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광석 기자
  • 입력 2025.07.14 11:24

공급 과잉과 전방산업 침체에 美 50% 관세 여파까지

포스코 포항제철소 철강 공정. (사진제공=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 철강 공정. (사진제공=포스코)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철강업계가 비핵심 자산 매각 및 생산량 조정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하반기 실적 전망은 더욱 불투명할 전망이다.

중국발 공급과잉 및 자동차(전기자동차)·건설 등 전방산업 불황이 여전한 상황에 3분기부터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50% 품목 관세 부과 영향도 반영되기 때문이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의 2분기 영업이익 증권사 평균 전망치는7202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1% 줄어든 것이다. 또한 1분기 적자를 냈던 현대제철은 2분기 흑자 전환에는 성공할 것으로 보이지만, 영업이익 984억원으로 기대치가 높지 않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산 철강재 덤핑과 건설경기 침체, 미국 철강 25% 관세 등의 악재를 고려해야 한다"라며 "자산 매각이나 상시적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가격 방어 등의 노력이 어닝쇼크를 막았다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경우, 장인화 회장이 지난 2024년 3월 취임 당시 공언한 저수익·비핵심 사업 125개 정리가 진행 중이다. 포스코는 현재까지 45개 프로젝트를 정리해 6625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지난 3일에는 자회사인 중국 장자강포항불수강 지분 82.5%를 4000억원대에 중국 칭산그룹에 양도하는 내용의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조만간 4677억원 규모의 일본제철 지분도 매각할 방침이다.

장 회장의 목표는 오는 2026년까지 총 2조7000억~2조8000억원의 현금 확보다. 이렇게 확보된 현금은 철강 본원경쟁력 강화 및 이차전지 사업 부진에 따른 단기적인 유동성 확보와 미래 성장 동력 투자에 활용된다.

1분기 적자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 중인 현대제철은 각각 2500억원 규모의 포항 1공장 중기사업부와 자회사 현대IFC(단조 사업부 물적분할) 매각을 추진 중이다. 주력인 철근 및 형강 등의 지속적 가격 하락에 따라 성수기에도 생산량 조정까지 감행 중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4월 감산을 위해 인천 철근공장을 한 달간 전면 셧다운한 데 이어, 지난 6월부터는 포항2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오는 21일부터 8월 31일까지는 인천 철근 공장 정기보수도 예정돼 있다. 현대제철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8조5000억원 규모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건립 결단에 따라 당분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같은 전기로 업체인 동국제강도 현대제철과 비슷한 구조조정 양상을 띤다. 동국제강도 오는 22일부터 8월 15일까지 단일공장 기준 국내 최대 규모인 인천공장(220만톤) 가동을 사상 최초로 중단한다. 과거 불황 때마다 페럼타워 및 후판공장, 브라질 CSP 제철소 지분 매각 등을 감행해 온 동국제강은 위기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생산 후판 물량. (사진제공=현대제철)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생산 후판 물량. (사진제공=현대제철)

그러나 철강사들의 이같은 구조조정 노력 효과도 단기적일 전망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6월 4일부터 철강 수입 관세를 25%에서 50%로 상향하면서 수출에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관세 악영향이 회계에 반영되는 기간이 2~3개월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철강사들의 3분기 실적 전망도 좋지 않다는 의미다.

한국은 미국에 연간 최대 263만톤의 철강 제품을 수출한다. 이는 전체 철강 수출량의 11% 이상을 차지하고, 단일 국가로는 가장 높은 비중이다. 철강업계는 50% 관세는 사실상 수출을 하지 말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포스코는 에너지용 강관·후판에서, 현대제철은 자동차 강판, 동국제강은 컬러강판 부문 타격이 예상된다. 모두 고부가가치 제품인 만큼, 한국 철강 전체 수출 전략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수요가 침체돼 있는 내수에도 이중 타격이 될 수 있다. 미국 수출길이 막히면 해당 물량이 국내 시장으로 유입돼 가격을 더욱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 통계 분석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한국의 미국 철강 수출 물량은 23만9217톤으로, 전년보다 13.7% 늘었다. 한국 전체 철강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최근 1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복수의 철강업계 관계자는 "6월 수출 통계는 미국의 50% 관세 발효 직전 우회 물량이 반영된 데다, 현지 가격경쟁력 유지를 위한 수출단가 하락분도 고려해야 한다"며 "포스코나 현대제철의 경쟁상대인 일본제철만 해도 최근 US스틸 인수로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춰 관세를 우회하기에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산 철강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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