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8.20 21:00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주간의 미국 출장 중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것으로 전해지면서, 12단 HBM3E 퀄테스트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0일 증권가에 따르면, 국내 대형 반도체 주가 업종 내에서 아웃퍼폼(특정 주식의 상승률이 시장 평균보다 더 클 것으로 예측, 주식을 매입하라는 의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를 '최선호 주'로 꼽았다. 이는 테슬라를 고객사로 확보한 파운드리 최선단 공정이 '글로벌 고객 확대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20일 전장 대비 0.71% 상승한 7만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하나증권은 지난 18일 발간한 '반도체 위클리' 보고서에서 이달 10일까지 한국 전체 일평균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했지만,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22% 증가한 3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며, D램과 낸드 모두 43%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특히 DDR4와 DDR5, 낸드 현물가격이 최근 고정가격을 웃도는 흐름을 보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미국 관세 리스크는 여전히 변수지만,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300%의 관세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미국 내 생산 시설을 둔 기업은 면제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봤다.

전문가들은 메타·구글·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인프라 투자에 수십조 원을 쏟아붓고 있다는 점이 반도체 업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메타는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한 총 설비투자 규모가 연간 660억~720억달러(약 100조원)에 이른다고 공개했다. 구글 알파벳은 AI 호황에 힘입어 올해 투자 규모를 기존 750억달러에서 850달러(약 118조8810억원)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또 애플도 AI 기술 고도화 등 투자를 본격화하겠다는 알린 것도 호재다.
이런 빅테크의 투자 확대는 반도체 수요 증가로 직결되고, 메모리·파운드리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수혜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이재용 회장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통상 이 회장은 출국이나 귀국길에 만난 기자들의 질문에 대부분 짧게 근황만 전하는 수준이었지만, 지난 15일 출국길에서는 밝은 표정으로 '내년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혀 긍정적인 시그널을 더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테슬라 및 애플과 대규모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알린 바 있는데, 이번 출장에서 새로운 고객이 될 빅테크 업체들과 접촉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조만간 퀄컴·구글 등 대형 고객사로부터 추가적인 파운드리 수주 계약을 발표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 회장은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경제 사절단으로, 조만간 다시 미국으로 출국한다. 이번 방한에서 정부 측 발표를 통해 삼성전자의 대미 투자 계획이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대미 추가 투자 규모는 '10조원+a'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의 대미 추가 투자를 기대함에 따라 기존에 440억달러에서 370억달러로 줄인 대미 투자 금액 중 차액인 10조원 규모를 복원시키고, 장비·소재 등에 추가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의 HBM·파운드리 사업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에 이어 애플 CIS까지 텍사스 파운드리 팹을 통해 글로벌 고객사용 파운드리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며 "2분기 일회성 비용 인식과 더불어 최근 라인 가동률이 반등하고 있어 3분기에는 파운드리는 1조8000억원 수준으로 적자 폭을 줄일 것이다. 최근 마이크론의 모바일 낸드 사업 철수 및 중국 내 구조조정은 낸드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에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짚었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교수는 "삼성전자가 하반기에 상반기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수익 개선에 대한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오고 있다. 엔비디아의 12단 HBM3E 퀄테스트 통과와 HBM4 기대감이 급증하고 있다. 파운드리에서도 테슬라 등 수주 계약을 잇달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최저점에 놓여 있었는데, '반등의 기회'가 오고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를 포함해 자국 내 공장을 짓는 반도체기업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것은 또 다른 변수다. 현실 가능성은 떠나 미국 정부가 타국 기업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고 글로벌 반도체 산업 지형을 인위적으로 재편하겠다는 의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크게 당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행정부는 1100억달러를 투자, 인텔의 지분 10%를 인수할 계획이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삼성전자 등에 지원금을 주는 대신 주식을 내놓으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TSMC 등은 현재 바이든 행정부에서 제정된 반도체 법에 따라 지원금을 받고 있다. 이는 대만 TSMC까지도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산업에 중요한 기업에 정부가 개입하는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라며 "노골적인 미국의 자국 기업 지원은 삼성전자는 물론 TSMC 등과 같은 경쟁사 입장에서 부정적이다. 아직 인텔의 18A 공정 개발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시간을 두고 더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일부에서는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서 성공을 거둘지 불확실한 만큼, 삼성전자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