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10.16 12:05
정부 관세협상 리더들 모두 美 출국…통화스와프 마련 목적
4대 그룹 총수도 트럼프 대통령과 현지 비공식 회동 가능성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한국과 미국간 관세 협상에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개최를 이정표로 민·관이 합심해 불확실성 지우기에 나선다.
이번 협상에는 국내 외환 보유고(4100억달러)에 버금가는 액수의 대미 투자 패키지(3500억달러)가 걸려 있다. 따라서 협상이 결렬되거나 한국에 불리한 조건으로 마무리되면 단순히 기업들의 수익 하락 차원을 떠나 과거 외환위기를 연상케 할 정도로 실물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지속적 압박에 시달리는 한국은 추후 국내에서 양국 정상과 고위직간 대화 테이블을 또 만들기 어려운 만큼, 사실상 이번 APEC 정상회담을 관세 협상의 데드라인으로 삼아야 하는 처지다.
16일 관가에 따르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5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과 회동한 데 이어, 관세 협상을 총괄하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날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들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등 고위급 인사와 만나 실무적인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실시한다. 이를 위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지난 14일 선발대로 출국한 상태다.
관세 협상을 이끄는 핵심 라인이 한꺼번에 방미한 것은 APEC을 계기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문제 타결을 목표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다.
구 부총리는 스콧 베선트 장관과 회동 전 기자들과 만나 양국 무역협상 진척 상황에 대해 "빠른 속도로 서로 조율하는 단계"라며 "미국 측이 우리가 제안한 대미 투자금 마련을 위한 통화 스와프 등 외환시장 안전장치 마련 요구를 받아들일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우리 정부의 이같은 의지와는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3500억달러를 선불로, 일본은 6500억달러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는 외환시장 안정성을 고려해 무제한 통화 스와프를 선제적으로 체결해 달라는 우리 측 요구와 배치되는 것이다.
이번 관세 협상의 최대 쟁점은 한국이 관세 인하 대가로 약속한 3500억달러(약 498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에 대한 세부 운용 방식이다. 세부적인 관건은 대미 투자 시 직접 지분 투자 최소화 및 통화 스와프 등의 '안전핀' 보장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무제한적 통화 스와프 체결 요구에 구체적으로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 지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정부 측 관계자는 "관세 협상 리더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절충안을 마련하고 갔는지 알 수는 없으나, 미국도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의 조선·방산 노하우 공조가 절실한 만큼 중재안을 검토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기류만을 놓고 볼 때는 미국이 직접 투자 비중 조정 및 한국의 외환시장 민감성을 반영한 제한적 통화 스와프 등 새로운 절충안을 제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관세 협상에 국운이 달린 만큼 관뿐만이 아니라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주요 민간기업들도 두 팔을 걷어붙였다.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및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도 주말께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을 위해 미국으로 향할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장소는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으로 알려진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리조트다. 이 회동의 형식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주최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투자 유치 행사 참석 및 AI·반도체 등 첨단 산업 협력 논의다.
4대 그룹 총수들이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대규모 첨단 산업 투자 계획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한국 기업들이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경제적 기여를 할 의지가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하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 측 관세 협상 리더들이 미국으로 한꺼번에 출국한 상황에 마러라고 회동 일정이 맞물린다는 것은 기업 총수들도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며 "공식채널은 아니지만 AI 인프라 구축에 대한 대규모 신규 투자 약속 등으로 우호적인 관세 협상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APEC을 앞두고 미국은 관세(통상)와 한미 동맹 현대화(안보) 합의를 연계해 한꺼번에 발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 기업 총수들의 방미는 단순한 경제를 넘어 첨단 기술 동맹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 통상-안보 연계 합의의 실질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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