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5.04.10 08:51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지난달 16일 사재출연을 밝힌지 무려 25일이 지났다.

김 회장의 사재출연은 홈플러스 투자자 변제안부터 협력업체 대금 지급 등 당면 문제들을 본인이 책임지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그렇지만 사재출연 발표 이후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은 들리지 않는다. 결국 부지하세월로 늑장만 부리고 있으니 '떡밥'만 깔아놓고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꼼수에 진배없다.

정치권이 김 회장의 이런 행태를 좌시할 것인지도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만약 조기 대선에 휩쓸려 홈플러스 사태를 유야무야 넘긴다면, 국회 청문회에서 윽박지르던 국회의원들은 잠깐의 '국회쇼'로 국민을 기만한 것이 된다. 

지난달 김 회장이 국회 청문회에 불참할 때,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예우해 드릴 때 스스로 나오시고 억지로 끌려 나오시지는 마시라"며 "자동차에 치일 것을 전차에 깔리지 마라"고 일갈했다. 위압감을 느낄 수 있는 엄중한 경고에도 김 회장은 어떠한 제스처도 취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제일가는 부자인 나에게 누가 감히 가중처벌 따위를 논하겠냐는 유유자적일까.

김 회장의 이런 행동과 박자를 맞추듯,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의 행보도 놀라울 따름이다. 조 사장은 최근 홈플러스 노사가 한자리에 모인 위기 극복 행사에 참여했다. 회사가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임직원들과 주먹을 들고 파이팅을 외치며 미소 짓는 조 사장의 사진이 제공됐다. 회사가 사상 최대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사진 속 모습은 공감대를 찾기 어려웠다. 이런 사진을 언론에 배포한 홈플러스 홍보팀의 의중도 궁금할 지경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와 협업한 프로모션 행사 개최, 부산 센텀시티점의 리뉴얼 오픈 등을 홍보하고 있으니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인지 눈을 의심케 할 정도다. 물론, 기업 정상화를 위한 시도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매출을 일으켜야 뭐라도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비상인 상황이다. 평상시처럼 마케팅을 진행하고 투자를 집행하는 건 상식을 벗어난 일이다. 한쪽에서는 대금을 제때 받을 수 있을지 아우성치고, 다른 한쪽에서는 투자 사기라며 눈을 부릅뜨는 실정이다. 우선순위를 뭉개는 이율배반적 행동을 왜 자초하는지 모를 일이다.

일련의 행동들은 결국 이해관계자들에게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투자자들은 향후 집단 고소장 제출로 강경하게 맞서야 하고, 협력사들은 신뢰가 사라진 마당에 담보 없이 물건을 공급해 주는 행동을 거둬야 한다. 홈플러스는 이미 협력사를 공개 비난하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정부와 이해관계자 모두 이번 사태를 흐지부지 넘긴다면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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