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5.08.02 14:00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실적이 주목된다. 2분기 영업이익은 SK하이닉스가 9조2129억원,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4000억원으로 큰 차이가 있지만, 하반기에 거는 기대감은 다르지 않다. 

2일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 3분기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81조6482억원, 영업이익 8조3777억원이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9.44%, 영업이익은 78.24%가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매출 23조3346억원, 영업이익 10조264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은 전 분기 대비 4.95%, 영업이익은 11.41% 증가한 것이다. 지난 2분기 매출·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는데, 3분기에 새로운 기록을 세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조만간 반도체 품목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어서,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7월 31일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관세 협상을 타결하면서 반도체 품목 관세에서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한 만큼, 국내 반도체 업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관세가 웨이퍼 단위로 적용될지 패키징으로 부과될지 정해진 바가 없다"라며 "하지만 미국 상무부 장관이 한국 기업에 최혜국 대우를 해주겠다고 밝혀, 다른 나라 나라에 비해 가격 측면의 장점이 있어 기대를 걸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실적 회복을 위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 정상화에 주력한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최근 'HBM 사업 정상화'를 언급했다. 자사의 HBM3E가 엔비디아 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만큼, 이를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전영현 삼성전자 DS 수장이 최근 엔비디아를 방문한 것을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12단 HBM3E 퀄테스트 통과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엔비디아도 HBM3E를 대부분 SK하이닉스에 의지하고, 마이크론으로부터 소량 공급받고 있어, 삼성전자로부터 납품이 시급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상저하고로 2분기에는 큰 규모의(약 1억원) 재고 평가 충당금이 반영됐다. 3분기에는 충당금이 더 줄어들 것"이라며 "HBM4 사업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파운드리 사업에서 더 많은 고객사를 수주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시스템LSI 부문은 엑시노스 개발을 잘해 삼성전자 등에 납품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HBM4에서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해 SK하이닉스보다 한 단계 앞선 1c D램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1c D램 개발이 완료돼, HBM4 양산 준비를 마친 상황이다. 

김재준 부사장은 "HBM4의 경우, 1c 나노 공정 양산 전환 승인을 완료하고, 제품을 개발해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출하했다"며 "내년 수요 본격화에 맞춰 적기 공급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 판매와 관련해 "2분기 판매량은 전 분기 대비 30% 증가했고, HBM 중 HBM3E가 차지하는 비중이 80% 후반까지 확대됐다"며 "하반기에는 HBM3E 비중이 90% 후반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는 최근 테슬라와 약 23조원 규모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해 새로운 빅테크 고객 확보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계약 기간은 2033년까지 8년 5개월 간인데, AI 칩 생산을 진행할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이 내년부터 가동을 시작해, 올해 매출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LSI 사업부도 '엑시노스 2500'이 최근 출시된 'Z플립7'에 탑재한 데 이어 '엑시노스 2600'을 내년 'S26' 시리즈에 탑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원준 모바일경험(MX) 사업부 개발실장(사장)은 최근 "내년 출시되는 스마트폰에 '엑시노스 2600'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 평가 과정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소비자에게 가장 우수한 성능을 제공하는 제품을 선택하겠다"고 강조했다. 권혁만 시스템LSI사업부 상무도 "엑시노스 2500은 폴더블 신제품 진입에 성공했다"며 "엑시노스 2600으로 추가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모리 제품별 출하량이 증가할 것이며, 가격 인상이 지속되는 점도 호재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D램은 한 자릿수 후반, 낸드는 한 자릿수 중반 출하량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하반기에 D램 수요가 개선돼,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이며, 낸드는 3분기부터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 

증권사들도 삼성전자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는 개선 근거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엔비디아를 제외한 고객사용 제품 인증 완료 효과로 HBM 출하량은 계단식 성장을 보일 것이며, AI 파생 수요의 기회 요소가 더 구체화하고 있는 만큼 질적·양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하반기 메모리반도체 영업이익은 상반기 대비 82% 성장한 11조5000억원을 기록할 것이다. 테슬라와 대규모 수주 계약 체결 후, 삼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더 낙관적"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 이천 M16.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 M16.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4일 진행한 실적 컨퍼런스에서 골드만삭스가 '내년에 HBM 공급과잉으로 실적이 꺾일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의 보고서에 대해 "향후 HBM 수요 성장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반박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내년에 HBM 가격이 10%, 최대 35% 하락 가능하다. 그 어떤 시나리오로도 HBM 가격 하락은 피할 수 없다"며 "엔비디아 HBM 물량의 80~90%를 제공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독주 체제가 끝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비관적인 전망에 SK하이닉스 주가가 한때 하락하기도 했지만, 증권가는 하반기 SK하이닉스 실적 개선을 더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HBM 시장이 기대된다. 수요가 견고하고 하반기에는 HBM4 양산에도 들어간다"면서 "12단 HBM3E 공급도 늘어나고, 범용 D램·낸드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HBM을 전년 대비 두 배 성장시킨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HBM4의 베이스 다이는 자체 개발이 불가능한 만큼 SK하이닉스는 TSMC와 공동으로 HBM 최하단에 탑재되는 제품을 개발 중이다. 특히 빅테크 업체 중 TSMC의 파운드리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많아, HBM4 영업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에도 영업이익률 41%를 기록해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률 6.3%의 6.5배를 기록했다.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의 최신 HBM 수율은 60% 이른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4분기에 청주 M 15X를 4분기에 오픈한다. 오는 11월 중공을 목표로 하는 청주 팹은 HBM 양산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 재개가 된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수출이 정상화되면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에 많은 물량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상반기에 수요 증가를 한 메모리는 하반기에 더 큰 수요 성장이 기대된다. 용산전자에서는 최근 D램도 'SK하이닉스 제품 질이 더 좋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빅테크 기업의 AI 리즈닝 모델 본격 경쟁에 돌입하면서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수요도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당분간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서승연 DB증권 연구원은 "3분기 영업이익은 12단 HBM3E 출하량 확대 속에 관세 우려에 따른 선구매 수요가 지속되며, 전 분기 대비 11% 증가한 10조20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며 "메모리 판가는 관세 및 레거시 공급 부족 우려로 3분기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양산한 HBM3E 12단.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양산한 HBM3E 12단. (사진제공=SK하이닉스)

전문가들은 업체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하반기에도 반도체 업체의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교수는 "SK하이닉스는 하반기에도 HBM 선두 업체의 장점을 다 누릴 것"이라며 "삼성은 하반기부터 실적이 좋아질 것이지만, 급격히 회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파운드리 사업에서 테슬라를 고객으로 따냈지만, 성과는 내년부터 나온다"고 전망했다. 

인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관세 문제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다. 하반기 D램 수요가 많아지고 낸드도 AI로 수요가 늘어나 수혜가 기대된다"며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계약이 내년부터 일어나는 만큼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우선은 HBME3E 퀄테스트 통과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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