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민서 기자
  • 입력 2025.10.24 16:02

국회 법사위 국감, '안가 회동'·'보은 인사' 공방에 고성

이완규 전 법제처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제처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거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완규 전 법제처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제처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거부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제처 국정감사가 24일 여야의 정면충돌로 얼룩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비상계엄 직후 열린 이른바 '안가 회동'에 참석한 이완규 전 법제처장을 향해 "내란 동조자"라고 공격했고, 국민의힘은 조원철 현 법제처장의 '이재명 대통령 변호인 경력'을 문제 삼으며 "명백한 이해충돌이자 보은 인사"라고 맞섰다.

이날 국감에는 이 전 처장이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선서를 거부하면서 시작부터 고성이 오갔다. 그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선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민주당 의원들이 저를 고발했고, 수사 중인 사안이라 선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선서는 해야 하고, 그 뒤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며 만류했지만, 이 전 처장은 "고발한 사람이 수사하고 재판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거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두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용민 의원은 "그렇게 헌법과 법률을 잘 지켜서 내란을 저질렀나"라고 쏘아붙였고, 장경태 의원은 "국민 앞에 '거짓말 선서'를 한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이 전 처장은 '법제처'가 아니라 '사제처'였다"고 비꼬았다.

서영교 의원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 안가에서 열린 '안가 회동'을 거론하며 "김주현 전 민정수석 등이 윤석열의 지시를 받고 모여 다음 작업을 한 것"이라며 "이 전 처장이 송년회였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다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장경태 의원도 "송년회를 간다고 하면서 KTX를 업무 출장 용도로 썼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전 처장이 답변을 거부하며 "수사기관에 가서 소명하겠다"고 말하자, 장 의원은 "이런 오만한 태도가 국민의 질타를 받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사진=뉴스1)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사진=뉴스1)

반면 국민의힘은 "정당한 선서 거부권 행사"라고 방어에 나섰다. 나경원 의원은 "선서를 강요하는 것은 다수의 폭정"이라며 "헌법과 국회 증감법이 보장한 절차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신동욱 의원도 "그 권리를 가장 많이 행사한 사람이 이재명 아니냐"고 꼬집었다.

야당은 조원철 현 법제처장에 대한 '이해충돌' 문제를 제기하며 역공을 폈다. 송석준 의원은 "조 처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변호인이자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라며 "현직 대통령이 재판받던 시절 변호인을 요직에 앉힌 건 명백한 보은 인사"라고 주장했다.

곽규택 의원은 "이재명 변호인단 출신들이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 유엔대사, 금융감독원장 등 전문성과 무관하게 요직으로 이동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조 처장은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모아 놓으니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 공직 규모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회의 진행을 둘러싼 신경전도 이어졌다. 추 위원장이 조 처장의 답변 중 "재판소원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발언에 "좋은 지적"이라고 맞장구치자, 나 의원은 "질답을 여당과 위원장 마음대로 해석한다"며 항의했고, 회의장은 잠시 소란해졌다.

이날 국감은 전직 법제처장의 선서 거부, '안가 회동' 내란 의혹, '보은 인사' 논란이 뒤엉키며 여야 모두 한 치의 양보 없는 공방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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