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현준 기자
  • 입력 2025.09.29 17:14

국내 항공사 최초 시행, 3개월 시범 운영…승객 대상 전방위 안내
대체로 긍정적 반응…전문가 "국토부의 대책 미흡함 드러낸 사례"

이스타항공 항공기. (사진제공=이스타항공)
이스타항공 항공기. (사진제공=이스타항공)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최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배터리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일부 항공사에서 기내에서 보조배터리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는 정부가 새로운 기내 보조배터리 안전관리 대책을 내놓은 지 불과 한 달 만에 민간 항공사가 선제 조치를 시행한 것으로, 실효성 논란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내달 1일부터 연말까지 국내·국제선 전 노선을 대상으로 기내 보조배터리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국내 항공사 최초로 도입되는 것으로, 3개월간 시범 운영 후 효과와 승객 반응을 토대로 본격 시행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번 추석 연휴에 이스타항공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기내에서 보조배터리를 사용해 개인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없다. 

현재 이스타항공을 제외한 다른 항공사들은 국토교통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안전 관리를 시행 중이다. 보조배터리 사용을 금지하는 별도 조치는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기내안전관리 대책 보완 방안. (출처=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 기내안전관리 대책 보완 방안. (출처=국토교통부)

앞서 국토부는 지난 8월 말 보조배터리 기내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보완책을 내놨다. 주요 내용은 ▲보조배터리 단락(합선) 방지를 위한 절연테이프 제공 ▲기내 방염 기능이 있는 격리 보관백 2개 이상 의무 비치 ▲40도 이상에서 색이 변하는 온도 감응형 스티커 부착 등이다. 다만 승객이 보조배터리를 선반에 보관하지 않고 기내 충전도 하지 않도록 권고했지만, 법적 강제성은 없어 처벌은 불가능하다. 

이스타항공의 이번 결정은 이러한 대책에 더해 선제적인 조치를 한 셈이다. 특히 지난 14일 일본 후쿠오카발 인천행 ZE644편에서 보조배터리 화재가 발생하면서 안전 우려가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장거리 노선이 최대 6시간 안팎에 불과해 승객 불편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항에서 미리 충전하면 큰 문제가 없으며,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의견이다. 여론 또한 대체로 긍정적이다. 누리꾼들은 "해당 조치에 찬성한다", "안전에는 한계도 타협도 없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홈페이지와 카카오톡 등을 통해 안내를 반복적으로 공지하고 있으며, 공항 카운터·탑승 게이트·기내에서도 지속적으로 알릴 예정"이라며 "조금 불편이 있더라도 승객들이 취지를 이해해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내 전광판에서 기내 보조배터리 반입 관련 내용이 안내되고 있다. (사진=정현준 기자)
지난 4월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내 전광판에서 기내 보조배터리 반입 관련 내용이 안내되고 있다. (사진=정현준 기자)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안전 강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국토부 대책의 미흡함을 드러낸 사례라고 지적했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국토부가 대책으로 제시한 절연테이프 제공이나 방염백 보관은 유용한 조치지만, 온도 감응형 스티커는 열폭주 이후에야 반응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며 "이스타항공의 전면 금지는 국토부 대책이 근본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행 대책으로는 과거 발생한 사고조차 막기 어렵다. 보조배터리 반입 제한, 승무원이 별도 격납 공간에 보관, 승객이 방염백을 지급받아 좌석에서 보관하는 방식 중 하나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며 "반입 가능 보조배터리 용량을 낮춰 방염백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추고, 화재 위험을 명확히 차단하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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