설정돼 있으나 실손보험 보장(4세대 기준)으로 18%만 본인 부담하면 돼 적합의료기관 이용 유도 취지가 무력화됐지만, 5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의 경우 81% 수준의 자기부담률을 적용받아 적합의료기관 이용 유인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필수의료 사망사고 합의하면 의사 처벌 면제…환자단체 "특례 반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에도 나선다. 그간 불명확한 형사책임 규정 등에 따른 형사처벌 위험은 중증·응급 등 고위험 필수진료를 기피하고 방어 진료를 유발하는 문제를 발생시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계, 수요자, 법조계 등이 참여하는 (가칭)'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신설한다. 심의위는 신속한 수사를 위해 최대 150일 이내에 필수의료 및 중대 과실 여부 등을 심의할 예정이며, 심의 기간 중 소환조사를 자제하는 것을 법제화할 방침이다.
특히 심의위는 중대 과실로 인한 의료사고는 수사 기소 권고하되, 중대하지 않은 과실은 기소 자제를 권고해 수사·기소 결정의 근거를 제공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수사 등을 줄여나갈 예정이다.
예측 불가능성이 높고 회피 가능성이 낮은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해 사고 결과가 아닌 원인 행위의 책임 정도에 따르는 '의료사고 특화 사법체계'도 구축한다. 이는 피해에 대한 충분한 실체 규명과 보상 여건을 전제로 적용한다.
특화 사법체계를 통해 환자-의료진 간 조정성립 및 합의에 따른 반의사불벌을 폭넓게 인정할 방침이다.
현재 경상해에만 적용하는 반의사불벌 범위를 중상해까지 확대하고 사망사고는 중대성을 고려해 필수의료에 한정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다만 사망사고, 중대 과실 범위 등 쟁점이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향후 국회입법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또 중증·응급 등 필수의료에 한해 단순 과실로 사망한 사고에 대해서는 사고 당시 긴급성과 구명 활동 등을 고려해 형 감경이나 면제 등을 적용하고자 한다.
다만 '의료사고 형사처벌 특례 추진 계획'에 대해 환자단체는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정부와 국회는 의료사고 형사처벌 특례 관련 제도와 입법이 아닌 의료사고 피해자·유족이 울분을 해소할 수 있도록 의료사고 설명의무, 의료사고 관련 유감 표시 증거능력 배제, 의료사고 피해자 트라우마센터 설치, 입증책임 부담 완화를 위한 입법부터 해야 한다"며 "전문적이고, 공정하고, 신속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분쟁 감정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2차 병원 체질 개선…'필수특화 기능 보상' 도입
한편 정부는 지역 병원급 의료기관 구조 전환을 통해 지역 필수의료의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지역완결 의료생태계 구축에 나선다.
우선 중증·응급·희귀질환 진료에 집중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을 시작으로 2차 병원도 기능별로 역량을 특화하는 방향으로 구조를 전환한다. 병상 수 등 획일적 기준으로 나눠진 종합병원(330개), 병원(1400개)이라는 형식적 구분에서 탈피해 여건에 맞춰 포괄·거점화 또는 전문화하면서 필수의료 기능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상급종합병원과 협력해 지역의 대부분 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포괄성을 갖추고, 응급 등 필수 진료기능을 수행하는 역량있는 종합병원은 지역 거점화한다. 이같은 포괄 2차 종합병원은 적정 진료, 진료 효과성 강화, 필수의료 제공 등 지역의료 문제 해결, 진료협력 강화의 4대 기능을 혁신해야 한다.
정부는 4대 기능 혁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중환자실 수가 인상, 응급의료행위 보상, 24시간 진료지원, 성과 지원, 지역 수가 도입 등 보상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3년 간 2조원을 투입하고, 투입 금액의 30% 수준은 성과를 지원할 방침이다.
상급종합병원, 포괄 2차 병원, 권역 센터 등과 같이 병원을 규모화·포괄화 하지 않더라도 필수진료에 특화된 전문역량을 갖추고 24시간 진료 등 필수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에는 기능 중심으로 보상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골든타임 내 치료(심·뇌, 외상, 응급), 수요 감소(소아, 분만), 암 진료, 24시간 진료 분야 등 '필수특화기능'을 지정하고, 필수특화 기능 수행 여부와 역량에 따라 보상하는 (가칭)'필수특화 기능 보상'을 도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