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10.10 19:33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카카오톡 대개편을 주도한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 측이 나무위키에 관련 문서 삭제를 요청하고 AI 풍자곡 영상을 차단하는 등 비판 여론 차단에 나섰다. 이를 두고 이용자들의 문제 제기 자체를 막으려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홍 CPO는 법률 대리인을 통해 나무위키에 등록된 '2025년 카카오톡 대개편 관련 논란', AI 풍자곡 '카톡팝' 게시물 삭제를 요청했다. 홍 CPO 측은 '사내에 카르텔을 형성해 자신의 기획을 강행했다', '카카오톡 개편 관련 반응이 긍정적이라며 자화자찬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홍 CPO 측은 "작성자가 제시한 근거는 블라인드 게시물 캡처뿐"이라며 "사실 확인 없이 허위 내용을 기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의 이익보다 개인 비방 목적이 뚜렷하다"며 임시조치를 요청했다. 나무위키는 해당 문서를 11월 8일까지 임시조치했지만, 홍 CPO 측이 요청한 신청서 비공개는 받아들이지 않고 투명성 보고서에 모든 내용을 공개했다.
정치인이나 연예인이 나무위키 문서 삭제를 요청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대기업 임원이 직접 나선 경우는 드물다. 나무위키는 국내 웹사이트 중 구글, 네이버, 유튜브, 다음에 이어 다섯 번째로 방문자가 많을 만큼 영향력이 큰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다.
홍 CPO는 자신을 소재로 제작된 AI 풍자곡 '카톡팝' 영상에 대해서도 초상권 및 제3자 저작권 침해라며 삭제를 요구했다.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유튜브에 신고하면서 다수의 풍자 영상이 비공개 처리됐다.
이같은 차단 시도는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제작자들은 홍민택, 카카오톡 등 단어를 검열하고 영상을 다시 업로드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이딴게'가 올린 '카카오는 이제 가난하다고'는 업로드 나흘 만에 조회수 20만회를 기록하며 유튜브 하이프(HYPE) 순위 7위에 올랐다. 유튜브 시청자가 영상에 HYPE 버튼을 누르면 해당 영상이 포인트를 얻고 순위 리더보드에 올라가 더 많은 노출 기회를 얻게 되는 구조다.
카카오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카카오톡 개편 소개 영상은 댓글을 달 수 없도록 막힌 상태다.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아예 댓글창을 없애버려 비판 의견을 게시하거나 볼 수 없도록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IT 업계에서는 공격적인 여론 차단 시도가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소셜미디어 솔루션 개발자는 통화에서 "다대다(N:N) 관계를 통해 의견이 급속하게 확산하는 게 소셜미디어의 특징"이라면서 "모든 의사소통 채널을 일시에 차단하지 못하는 이상, 일부 차단 시도는 남은 채널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소셜미디어, 인터넷 커뮤니티, 온라인 동영상 공유 플랫폼에서 카카오톡 비판 콘텐츠 일체를 일시에 차단, 삭제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섣부른 비판 여론 차단은 오히려 반발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카카오는 9월 23일 '이프카카오 25' 컨퍼런스에서 15년 만의 대규모 카카오톡 개편을 발표했다. 친구 탭을 인스타그램처럼 격자형 피드로 바꾸고 숏폼 영상 탭을 신설한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인스타그램을 표절했다거나 소셜미디어를 흉내내느라 메신저 기능이 불편해졌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애플과 구글 앱마켓에서는 1점 리뷰가 폭주했고, 카카오톡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전체 평균 평점 1.0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거센 이용자 반발에 카카오는 9월 30일 기존 친구 탭 친구목록을 되살리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용자들 불만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카카오가 이용자를 대상으로 기싸움, 입틀막(입을 틀어막기)'에 나선 것이란 내용의 게시글이 다수 올라오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