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4.04 12:56
尹 파면 선고에 '망연자실'…흐느끼는 지지자도 속출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할 4일 오전 10시께 서울 율곡로 운현초등학교 앞 삼일대로.
이른 시각임에도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지지자들이 손에 태극기와 성조기, 확성기를 들고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경찰의 바리케이트 앞에 진을 치고 윤 대통령 탄핵 반대 구호를 목청껏 외치기 시작했다.
간간이 바리케이트를 뚫고 갈 길 가려는 시민들을 경찰들이 제지하는 모습도 보였다. 앞서 경찰은 헌법재판소 반경 150m 지역을 모두 봉쇄했다.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11시가 가까워오자 삼일대로 임시 광장에는 1000여 명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운집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거주한다는 오모(72) 씨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려 했던 대통령이 오명을 씻고 시민들과 함께 하는 역사적인 순간에 동참하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커플이 같이 왔다는 최모(34) 씨는 "4대 4 탄핵 기각을 자신한다"며 "거대 야당의 입법 독재를 맞서고자 했을 뿐이고, (계엄 당시) 물리적 충돌 없이 철회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이 과정에서 지나가던 한 지지자는 "탄핵이 인용돼 이 땅이 중국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다소 황당무계한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오전 11시가 되면서 확성기를 통해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선고 소리가 들리자 분위기는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다.
주위가 삽시간에 고요해진 가운데 문 권한대행이 비상계엄 포고령 발령에 대해 "영장주의를 위반하고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과 단체행동권, 직업의 자유를 침해했다"라는 대목에 이르자, 지지자들의 손에 들린 태극기와 성조기가 점점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지자들 일부는 고개를 떨궜다.
결국 문 권한대행의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라는 선고가 떨어졌다.

주위에서는 "이 땅의 민주주의가 죽었다", "헌재 해산하라", "이 빨갱이들아", "부정선거 조사하고, 이재명 대표 구속해라" 등등 듣기 거북한 어지러운 욕설과 탄식이 쏟아졌다.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그 자리에 주저 앉아 고개를 무릎 사이에 묻고 흐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탄핵 선고 직후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대부분의 지지자들은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일부 지지자는 기자에게 "몇 대 몇이냐. 잘못 들은 것 아니냐"며 현실을 부정했다. 일부 감정이 격해진 지지자들은 눈물을 머금고 "이게 지금 재밌냐"면서 항의하기도 했다.

삼일대로에 운집했던 윤 대통령 지지자 절반가량은 선고 직후 뿔뿔이 해산했다. 나머지 지지자들은 헌재를 향하기 위해 경찰과 대치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