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5.08.13 19:00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4월 9일 일본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CBAC)로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4월 9일 일본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CBAC)로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이달 25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삼성전자의 대미 추가 투자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현재 건설 중인 미국 테일러 공장에 '10조원+α'의 추가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점쳐진다. 

앞서 윤성혁 대통령실 산업정책비서관은 지난달 31일 한미 관세 협상 타결 후 가진 브리핑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 계획들이 정상회담 때 투자 금액에 포함될 것"이라며 "삼성 테일러 공장처럼 조 바이든 정부 때 발표된 계획도 있지만, 앞으로 투자가 진행되는 것은 트럼프 2기 때 주로 집행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미국에 체류하면서 테슬라, 애플에 이어 퀄컴 등 새로운 파운드리 고객사들을 유치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더불어 한국 정부의 대미 투자 발표가 임박한 상황인 만큼, 삼성전자 내부도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삼성전자는 당초 미국 테일러 공장에 440억달러(약 61조원)를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DS(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삼성전자가 '위기론'에 휩싸이자, 첨단 패키징 시설 투자 금액인 70억달러(약 10조원)를 금액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투자 금액이 370억달러(약 51조2700억원)로 줄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하지만 이번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삼성전자의 미국 추가 투자를 기대함에 따라, 테일러 공장 투자 규모를 440억달러로 복원시키고 장비·소재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는 장비·소재 업체 등과 공급량 확대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에 가동을 시작하는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은 수주량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에 테슬라의 인공지능(AI) 칩 'AI6'과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이미지센서'까지 수주하면서 추가 투자 단행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특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와 계약은 실제로는 몇 배 더 될 것"이라고 밝힌 것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에 삼성전자가 테슬라의 FSD(완전자율주행), 데이터센터, 로봇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 칩 생산 계약을 추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형 고객사 추가 유치에 대한 기대감도 감돈다. 이 회장이 미국 빅테크 업체들과 접촉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파운드리 고객으로 퀄컴이 유력하게 거론되기 때문이다. 퀄컴은 지금까지 '스냅드래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생산을 대만 TSMC에 맡겨 왔다. 또 갤럭시 스마트폰에 AI인 '제미나이'를 탑재하는 등 최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구글도 또 하나의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다가올 이재명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은 재계의 추가적인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미국과 대만 간 정치적 요인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빈틈을 헤집고 들어가는 중요한 기회"라고 내다봤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교수는 "글로벌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하는 것이 '뉴노멀'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 회장도 동참하게 될 것"이라며 "과거에는 미국을 하나의 판매처로 생각했다면, 이제는 생산거점이라는 '인식의 대전환'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추가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퀄컴의 모바일 AP '스냅드래곤' 이미지. (출처=퀄컴 홈페이지)
퀄컴의 모바일 AP '스냅드래곤' 이미지. (출처=퀄컴 홈페이지)

한편으로는 삼성전자의 대미 투자 규모 확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테슬라와 애플로 부터 대형 계약을 수주했지만, 매출로 연결되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분기 DS(반도체) 부문이 부진한 실적을 낸 만큼, 현재로서는 추가 투자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수익성도 미지수다. 업계 한 전문가는 "빅테크와 계약에서 삼성전자는 TSMC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을 제시했을 것"이라며 "테일러 공장의 가동율이 떨어진 상황에서 적은 마진이 남더라도 생산을 하는 쪽이 유리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의견을 말했다.

미국의 높은 인건비도 걸림돌이다. 황용식 교수는 "미국의 주지사도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인건비 등에 대한 협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을 것"이라며 "관련 비용을 낮추기 위해 조속히 협의에 나서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SK하이닉스 이천 M16.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 M16. (사진제공=SK하이닉스)

한편, 이달 24일부터 3일간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는 재계 주요 총수들이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구체적 논의가 오가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전제했지만 "충분히 경제 사절단과 같이 갈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이 대통령의 방미에 이재용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그룹 수석부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등이 동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최근 관세 협상에서 미국 정·재계 인사와 소통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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