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9.22 14:41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현재 3% 수준인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릴 경우 제반 리스크가 줄어들고, 총사업비도 절감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이 22일 발표한 '부동산 PF 자본확충의 효과와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지금까지 부동산 PF는 지속적으로 우리 경제 전반에 중대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시행사는 총사업비 대비 3% 수준의 적은 자기자본을 투입하고 시공사(건설사)의 보증에 의존해 대규모 대출을 받아 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에 공사비 급등이나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충격이 발생하면 자본이 부족한 시행사가 무너지고 보증을 해준 시공사와 대출을 공급한 금융기관으로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말 PF 자기자본비율을 중장기적으로 20% 수준까지 높인다는 목표 아래 다양한 제도 개선 정책을 발표했다.
실제 PF 사업의 자기자본 확충으로 리스크가 감소한 사례도 확인된다. PF 부실로 인해 30개 저축은행이 뱅크런을 일으키며 무너졌던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한 저축은행은 유독 PF 대출의 부실률이 낮았다. 원인을 조사한 결과 이 저축은행은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이 20% 미만인 경우 대출해 주지 않는다는 내규를 자체적으로 적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2013년부터 2025년까지 추진된 약 800개 사업장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자기자본비율이 현행 3% 수준에서 정부의 중장기 목표치인 20%까지 증가할 경우, 주거용 사업장의 '엑시트 분양률'(PF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분양률)은 약 13%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3%포인트의 분양 리스크 감소폭은 엑시트 분양률이 평균 60% 수준임을 고려할 때 상당히 큰 폭이다.
또 PF 사업의 자본을 확충하면 각종 리스크가 줄어들 뿐 아니라 총사업비가 감소하면서 공급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도 있다. 실증분석 결과 자기자본비율이 현행 3%에서 정부의 중장기 목표치인 20%까지 증가할 때 총사업비는 평균 3108억원에서 2883억원으로 7.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거용 사업장은 총사업비가 평균 3151억원에서 2801억원으로 11.1% 감소해 그 폭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총사업비는 토지비, 공사비, 금융비, 기타비로 구성되는데 자기자본비율이 증가할 때 토지비는 별다른 변화가 없으나 공사비, 금융비, 기타비가 하락하면서 총사업비가 줄어들었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PF 사업의 자본을 확충하면 제반 리스크가 줄어들고 총사업비도 절감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나, 자본확충의 부정적인 효과도 존재할 수 있다"며 "자기자본은 일반적으로 대출보다 조달 비용이 높아서 지분 투자자를 유치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기자본의 요구수준을 늘리면 각종 개발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PF 정책은 자본 확충의 긍정적인 효과를 누리면서도 사업이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자본확충을 요구하는 규제와 이를 지원하는 다양한 유인책으로 구성돼야 한다"며 "PF 총액한도 규제는 모든 PF 대출이 아니라 저자본 사업장에 제공된 PF 대출에 대해서만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정책적 혜택을 부여하는 기준이 되는 PF 적격 자기자본에 우선주를 포함시켜 지분 투자자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토지 현물출자에 대한 양도세 이연 제도는 상시화해야 하고, 대규모 사업의 저자본화를 초래하는 PFV에 점진적으로 프로젝트 리츠 수준의 건전성 규제와 감독을 도입해 규제차익을 해소하고 자본 확충을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