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6.12 18:00

[뉴스웍스=강석호 기자] 최근 음주문화의 변화와 고물가가 맞물리면서 술집·호프집·소형 음식점 등을 중심으로 자영업자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특히 '1차만 마시고 귀가하는' 술자리가 보편화되면서 회식형 매출 구조에 의존해온 자영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자영업자 수가 약 565만9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약 2만2000명 감소한 수치로, 5개월 연속 감소세다.
외식·숙박업종의 폐업 동향은 ▲커피음료점 1050개 ▲호프주점 1876개 ▲한식음식점 1744개 ▲간이주점 817개 ▲여관 및 모텔 389개 등으로 평균 1175개가 폐점했다.
해당 업종의 취업자 수도 감소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취업자 수는 231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6만7000명이 줄었다.
자영업자 감소세의 배경에는 외식물가 상승이 자리 잡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 5월 기준 외식 물가가 전년 대비 2.8%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외식비가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이 아예 외부 음주를 기피하거나 저렴한 대체 소비를 선호하는 추세다. 맥주 2잔에 기본 안주를 곁들이는 1인 기준 술자리가 2만5000~3만원을 넘는 반면, 편의점에서는 1만원 안팎으로 저도주와 간편 안주 구성이 가능하다.
물가 상승세와 함께 음주문화 자체의 변화도 더해졌다. 과거처럼 2차, 3차를 넘어가는 술자리는 줄어들고 1차만 간단히 마시고 귀가하는 문화가 일상화됐다. 이런 흐름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MZ세대를 중심으로 혼술·홈술이 확산되고, 저도주·무알콜 주류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과거 음주문화에 의존하는 영업구조와 멀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5000원에 소주 무제한 제공 영업을 시작한 한 자영업자는 "처음 가게를 오픈한 2015년 때는 저녁 8시만 되면 중장년층 손님과 2030세대 손님들이 많았다"면서 "이제는 상권 자체의 유동인구가 확 줄어들어 소주 무한리필로 가게 방문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주 무한리필을 홍보해도 식사 시간과 객단가가 줄어들어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3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외식용 소주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3% 하락해 지난해 9월(-0.6%) 이후 7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주류업계는 이런 음주 간소화 및 저도수 선호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롯데칠성음료는 기존 16도인 소주 '새로'를 제로슈거 제품으로 출시했으며, 최근 새로에 살구와 키위 맛을 더한 '새로 살구·다래'를 12도로 도수를 낮춰 출시했다. 오비맥주는 무알콜 맥주 '카스 0.0'의 광고 영상을 서울 주요 지하철역 스크린 도어나 옥외 광고를 통해 선보였다.
하이네켄코리아가 최근 오픈서베이를 통해 2030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8%가 최근 3개월 이내 무알콜·논알콜 맥주를 '마시기 편해서' 음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월 1회 이상 무알콜 맥주를 마신다고 응답한 비율은 76.6%로, 2022년 같은 조사보다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하이네켄코리아 관계자는 "과거 무알콜·논알콜 맥주가 운전이나 다이어트 등 특정한 상황에서 선택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단순 취향이나 맛에 따라 가볍게 즐기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무알콜 맥주에 대한 음용 트렌드가 점차 일상 속에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자영업자와 골목상권 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검토 중이며, 지역화폐 형태로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월 자체 추경안에서 국민 1인당 25만 원,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에는 추가로 10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민생 회복 소비쿠폰' 사업을 제안한 바 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민생회복지원금의 정책 목표는 단순한 가계 지원을 넘어 전반적인 소비 진작을 통해 국가 경제 회복을 이끄는 데 있다"며 "그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사용기한이 설정된 지역화폐 형태로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