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3.14 18:21
'실손보험 개혁안' 토론회…진료서비스 질 저하·의료비 부담 문제 제기
비급여 혜택 점진적 감소, 보험료 인하 강제 규정 도입 필요성 강조돼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정부의 비급여치료 관리 체계와 실손보험 개혁안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됐다. 환자와 의료계 등 이해관계자는 정부 개혁안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당국의 개선책이 환자와 의료기관의 부담만 가중시켜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우려했다.
이정문·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건 당국의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 발표에 앞서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 방안 토론회'를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현식 대한정형도수물리치료학회장과 이권홍 금융감독원 보험계리상품감독국장을 비롯한 의정 관계자들과 환자·보험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박현식 회장은 ▲관리급여 신설 ▲비급여 상시 관리체계 구축 ▲비급여 항목 재평가·퇴출 등 정부의 실손보험·비급여 관리 개혁안의 추진 과제별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달 정책토론회에서 건강보험 적용 확대로 필수 치료 항목의 급여화를 추진하고 '관리급여'를 신설해 불필요한 비중증·비급여 보장을 축소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 회장은 건강보험 급여화가 진행되더라도 재정 부담으로 인해 일부 항목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최신 항암 치료제 중 일부는 급여화되지 못하고 여전히 환자가 치료비를 전액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암 환자들의 치료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
관리급여 전환은 진료기준·가격 등 설정 기준의 의학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의정 간 충분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아 단순히 치료비 본인 부담율 상승(90~95%)만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비급여 치료 항목 상시 관리 체계 도입은 의료기관의 행정 부담을 늘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환자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비급여 항목 표준 코드 사용 의무화로 임상에서 환자 맞춤형 치료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불필요한 병행진료의 급여 제한과 비급여 재평가·퇴출 등 보건 당국의 비급여 치료항목 사용관리 강화 방안도 치료 효율성 측면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비급여 항목 재평가로 일부 효과적인 치료법까지 제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어 진료 기준 경직화로 인해 환자 맞춤형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다.
물리치료분야에서의 타격은 상대적으로 클 전망이다. 현재 도수치료·체외충격파·증식치료 등이 비급여 치료 보장 항목에서 퇴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물리치료 항목의 치료비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소비자 수요 감소와 함께 물리치료 단가 하락이 일어날 수 있다. 이는 의료기관의 물리치료 인력 감축과 함께 진료 서비스의 질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만성질환자·재활환자 등 물리치료가 절실한 사람들은 치료 선택권을 크게 제한받는다. 이어 비급여 보장 축소로 인해 실손보험 혜택이 줄어 추가적인 의료비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이연섭 대한물리치료교수협의회장은 "정부의 실손보험 개혁안이 일부 과잉진료를 줄일 수는 있지만, 국민의 전체적인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이러한 문제점을 고려할 때 개혁이 성공하려면 의료계와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회장은 '국민 중심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먼저, 필수 의료의 보장성을 강화함과 동시에 치료 항목 급여화에 따른 의료기관의 손실을 고려한 적절한 수가(진료비) 보상책 마련을 촉구했다. 필수 의료 제공 병원에 대한 정부 지원금 확대와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 지역별 맞춤형 지원책을 수립하는 것이 골자다.
국민이 비급여 치료 항목과 가격을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정보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환자 중심의 비급여 관리 체계 도입도 제시됐다. 이어 이연섭 회장은 비급여 진료의 필요도에 따른 철저한 차등 관리가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손보험 개편은 비급여 혜택이 급격히 축소되지 않도록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실손보험료 절감과 치료 보장성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장은 실손보험 혜택 감소에 따른 보험사 이익 증가분이 소비자에게 환원되도록 '보험료 인하 강제 규정' 수립도 촉구했다. 의료비 부담이 높은 계층에는 실손보험료 감면 혜택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비급여 관리 개선·실손보험 개혁안이 보장 축소로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보험제도의 장기 신뢰를 훼손해 불안정성을 증가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며 "오늘 토론회에 의료계와 정부를 비롯해 환자·소비자 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만큼 논의된 사항을 국회 정책·입법활동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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