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11.03 12:10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수요를 공급이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며 "용인 클러스터가 완성되면 청주 팹 24개가 동시에 돌아가는 수준이다. 공급 부족을 최대한 막겠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을 통해 "오늘 행사에 3만5000명이 참가해 작년보다 더 많은 분이 이 자리를 찾았다. 지난주 APEC CEO 서밋 회장을 맡아 1주일 내내 행사장에 계속 있었다. CEO 서밋에서는 주로 AI에 관련된 얘기를 나눴는 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세상의 거의 모든 리소스에 AI를 넣고 있으며 변화하는 스피드로,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AI 뉴스가 터진다. 모든 사업, 경제·정치·안보·군사 등에 AI가 중심에 서 있다. 작년 AI로 미래를 함께 만들자는 약속을 했는데, 올해는 AI가 현재 어떻게 개발돼 왔는지 살펴보고, 미래에는 어떤 트렌드를 가질 지 가까운 미래까지 예측해 보겠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디멘드(수요)가 얼마나 늘어난 지, 데이터센터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는지 보면 2020년은 2300억달러(약 329조원)에서 올해 6000억달러(약 859조원)까지 늘었다"며 "이는 연평균 24%씩 증가한 것으로, 오픈AI는 2028년까지 700조원을 AI에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메타도 8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공개했다. 또한 빅테크 외에도 신규로 들어오는 기업이 많다"고 분석했다.
최 회장은 AI 수요 증가에 대해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인퍼런스가 본격화되고 있다. 실제로 인퍼런스 수요는 트레이닝 수요를 넘어섰다. 새로운 모델이 등장해 AI가 하나에 대해 답을 검증하고 나은 답변을 할 수 있다"며 "기계적인 파워도 인퍼런싱이 반복되고 토큰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 더 좋은 모델을 토큰을 줄이면서 더 좋은 답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B2B 영역에 본격적인 AI가 도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올 한해 B2B 산업이 AI 도입을 위해 700억달러(약 100조원)를 사용했다. 3년 후에는 이 금액이 2000억달러(약 286조원)까지 늘어나 3년 내 43% 성장할 것"이라며 "엔트로피 회사에 물어보니 B2B 매출이 이미 80%를 차지하고 있다. 30만명 이상 유료 기업 고객을 확보한 것이다. 모든 기업이 AI를 사업에 적용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AI 에이전트 등장에 대해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전까지 리즈닝 모델이 사람이 묻는 질문에 잘 대답했지만, AI에이전트가 나와서 24시간 쉬지 않고 서로 소통하고 있다"며 "디지털 공간을 넘어 집안, 회사, 공장 물리적인 공간에서도 AI 에이전트가 켜져 있다. AI 수요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소버린 AI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은 AI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중요한 안보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자신만의 소버린 AI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AI 투자 계획도 내놓고 있다"며 "다른 플레이어가 생겨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 AI 투자의 또 다른 주체는 기업 뿐 아니라 국가도 된다. 이는 추가적인 수요 창출로 연결된다. 이 모델들이 모여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를 이끌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 회장은 "AI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 기업이 쓸만한 걸 내놓으면 모델이 바뀌고, 새로운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고 온 나라가 AI에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공급은 수요 성장세를 따라가기 어렵다. 상당한 미스 매치가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틀랙이 존재하고 GPU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AI 수요 예측이 안 된다. 더블 카운팅, 트리플 카운팅이 필요하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공급 업체들의 리드타임이 필요하다"며 "공장을 어디에 지어야 하나, 어디에 투자해야 하냐는 문제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SK가 문제를 다 풀 수 없지만, 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방법은 가장 효과적인 AI 솔루션을 찾는 것"이라며 "스케일 경쟁이 아닌 효율의 경쟁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스케일만 가지고 싸우면 돈만 많이 들어가고 비효율 문제가 발생한다. 효율성을 높여 리소스가 적은 나라도 이를 사용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SK그룹은 3가지 영역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첫 번째로 메모리 관련 솔루션이다. 젠슨 황 대표가 한국을 방한했는 데, 엔비디아 뿐 아니라 여러 회사들이 자신 만의 칩을 내놓고 있다. 칩 성능 향상을 가로막는 제약은 메모리 밴드위스(대역 폭)이다. 메모리 밴드위스를 늘리기 위해 유일한 방법은 HBM 사용갯수를 늘리는 것이다. 이전에는 HBM 하나에 GPU 하나씩 결합했지만 현재는 HBM을 12개 이상으로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오픈AI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월 90만장의 HBM을 공급해달라고 요청했다. 90만장은 전 세계 월 생산량의 두 배 규모"라며 "메모리 칩으로 바틀랙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HBM을 확보하는 게 필수적이다. 청주에 HBM 공장을 완공해 오픈했는데, 내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한다. 2027년에는 용인 클러스터를 선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용인에 짓고 있는 클러스터는 커다란 팹이 4개 들어간다. 한 팹당 청주 같은 팹이 6개 들어간다"며 "SK하이닉스의 기술력은 이미 업계에 증명돼 있다. 젠슨 황도 개발 속도에 더 이상 얘기하지 않는다. 충분히 준비돼 있다"고 언급했다.
최 회장은 "두 번째로 AI 데이터센터 솔루션이다. 데이터센터 솔루션은 설계부터 다르게 구축됐고 운영까지 가장 효율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미래에 가장 효율적인 인프라 구조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7월에 국내에서 단일 규모로 가장 큰 '블랙웰 200' 기반 AI 클러스터를 국내 최초로 구축한다. 울산에 1GW급 데이터센터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AWS와 100MW 규모로 2027년 오픈한다. 서남권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9월 AWS CEO 서밋에 다녀왔다. AWS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노하우가 많아 배울 것이 풍부하다. 물류는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로봇시스템도 보유하고 있다"며 "SK그룹은 SK대로 AWS는 새롭게 한국과 SK에 새로운 밸류를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최 회장은 "메뉴팩처링 AI로 AI 문제를 푸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스피드로는 요구하는 생산을 다 따라갈 수 없다. 새로운 방법은 메모리 칩 생산과 데이터센터 운영에도 AI를 적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메모리 칩 생산 스피드를 높이고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 지난 주 SK그룹과 엔비디아가 메뉴팩처링 AI에서 협력하겠다고 발표했다. 디지털 트윈 솔루션을 도입해 AI에 특화된 가상 공장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SK는 제조 AI 솔루션으로 다른 인더스트리를 오픈할 것이다. 제조 뿐 아니라 업무용 에이전트, 다양한 AI 툴을 개발하고 사용하고 있다, 더 나아가 SK그룹 외부 생산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SK그룹이 혼자 할 수 없다"며 "파트너와 함께 공동으로 솔루션 설계하고 디밸롭하는 게 SK그룹 AI 전략의 핵심이다. 파트너들과 경쟁하지 않겠다. 빅테크, 스타트업, 각국 정부와 AI 사업 기회를 만들고 최고 효율의 AI 솔루션을 찾아내겠다"고 강조했다.
