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광석 기자
  • 입력 2025.05.12 13:30

방산 호황 물결 타고 1분기 호실적, 전망도 좋아
경쟁사 대비 낮은 성과급 불만…14일 임단협 '전운'

신익현 LIG넥스원 사장. (사진제공=LIG넥스원)
신익현 LIG넥스원 사장. (사진제공=LIG넥스원)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최근 국내에서 가장 유망한 방산업 '빅4(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국항공우주·LIG넥스원·현대로템)' 중 한 곳인 LIG넥스원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양호한 실적에도 경쟁사 수준의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확산하는 가운데, 최근 출범한 노동조합 새 집행부가 사측을 강하게 압박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12일 방산 업계에 따르면, LIG넥스원은 올해 연결기준 1분기 매출액 9076억원, 영업이익 113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9%, 69.6% 늘어난 실적이다. 앞서 LIG넥스원은 지난 2024년에는 매출 3조2763억원, 영업이익 2298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신규 수주 금액은 4조2000억원으로, 올해 매출액 추정치를 넘어서는 등 수출 비중 확대 등으로 수주잔고가 계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라며 "현재는 6년 치 일감을 보유하는 등 장기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양 연구원은 LIG넥스원의 올해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 추정치를 3조5410억원과 3080억원에서 각각 3조6250억원, 3470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하지만, LIG넥스원 내부 분위기는 갈수록 뒤숭숭하다. 도화선은 신익현 대표가 지난 4월 8일 판교 사옥에서 실시한 임직원 긴급 타운홀 미팅이었다.

신 대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및 유럽 방산 환경 변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탄핵 정국 등 국내 정치 리스크도 고려해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사측은 고비 때마다 직원들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했고, 성과가 나면 충분히 보상하겠다고 해왔다"며 "작년 실적 등을 고려하면 성과급을 더 줘도 모자랄 판에 비상경영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임직원들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라는 토로가 나왔다. 심지어 기업 블라인드에는 해당 내용을 언급하며 'LIG넥스원에 입사하지 말라'는 게시글까지 게재됐다.

앞서 LIG넥스원은 지난 2월 말 성과급 지급 기준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재원 삼은 기본급의 105%를 제시했다. LIG넥스원 임직원들은 실적이 나쁘지도 않은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기본급 710%+일시금 500만원'과 한화시스템의 '계약 연봉의 21.6%', 현대로템의 '기본급 500%+일시금 1800만원'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당시 LIG넥스원 관계자는 "비상경영에 준하는 구조조정 등을 실시하겠다는 게 아니라, 방심하지 말자는 차원에서 CEO로서 할 수 있는 말씀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측도 지난달 말 임직원 격려 차원에서 1인당 자사주 10주를 지급하기로 했다.

LIG넥스원 판교하우스. (사진제공=LIG넥스원)
LIG넥스원 판교하우스. (사진제공=LIG넥스원)

그럼에도 임직원들의 불만은 가라앉을 분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노조 측은 오는 14일부터 시작되는 임금·단체협상에서 ▲성과급 정상화 ▲공정한 임금·처우 개선 ▲비상경영 기준 정립 ▲실질적 노동 3권 보장 ▲사측과의 소통구조 혁신 ▲직군별 제도 현실화 ▲복리후생·근무환경 개선 등 그동안 임직원들의 불만사항을 반영해 요구할 계획이다.

현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LIG넥스원지회장은 최원범 지회장이다. 이전 집행부가 사측과의 교섭 전략이 부실하고, 소통 능력도 떨어진다는 이유로 탄핵되고 지난달 24일 새 집행부가 꾸려졌다.

아직 새 집행부의 입장은 나오지 않았으나, 이동훈 지회장 권한대행은 지난달 말 입장문을 통해 "최근 이뤄진 자사주 지급은 어떠한 사전 협의나 교섭도 없었고, 조합원들의 불만이 많은 성과급 문제와는 명확히 별개 사안"이라며 "모든 구성원이 공감하고 수긍할 수 있는 성과 보상 기준이 마련되도록 끝까지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단협이 시작하지 않은 만큼 사측 입장도 나오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LIG넥스원 측이 노조 요구를 수용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방산 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가 어떤 사안을 요구하더라도 국가 안보를 추구하고, 보안이 삼엄한 방산업 특성상 단체행동으로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는 규제 때문에 회사가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 한, 해프닝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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