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광석 기자
  • 입력 2025.06.12 10:59

현대제철·동국제강, 여름 성수기에 공장 셧다운 잇따라
당장은 재무안정…美관세 및 건설불황에 중장기적 침체 전망

한 근로자가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출선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한 근로자가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출선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철강 업계에 미국발 관세 위협 및 중국발 공급과잉, 전방산업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 '3중고' 위협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현대제철 및 동국제강 등 철강사들은 올해 들어 전례 없는 공장 가동 중지를 이어가며 재무위험 확대를 막고 있지만, 단기 처방인 만큼 중장기적 안정적 수익 확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12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극심한 수요 부진을 이유로 지난 7일부로 포항2공장 휴업조치를 단행했다.

포항2공장에서는 건설현장에 투입되는 H형강 및 철근 등을 생산한다. 현대제철 전체 철강재 생산량 중 3% 비중을 차지한다. 비중은 크지 않지만 국내 1위 제강사가 여름 성수기에 공장 셧다운을 결정하는 것은 유례가 없었던 일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가동 중단 등 추후 진행 상황은 노동조합과 대화를 통해 원만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 2024년 11월 비슷한 이유로 해당공장 폐쇄를 추진한 바 있다. 당시 노동조합 반발에 부딪히면서 현재까지 축소 운영을 해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관세 부과 악재까지 더해지면서 포항공장 기술직에 대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황이다. 최근에는 무한궤도 부품 및 완제품을 생산하는 포항1공장 내 중기사업부 매각도 추진 중이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 3~4월에도 정기보수가 아닌 시황 악화를 이유로 인천공장 내 철근 생산라인을 가동 중지하기도 했다. 중국산 저가 철근 밀어내기 및 전방산업인 건설업 위축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2024년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경영진은 올해 초부터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임원 급여 20% 삭감 및 전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까지 받고 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 (사진제공=현대제철)
현대제철 포항공장. (사진제공=현대제철)

동국제강도 생산량 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동국제강은 수급 안정화를 위해 지난해 6월 업계 최초로 야간 제한 조업을 실시해 올해는 공장 가동을 50%까지 줄인 상태다. 이마저도 부족해 건설업 침체 여파로 철강 업계에서는 가장 성수기인 오는 7월부터 한 달간 인천공장 전체 공정을 모두 중단한다. 이 또한 사상 처음이다.

인천공장은 동국제강 연 매출에서 40%를 차지하는 핵심 거점이다. 전기로 2기와 압연라인 2기를 갖춰 연간 철근 220만톤 생산이 가능하다. 단일 공장 기준 국내 최대 규모다. 가동 중단 기간 동안 약 20만톤의 철근 공급 감소가 예상된다. 동국제강 측은 오는 8월 시장 상황 변화를 지켜보고, 공급 과잉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중단 기간 연장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같은 제강사들의 잇따른 생산량 조정으로 당장 2분기 실적은 선방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연속 적자 중인 현대제철은 2분기 1172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발 품목 관세 및 공급과잉 후폭풍 등을 막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통상리스크 및 불공정 수입 대응 방안도 철강사들에게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입 철강에 대한 품질증명서(MTC) 확인 및 우회덤핑 대응 강화 등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4월 초부터 적용된 철강 25% 관세를 이달 초부터 50%로 올린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액 가운데 미국 비중은 13% 수준으로 4위 교역국이다. 미국의 25% 관세만으로도 지난 4월 기준 철강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 줄었다. 5월 통계가 반영되고, 7월부터 50% 관세분도 반영되면 피해는 우후죽순 커진다.

제강사 고객사인 건설사들도 여전히 신규분양이 되지 않아 공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전국 악성 미분양 주택은 2만6422가구로 11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미분양 주택 수는 1년 9개월째 증가세다.

제강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2분기는 철근 및 형강 제조공정을 100% 돌려도 부족하지만, 현재는 건설업 침체로 철강재 수요가 없어 막대한 인건비와 전기요금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그나마 제강사들의 생산량 조정으로 철근 가격이 톤당 70만원대로 오르기는 했지만, 75만원은 돼야 최소 마진을 기대할 수 있다. 이마저 수요가 없어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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