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7.18 06:00
현실 제약 속 추진…기술개발·제도개선·주민 수용성 확보 병행돼야
지역 주민 반발도 걸림돌…전문가들 "충분한 보상 필요" 한목소리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 세계적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된 'RE100(Renewable Energy 100%)'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400개 이상의 기업이 RE100에 가입했고, 국내에서는 삼성전자·SK그룹·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RE100 이행은 높은 재생에너지 단가 및 복잡한 행정 절차 등으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뉴스웍스는 RE100이란 무엇이며, 이행을 가속화하고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3회에 걸쳐 짚어본다.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RE100 조기 달성을 위한 정부의 정책 의지는 강하지만, 현실적인 여건과 제도적 한계는 여전한 걸림돌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추진 방식만으로는 RE100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진단한다. 무엇보다 기술 개발과 제도 개선, 지역사회 수용성 확보 등 다층적인 노력 병행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현행 RE100 메커니즘은 기업이 사용한 전력량에 맞춰 재생에너지 발전 인증서(REC)를 구매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간접 증명하는 구조"라며 "이는 실제 탄소 감축 효과와는 거리가 있고, 국내 전력 수요 전체를 대응할 만큼의 재생에너지 생산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물리적으로 이행이 어렵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RE100은 화석연료 고갈에 대비해 재생에너지 활용을 확대하고 관련 기술과 설비 선진화를 위한 연구·실증에 의미가 있다"면서도 "산업용 전기요금이 세계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중소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급진적 확산은 산업 경쟁력 저하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한국의 재생에너지는 미국 등과 달리 가격이 매우 높아 기업들의 RE100 이행이 어렵다"며 "재생에너지에 큰 비용을 투입하면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고, 결국 정부에 비용 인하를 요구하게 된다. 반면 재생에너지 사업자는 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정부는 이들이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도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제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의 일방적 지원보다 민간 기업의 기술개발 능력과 산업 여건을 반영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하며, 반드시 제도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교수는 "정부의 재정 지원도 필요하지만, 한계가 명확한 만큼 민간이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핵심 기술을 개발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설비 투자 부담을 줄여야 한다"며 "정부 역시 기업에 무조건 따르라고 요구할 게 아니라, 기술 발전 수준과 업계 상황을 고려해 투자 방향과 속도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RE100을 단순한 규제가 아닌 탄소배출 저감, 산업 전력 요금 인하, 에너지산업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재생에너지 가격을 낮추기 위해 '경매제'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한국은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제(RPS)'를 시행하고 있지만, 미국·유럽 등 주요국은 입찰 경쟁을 유도하는 경매제로 전환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그는 "경매제를 도입해 입찰 경쟁을 유도하면 사업자들이 가격 인하 노력을 하게 되고, RE100을 추진하는 기업들도 더욱 합리적인 가격에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열악한 자연조건과 국토 여건도 RE100 추진에 작지 않은 걸림돌이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는 일조량과 바람량이 부족하고, 지형 특성상 설비 용지 확보가 어려워 배터리 저장·송전망 확충 등을 고려하면 태양광은 kWh당 350원, 해상풍력은 550원까지 단가가 치솟는다"며 "이는 주택용(153원), 산업용(190원) 전기요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생에너지는 구조적으로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RE100 이행을 위해선 기업이 비용을 감당하거나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정부는 경매제를 통해 재생에너지 가격을 낮추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특정 기업에 보조금이나 특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는 형평성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RE100을 실현하려면 사회적으로 비용 상승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 과정에서의 지역 주민 반발도 주요 과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 교수는 "에너지 설비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 피해, 반사광, 송전선 인근 토지 가치 하락 등 문제를 면밀히 평가하고, 이를 상회하는 수준의 보상이 필요하다"며 "피해를 보전하는 수준을 넘어, 설비가 들어선 지역이 '잘 사는 동네'라는 인식이 퍼질 수 있도록 '이익공유제' 도입과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인구 소멸 등 지역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의 재정 투자를 해당 지역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도 모든 형태의 발전소가 주민 반발에 직면하는 만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보상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충분한 보상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건 결국 현금 보상"이라며 "공동 설비보다는 주민 개인이 체감할 수 있는 보상이 더 효과적이고, 이런 방식은 결국 재생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