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4.08 16:20

[뉴스웍스=강석호 기자]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로 인해 대형마트 규제가 수면 위에 오르고 있다. 6월 3일 조기 대선 이후 새롭게 출범할 정부가 대형마트 규제를 해소하거나 되레 강화하는 극명한 온도차를 보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대형마트 규제 완화에 초점을 뒀지만, 민주당은 규제 강화 움직임을 시사하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는 6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 대형마트 규제 입법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법 개정안이 유력 거론되는 것은 최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가 큰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들은 그동안 관련 규제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규제 철폐 내지 완화를 요구해왔다. 새 정부도 홈플러스 사태를 정리하고 서민 물가 안정 차원에서 관련법 개정안을 외면할 수 없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5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지속적인 적자와 부채 부담, 유통 규제, 이커머스 확산 등 복합적 요인으로 기업회생절차를 밟았다. 회사의 2023년 회계연도(2023년 3월~2024년 2월) 매출은 6조9315억원, 영업손실은 1994억원이다. 당기순손실은 5743억원으로 적자 규모를 1년 만에 1200억원 이상 키웠다. 전국 점포 수도 2015년 말 기준 141개에서 올해 초 126개까지 줄어 10년 동안 10.6% 감소했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신청 이후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각종 규제로 온라인 사업자와의 경쟁이 마치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불공평하게 됐다"고 규제 부당성을 언급했다. 국내 대형마트는 지난 2012년 도입된 월 2회 의무휴업제, 심야영업 제한, 온라인 배송 제한 등을 받아온 터다.

이번 홈플러스 사태를 제외하더라도 유통 산업의 낡은 규제들은 대형마트 성장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2020년 160개였던 점포가 지난해 132개로, 롯데마트는 2019년 125개에서 지난해 110개로 각각 줄었다.
올해 초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연간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서도 대형마트의 업황 부진은 뚜렷하다. 지난해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대비 0.8% 감소했다. 식품 판매 매출은 2.3% 증가했지만, 비식품 매출은 7.9% 떨어졌다. 주요 소비재 부문 중 ▲가전·문화(-8.2%) ▲잡화(-9.9%) ▲스포츠(-13.8%) 등의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대형마트의 비식품 소비가 온라인으로 완전히 이동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전환하고, 자정 이후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방안 등 규제 완화를 추진했으나, 민주당의 기조는 이와 정반대다. 민주당은 지난달 12일 20대 민생 의제를 발표하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이 아닌 공휴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조기 대선을 승리한다면 대형마트 규제가 다시 강화될 수 있음을 간접 입증하고 있다.
한편, 유통업 관련 규제가 강화된다면 단순히 대형마트에 국한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온라인 플랫폼까지 규제 범위를 확장해 동일한 규제 적용이 이뤄질 것이라는 견해다.
전민재 공정거래 전문변호사는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이 차기 정권을 잡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며 "만약 민주당이 정권 탈환에 성공하면 문재인 정부 때보다 덜할지 몰라도 유통 규제는 반드시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다만, 오프라인 대형마트보다 이커머스를 규제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며 "업계 전반의 불황이 심각한 상황이므로 입점업체 보호를 위한 규제 보다는 시장 활성화와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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