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3.22 08:00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남우기 한국정보통신기술사회장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아파트에 설치되는 지능형 홈네트워크 등 정보통신설비에서 보안 취약점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원인을 분석해 보니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비전문가가 정보통신설비를 설계하면서 발생한 문제가 상당수다. 전기설비는 전기기술자가, 소방설비는 소방기술자가 설계하는데, 정보통신설비는 정보통신기술자가 설계하지 못하는 일이 지금도 벌어진다.
남우기 한국정보통신기술사회(ICTPE) 회장은 법·제도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현대 사회가 ICT를 기반으로 고도화되는 추세인 만큼, 이제라도 전문 기술자에게 합당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홈네트워크가 보안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설치된 시스템을 살펴보면서 '왜 이렇게 네트워크를 구성해 놓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입을 열었다. 시행사가 홈네트워크 업체를 지정하면 설계자는 해당 업체가 제안하는 홈네트워크 시스템이 보안 규정 등 기술기준에 맞게 구성됐는지를 검토해 최종 설계도서를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건축사를 통해 비전문가인 전기설계업체에 정보통신설비 설계가 하도급되고, 제조업체가 제안한 시스템이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에 설계도서가 제대로 작성될 수 없는 구조라고 이야기했다.
남 회장은 "예전에 건축물 내 정보통신설비가 아날로그 통신선을 이용하는 전화나 TV 시청을 위한 안테나 정도였을 때에는 정보통신공사를 전기공사와 분리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인터넷의 등장 이후 정보통신설비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고도화됐고, 건축물에도 광통신, 무선통신, 사물인터넷(IoT) 등 각종 정보통신설비가 도입돼 지능형 건축물, 에너지 관리 시스템, 사이버 보안 시스템 등 건축물의 성능 향상을 위한 필수 설비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통신설비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지능형 시스템으로 진화한 이상 전기설비와는 구분돼야 하며, 현행 법·제도에서도 이를 구분하는 추세라고 강조한다.
남 회장은 건축물이 정보통신인프라의 고도화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을 입주자 서비스 제공, 건물 관리에 활용하는 시대가 됐다며, 이 같은 시대적 상황에 맞춰 법·제도를 개정해 정보통신 전문가가 정보통신설비의 설계, 감리를 전문성 있게 수행하도록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2021년 아파트 홈네트워크 해킹 사건으로 입주 세대 내부 영상이 무단 촬영, 유포된 사건으로 정부가 홈네트워크 보안을 위해 기술기준을 강화해 시행 중"이라며 "하지만 개정 기술기준에 따라 건립된 신축 아파트의 홈네트워크 설비를 점검한 결과 기술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례를 다수 발견했다"고 했다. 홈네트워크 설비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부족한 비전문가가 설계나 감리를 담당하다 보니, 설계도서의 기술적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못해 문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남 회장은 "전기설비를 전기기술자가 아닌 비전문가가 설계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고 물으면서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해당 전력인프라에 연결되는 각종 기기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마찬가지로 ICT 비전문가인 건축사나 전기기술자는 홈네트워크의 네트워크 및 보안 설계를 전문성 있게 수행하리라 기대할 수 없다"면서 "결국 피해는 입주자, 이용자들이 입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과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건축물 내 정보통신설비 설계, 감리 자격 관련 법·제도가 합리적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 예로 정보통신설비를 아무나 설계해도 문제가 되지 않고 책임도 묻기 어려운 현행 정보통신공사업법의 설계 조항을 개정해 건축물의 정보통신설비에 대해 전문가가 설계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AI 시대 지능형 건축물을 위해 효율적인 정보통신설비 구축, 운영이 가능할 것이란 이야기다.
남 회장은 "비전문가에 의한 정보통신인프라 설계·감리로 발생하는 하자, 보안 취약점은 국민의 안전을 해칠 뿐만 아니라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면서 "정보통신기술인들이 권한과 책임을 갖고 정보통신 서비스 안전 확보와 품질 향상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법·제도 개선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