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5.08.30 09:38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미국 행정부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의 건별 허가 없는 미국의 반도체 장비 반입 조치를 취소하기로 했다. 발효일은 관보 게재일로부터 120일 후로, 이들 기업은 내년부터 중국 공장에 반도체 장비를 반입하려면 미국 정부로부터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의 연방 관보에는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의 '중화인민공화국 내 검증된 최종사용자 허가 취소'라는 제목의 문서가 게재됐다. 이 문서는 오는 9월 2일 자 관보에 공식 게재될 예정이다.

BIS는 수출 관리 규정을 개정해 중국에 대한 기존의 '유효한 최종사용자'(VEU) 허가 목록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인텔 반도체(다롄)를 삭제했다. 인텔 반도체의 경우 지난 3월 SK하이닉스가 자회사 솔리다임을 통해 인수한 것으로, 현지 법인명에는 인텔이 사용되지만, 실질적인 주인은 SK하이닉스이다.

2007년 도입된 VEU는 신뢰할 수 있는 중국 내 기업을 미리 지정해, 미국 기업이 수출 시 개별 허가 절차를 생략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검증 및 승인은 국무부·국방부·에너지부·상무부 및 기타 관련 기관의 대표자로 구성된 ERC(최종사용자 심사위)가 맡는다.

VEU 목록에 포함됐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별도의 허가 없이 중국 내 자사 공장으로 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포괄적 면제 조치를 받아 왔다. 그러나 이번에 ERC가 이들 3개 기업의 이 면제 조치를 철회된 것이다.

BIS는 이번 조치로 인해 매년 1000건의 허가 신청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는 약 495시간의 업무 부담 증가에 해당해 기존 예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중국 기술 통제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이에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6월 제프리 케슬러 상무부 차관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TSMC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핵심 기술 통제 강화 조치의 하나로 이 면제 조치를 철회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WSJ은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산 장비를 유럽이나 일본 장비로 대체할 수 있으며, 이번 규제로 공장을 즉시 폐쇄하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낸드플래시)과 쑤저우(패키징), SK하이닉스는 우시(D램)·충칭(패키징)·다롄(낸드플래시)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중국 공장에서 범용 제품을 주로 생산하고, 최신 공정 고부가 제품은 국내에서 만든다고 하더라도 중국에 대한 견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특히 중국 시안 공장의 176단 7세대(V7) 낸드 공정을 286단 9세대(V9) 공정으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미국 업체들의 최신 장비가 필수적으로, 미국 정부의 규제가 확정되면 계획 변경이 불가피하다.

미국 장비업체의 중국을 대상으로 한 매출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상위 5개 반도체 장비업체는 ASML(네덜란드)·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미국)·램리서치(미국)·도쿄일렉트론(일본), KLA(미국) 순이다.

ASML은 최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하고 있다. 또 미국 업체들은 증착· 식각 등 다양한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장비를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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