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5.07.10 18:05

면 단위 지역선 '하나로마트' 사용 가능하지만 조건 부합 마트 125곳 불과
'11월 30일까지' 사용기한 제약도 문제…"써보지도 못하고 국고 환수" 우려

행정안전부 페이스북 메인 그림. (출처=행정안전부 페이스북)
행정안전부 페이스북 메인 그림. (출처=행정안전부 페이스북)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핵심사업인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21일부터 1인당 최대 55만원 지급하는 가운데 '사용처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현행대로라면, 사용처는 '연 매출 30억원 이하 업체'로 묶여있고, 일부 면(面)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이 같은 규제를 풀어놓은 상태다. 

정부가 지난 5일 내놓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계획'을 보면 소비쿠폰은 7월과 9월 두차례 나눠 지급된다. 1차로 이달 21일부터 9월12일까지 소득과 거주지에 따라 1인당 15만∼45만원을 준다. 2차는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에게 10만원씩 9월 지급을 시작한다. 소비쿠폰은 지역사랑상품권, 신용·체크·선불 카드 중 하나로 지급한다.

문제는 사용처다. 국민들이 살고있는 지역에 따라 사용에 불편이 예상되는 곳이 적잖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에 어떤 곳에 어떤 불편이 예상되는지 들여다봤다. 

◆"농촌에선 하나로마트만으로는 사용처 부족"

소비쿠폰의 사용처는 지급방식에 따라 다른데, 원칙적으로 연 매출 30억원 이하 매장이 대상이다.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SSM), 백화점, 온라인 쇼핑몰, 배달앱 등은 제외됐다. 다만 관내 마트·슈퍼·편의점 등 유사업종이 없는 면 지역에 한해 농협 하나로마트도 사용처로 포함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는 "소비쿠폰의 취지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매출 진작인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면 지역에 대해 사용처 규제를 완화했다지만 농촌 주민의 불편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란 비판이 상당하다. 농어촌 인구감소지역은 구매력이 약한데다가 이들 지역에선 민간 소매점이 아주 적은 편이다. 더욱이 신선식품 등을 취급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나로마트가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원칙적으로 빠지면서 농촌 주민 사이에선 "돈이 있어도 쓸 곳이 없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행안부에 따르면 조건에 부합하는 면 단위 하나로마트는 125곳으로, 전체 하나로마트 2262곳의 5.5%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실용성이 극히 미흡하다는 얘기다. 

국회가 이번 추경안을 심사하면서 '행안부는 상권과 인프라가 열악한 읍·면 지역에 대해 생산자단체가 운영하는 매장에서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부대의견을 채택하긴 했지만 이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촌지역에 살고있는 A씨는 "농촌 읍·면 지역은 그렇지 않아도 기초 편의시설이 부족한 상태에서 하나로마트 등이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상태"라며 "농촌 주민의 편의성을 충분히 고려한 대책이 나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잖은 국민들의 또 다른 불만 요인은 '사용 기한에 제한을 둔 점'이다. 소비쿠폰의 사용 기한은 11월 30일까지이며 기한 내에 사용하지 못한 잔액은 국고·지방비로 환수되도록 돼 있다. 이렇게되면 마땅한 사용처가 부족한 상태인 농촌 주민들은 사용 기한에 쫓기다가 자칫 제대로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잔액이 국고로 환수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따라서 농민들은 국가와 지자체가 사용처를 대폭 확대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어려울 때는 소비 줄이는 게 상식…"20조 빚내서 푼돈 나눠주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과 관련된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도 제기된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지역화폐 할인 지원액까지 포함하면 14조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하다. 이는 가뜩이나 세수 부족과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가 큰 상황에선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것은 기본적인 부담이고 더 심각한 것은 국가의 재정상황이 20조원 가량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악화된 상황이 더 문제라는 게 당정의 설명이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8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전날 있었던 대통령과 여당 상임위원장 만찬 회동 등의 내용을 전했다. 진 의장은 "대통령께서 민생 위기를 강조하면서도 재정 상황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거듭 말했다"며 "이 대통령은 이번 추경도 20조원의 국채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조금 더 많은 지원을 하고 싶었지만 재정 여력이 부족해 안타깝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최근 31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통과시켰는데 이중에서 상당부분을 국채발행으로 조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쉽게 말해 지금 국민들에게 지급하겠다는 민생회복지원금은 정부가 20조원의 빚을 낸 것을 가지고 국민 1인당 15만원에서 45만원씩 나눠준다는 얘기다. 지금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국가재정을 더 악화시키더라도 국민들에게 민생회복지원금은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각종 SNS에서는 반론이 쏟아져 나왔다. A네티즌은 "집안이 어려우면 지출을 줄여야지 바로 풀(FULL)로 신용대출을 받아서 소비를 유지한다는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어려울 때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소비를 줄여야 하는 게 상식인데, 정부가 상식밖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B네티즌은 "국가가 어렵다고 하면서 국민에게는 고작 십수만원 나눠주겠다고 이런 식으로 민생회복지원금을 나눠준다면 결국 국가가 파산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되기 전까지 높아진 세수, 높아진 물가 등으로 고통을 받게될 것"이라며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나라의 곳간을 대출로 지금 메우고 있는 상황인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또 "정작 기업 투자, 일자리 창출, 국가생산성 향상 측면에서 뭔가 투자됐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그야말로 쓴 돈을 또 빚내서 메우는 악순환 구조에 빠진 것"이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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