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4.04 12:44
윤석열 대통령 파면…헌재, 8대 0으로 결정
"'尹 파면' 헌법수호 이익, 국가적 손실 압도"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11시 22분 헌법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됐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헌재 대심판정에서 진행된 선고에서 "피청구인의 법 위반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 파면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122일, 12월 14일 윤 대통령이 탄핵 소추된 지 111일 만이다. 지난 2월 25일 헌재가 변론을 종결하고 재판관 평의에 돌입한 뒤 38일 만이기도 하다.
헌재는 12·3 비상계엄 과정에서 ▲비상계엄 선포 실체적 요건 충족 및 계엄 선포 절차적 요건 준수▲국회 군경 투입 ▲포고령 발령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법조인 위치 확인 시도 등 5가지 사항에 대한 위헌·위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위헌·위법 행위도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문 대행은 "결국 피청구인(윤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헌법·계엄법 상 '비상계엄 선포' 절차적 요건 위반
먼저 헌재는 "헌법 및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헌법 및 계엄법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 중 하나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상황이 현실적으로 발생하여야 한다'는 것인데,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야당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줄 탄핵, 일방적인 입법권 행사, 예산 삭감 시도 등 중대한 위기상황이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에는 검사 1인 및 방통위 위원장에 대한 탄핵심판절차만이 진행 중이었다"며 "피청구인은 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법률안들은 피청구인이 재의를 요구하거나 공포를 보류하여 그 효력이 발생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했다.
또 "2025년도 예산안은 2024년 예산을 집행하고 있었던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 상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없고, 위 예산안에 대하여 국회 예결특위의 의결이 있었을 뿐 본회의의 의결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며 "따라서 국회의 탄핵소추, 입법, 예산안 심의 등의 권한 행사가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 중대한 위기상황을 현실적으로 발생시켰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회의 권한 행사가 위법·부당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피청구인의 법률안 재의요구 등 평상시 권력행사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으므로, 국가긴급권의 행사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어떠한 의혹이 있다는 것만으로 중대한 위기상황이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며 "중앙선관위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전에 보안 취약점에 대하여 대부분 조치하였다고 발표했으며, 사전·우편 투표함 보관장소 CCTV영상을 24시간 공개하고 개표과정에 수검표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도 피청구인의 주장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헌재는 "결국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사정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피청구인의 판단을 객관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위기상황이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 존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경고성 계엄'·'호소형 계엄'이었다는 주장도 기각됐다. 헌재는 "계엄법이 정한 계엄 선포의 목적이 아니다"라며 "계엄 선포에 그치지 아니하고 군경을 동원하여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는 등의 헌법 및 법률 위반 행위로 나아갔으므로, 경고성 또는 호소형 계엄이라는 피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계엄 선포 절차적 요건 준수 여부에 관련해서도 "헌법 및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계엄의 선포와 계엄사령관의 임명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심의가 이뤄졌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9명의 국무위원에게 계엄 선포 취지를 간략하게 설명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계엄사령관 등 계엄의 구체적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으며 다른 구성원들에게 의견 진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외에도 국무위원들이 비상계엄 선포문에 부서하지 않았지만 계엄을 선포한 점, 계엄 시행 일시·지역·계엄사령관을 공지하지 않은 점,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지 않은 점 등이 고려됐다.
◆정당활동 자유·국군 정치중립 침해…'국군통수의무' 위반
헌재는 윤 대통령이 국회에 군경을 투입해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고 끌어내라고 지시한 데 대해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했다"며 "국회에 계엄해제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을 위반했다"고 결론지었다.
헌재는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과 불체포특권이 침해됐으며 각 정당의 대표 등에 대한 위치 확인 시도에 관여해 정당활동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또 헌재는 "국회의 권한 행사를 막는 등 정치적 목적으로 병력을 투입해 국가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사명으로 해 나라를 위해 봉사해 온 군인들이 일반 시민들과 대치하도록 만들었다"며 "이에 피청구인은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고 헌법에 따른 국군통수의무를 위반했다"고 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에게 국회에 군대를 투입할 것을 지시했고, 이에 군인들은 헬기 등을 이용해 국회 경내로 진입했다고 봤다. 일부는 유리창을 깨고 본관 내부로 들어가기도 했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윤 대통령이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등에게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으니,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등의 지시를 했다고도 판단했다.
또 헌재는 윤 대통령이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박안수 계엄사령관을 통해 이 사건 포고령의 내용을 알려주고, 직접 6차례 전화를 하기도 한 것과 조 청장이 국회 출입을 전면 차단하도록 했다고 봤다. 이로 인해 국회로 모이고 있던 국회의원들 중 일부가 담장을 넘어가야 했거나 아예 들어가지 못한 점도 지적했다.
헌재는 "국방부장관이 필요시 체포할 목적으로 국군방첩사령관에게 국회의장, 각 정당 대표 등 14명의 위치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다"며 "피청구인은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전화해 국군방첩사령부를 지원하라고 했고, 국군방첩사령관은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위 사람들에 대한 위치 확인을 요청했다"고도 명시했다.
포고령 1호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포고령을 통해 국회,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을 금지함으로써 국회에 계엄해제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 정당제도를 규정한 헌법 조항과 대의민주주의, 권력분립원칙 등을 위반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비상계엄 하에서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한 요건을 정한 헌법 및 계엄법 조항, 영장주의를 위반해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단체행동권,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고 했다.
중앙선관위에 대한 압수수색과 관련해서도 "(윤 대통령이) 국방부장관에게 병력을 동원하여 선관위의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며 "이에 따라 중앙선관위 청사에 투입된 병력은 출입통제를 하면서 당직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전산시스템을 촬영했다. 이는 선관위에 대하여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하도록 해 영장주의를 위반한 것이자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조인에 대한 위치 확인 시도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은) 필요시 체포할 목적으로 행해진 위치 확인 시도에 관여했는데, 그 대상에는 퇴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전 대법원장 및 전 대법관도 포함돼 있었다"며 "이는 현직 법관들로 하여금 언제든지 행정부에 의한 체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압력을 받게 하므로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헌법수호 책무' 저버려…주권자인 국민 신임 중대 배반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5가지 쟁점이 대통령직에서 파면할 만큼 중대하다고 판결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국회와의 대립 상황을 타개할 목적으로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한 후 군경을 투입시켜 국회의 헌법상 권한 행사를 방해함으로써 국민주권주의 및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병력을 투입시켜 중앙선관위를 압수수색하도록 하는 등 헌법이 정한 통치구조를 무시했으며, 이 사건 포고령을 발령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행위는 법치국가원리와 민주국가원리의 기본원칙들을 위반한 것으로서 그 자체로 헌법질서를 침해하고 민주공화정의 안정성에 심각한 위해를 끼쳤다"고 지적했다. 또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으므로, 이는 피청구인의 법 위반에 대한 중대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헌재는 "대통령의 권한은 어디까지나 헌법에 의해 부여받은 것"이라며 "피청구인은 가장 신중히 행사돼야 할 권한인 국가긴급권을 헌법에서 정한 한계를 벗어나 행사하여 대통령으로서의 권한 행사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거대 야당의 갈등에 대해서도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돼야 할 정치의 문제"라며 "이에 관한 정치적 견해의 표명이나 공적 의사결정은 헌법상 보장되는 민주주의와 조화될 수 있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국회는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며 "피청구인 역시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국회를 배제의 대상으로 삼았는데 이는 민주정치의 전제를 허무는 것으로 민주주의와 조화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헌재는 윤 대통령이 국회의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고 판단했더라도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구책을 마련했어야 한다고도 했다. 또 "취임한 때로부터 약 2년 후에 치러진 국회의원선거에서 피청구인이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그 결과가 피청구인의 의도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하여서는 안 됐다"고 했다.
헌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함으로써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해 국민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경제·정치·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을 초월해 사회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며 "군경을 동원해 국회 등 헌법기관의 권한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함으로써 헌법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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