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5.04.11 15:29

GS리테일, 현장서 최대 56% 바가지 요금도

지난 2023년 구지은(가운데) 당시 아워홈 부회장과 회사 임직원들이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식음 서비스 준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아워홈)
지난 2023년 구지은(가운데) 당시 아워홈 부회장과 회사 임직원들이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식음 서비스 준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아워홈)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감사원이 세계적 망신거리로 전락했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총체적 부실을 공개한 가운데, 행사 식음료 공급을 담당한 아워홈은 101억원의 계약금을 받았음에도 약속된 식자재 배송이 최대 5시간 30분이나 늦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감사원이 발표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추진 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조직위원회로부터 급식 및 식자재 공급 업무의 관리·감독권을 받은 아워홈은 식자재 배송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워홈은 당시 운영요원 9000여 명을 대상으로 단체급식을 제공했으며, 스카우트 대원 3만4000여 명에게는 야영 시 직접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식재료를 '밀박스' 형태로 제공했다.

감사보고서에서는 조식과 중식 식자재를 오전 4시까지 각 서브캠프(각국 스카우트단이 모여 생활하는 공간)에 배송하는 것으로 명시됐지만, 아워홈은 작업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고 포장작업 착수가 늦어졌다는 이유로 배송 시간을 지키지 못했다. 배송 차량 20대 모두가 최소 2시간 45분에서 최대 5시간 30분까지 지연됐다.

특히 할랄식 식자재 배송이 가장 늦어지면서 이슬람권 국가의 스카우트 대원들은 식사를 거른 채 영외과정 활동에 참여했고, 일부는 아예 참가를 포기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아워홈의 식자재 배송과 관련 "식재료 공급 차량을 분단별로 좀 적은 차로라도 따로따로 해야지", "한 서브는 먹고 한 서브는 식재료 받지도 못하고", "생각은 하고 일을 하는 건지", "이건 국가 망신 개망신", "잼버리 개념도 없는 사람들이 급식 배식을 책임지고 있으니 뻔한 결과"라는 등 행사 관계자들의 불만 사항도 게재됐다.

급식 문제가 개선되지 않자 미국과 영국,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 참가단은 조기 퇴영을 결정하며 야영지를 떠나기도 했다. 당시 조직위가 책정한 밀박스 운영단가는 끼니당 5500원, 운영요원 식사는 8000원이다.

또한 감사원은 식자재 보관 선반을 고온다습한 야외에 보관해 곰팡이가 생겼던 상황도 지적했다. 253건의 수의계약(145억원 규모)에서 일부 수의계약이 '일감 몰아주기' 방식 등 부정한 방법으로 체결된 사실도 언급했다.

아워홈은 잼버리에서 곰팡이가 핀 구운 달걀을 제공해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회사 측은 문제의 곰팡이 달걀이 지역업체에서 납품받았다고 해명했다. 조직위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지역업체와 거래하길 종용했고, 아워홈은 해당 업체로부터 구운 달걀을 받았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서 곰팡이 달걀을 공급한 지역업체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1만9000개의 구운 달걀은 섭취하기 직전에 전량 회수·폐기됐다.

지난 2023년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서 세계 각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이 행사장 내 GS25에서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제공=GS리테일)
지난 2023년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서 세계 각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이 행사장 내 GS25에서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제공=GS리테일)

행사 당시 불거졌던 편의점 GS25 운영사 GS리테일의 바가지 논란도 감사에서 사실로 확인됐다.

GS리테일은 아워홈으로부터 편의점 운영을 위탁받았고, 조직위에 146개 품목 가격을 확정 보고했다. 하지만, 일반 점포와 다른 열악한 환경에 가맹 경영주의 수익을 보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 판매가격을 마음대로 조정했다. 조직위 승인 가격 대비 최대 56% 비싸게 파는 바가지 행위에 생수 1병을 무려 3000원에 구입했다는 관계자 발언도 소개됐다.

감사원은 "조직위가 매점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면서 언론보도 전까지 위와 같은 바가지 사실관계를 파악하지도 못했다"며 "그 결과 세계잼버리 참가자들의 불만과 민원을 야기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관련 업계는 이번 감사원 보고서로 인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여 업체들이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고서에서 아워홈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누구나 아워홈인지 알 수 있다"며 "국제행사에서 배송 업무조차 못하는 수준 이하의 운영시스템으로 감사원 보고서에 거론된 것은 관련 업계에서 첫 사례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국제행사 참여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고, 위탁급식 입찰경쟁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최근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주식 매매계약을 끝마친 상황에서 감사원 보고서가 나온 것은 아워홈 오너 일가에게 불행 중 다행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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